[한 기업의 질문]

“최근 기자들 사이에서 저희 회사 주목도가 커졌습니다. 그래서 대표님과 주요 임원들을 대상으로 미디어트레이닝도 진행할 예정인데요. 오늘도 대표께서 관계기관 주최 행사에 참석하십니다. 당연히 기자들이 저희 대표님을 취재할 텐데요. 대표님께 짧게 조언해 주실 수 있는 것이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아주 원칙적 조언이라 조금 거부감을 느끼실 수도 있을 텐데요. 대표님의 직무기술서를 한번 확인해 보시지요. 대표님의 주요 직무가 ‘기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으로 서술되어 있지 않을 겁니다. 물론 회사를 대표하는 최고임원으로서 회사와 관계 있는 이해관계자들과의 원활한 소통은 의무가 맞습니다. 하지만, 기자 취재에 응대하는 1차적 행동이 주요 업무 영역에 있다고는 볼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기자와 회사를 대표해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 직무는 누구의 것일까요? 홍보실 임직원들의 직무입니다. 바로 그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그들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기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공간에는 항상 홍보실 임직원이 배석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오늘 그 행사에서도 홍보실 임직원이 대표님 주변에 머무르며 취재기자들을 안내 관리하겠지요.

대표이사님은 그 홍보실 임직원들의 가이드를 그대로 따르시면 됩니다. 홍보실을 건너뛰어 자신의 메시지를 개인적으로 낸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실 것입니다. 오늘 행사의 취지를 따져보십시오. 대표님이 언론의 취재에 대응해야만 하는 성격의 행사인 것인지요? 그렇지 않다면, 취재에 응대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의미입니다.

만약 반대로 기자의 취재에 꼭 응할 필요가 있는 성격의 상황이라면 준비된 답변을 활용하십시오. 준비라는 작업은 내부적으로 합의된 메시지를 정리해 기자에게 전달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 메시지는 그 자체로 안전합니다. 문제는 합의되지 않은 채 개인적으로 마련해 전달하는 사적 메시지입니다. 항상 그런 메시지는 문제를 만들 소지가 다분합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기업 대표께서는 적절하지 않는 상황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을 때에는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준비되어 있지도 않았을 테이고, 꼭 답변을 해야 하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자들도 그런 특수한 상황에서는 대표께 구체적이거나 깊이 있는 답변을 받는 것을 예상하지 않습니다. 그냥 취재 과정으로 생각하며 질문하는 것뿐입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가 예의만 지키면 문제는 없습니다.

고대 로마의 명연설가였던 카토(Cato the younger)가 오늘의 대표님들께 도움이 될 조언을 이미 한 바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침묵하고 있기 보다 말하는 것이 좋다는 확신이 들 때만 나는 말한다.”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계실 때 이 조언의 의미를 잘 새겨 보시기 바랍니다.

대표님께 ‘침묵’은 아주 중요한 기본이고 원칙입니다. 단, 그 기본과 원칙보다 ‘말을 해서 얻을 것이 더 많다는 확신’이 생길 때만 말씀하십시오. 그때에는 미리 준비해서 합의하에 마련한 메시지를 적극 활용하시면 됩니다. 기자의 질문에 우선 답변하시는 것은 기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