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의 질문]

“위기관리에 대해 종종 ‘기출문제’ 이야기를 하시는 데, 그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사실 저희는 과연 저희 회사에 어떤 이슈나 위기가 발생할지에 대해서 주로 관심이 있거든요. 그래서 전문가들 의견을 듣고 있습니다만, 위기관리에 있어 기출문제라는 건 뭔 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학생 시절로 돌아가서 기억해 보면 기출문제가 무엇인지는 아실 겁니다. 이미 시험에 나왔던 문제들을 기출문제라고 하지요. 일부 시험에서는 문제 풀(pool)이 있어서 많은 기출문제 속에서 시험문제가 출제되고는 합니다. 새로운 문제가 시험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면, 수험생이 기출문제들을 전부 공부하기만 하면 어떤 문제든 이미 풀어 봤던 문제이기 때문에 시험이 훨씬 수월 해 지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기업 위기관리에 대한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기업 위기의 유형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위기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요. 이미 어떤 기업이든 한두 번 이상 경험했던 위기가 다시 자사와 다른 기업에게 발생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기업들이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런 위기는 처음이다’는 주장을 합니다만, 그것이 실제 해당 위기가 세상에 처음 발생되어 새로운 것이라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 기업이 해당 위기에 평소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그 위기가 새로울 뿐입니다. 기출문제를 풀지 않은 수험생에게는 어떤 문제도 새롭습니다.

최소한 자사 전례는 완전하게 소화하고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자사 역사가 20년이라고 하면, 그 동안에도 다양한 이슈나 위기를 경험했을 것입니다. 고생해 가며 자의반 타의반 교훈을 얻었을 것입니다. 그 자사 전례들을 현재 자사에서 이슈와 위기를 관리하는 모든 임직원이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유사한 이슈와 위기를 반복하지 않게 됩니다.

더 나아가 타사 전례들에 대해서도 최대한의 관심을 기울여 보는 것이 좋습니다. 거의 매일 쏟아지는 기업의 이슈와 위기 사례들을 그냥 허비하지 마십시오. 저 회사는 왜 저런 위기를 겪게 되었는가? 현재 그들은 어떻게 해당 위기를 관리하고 있는가? 우리에게는 그런 위기가 발생되지 않을 것인가? 우리는 그 회사보다 위기관리를 더 잘 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다양한 질문이 각 사례에 투영되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자사가 새로운 이슈나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거나 사후 관리할 수 있게 됩니다.

자사의 전례를 잊고, 타사의 전례들에 관심 없는 기업에게는 사실 이슈나 위기관리에 대한 답이 있을 수가 없습니다. 기출문제를 풀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시험 문제들은 새롭고 어렵습니다. 시험 결과가 당연히 좋지 않지요. 물론 실력이 뛰어나서 아무리 새로운 문제라도 척척 풀어 버리면 그만이겠지만, 그렇지 못하니 문제입니다.

사회 여론적으로도 자사나 타사 전례에 무감한 기업은 더 심각한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얼마전 타사에게서 발생한 위기와 동일한 위기를 새롭게 받아들이고 우와좌왕하는 기업을 공중이 좋게 볼 리가 없습니다.

‘이 회사도 똑같네?’ ‘이 회사가 더 심각하네?’ 같은 부정적인 평가가 뒤따를 것입니다. 자사 전례와 타사 전례들을 지속적으로 살피는 것은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 가장 기본입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이제 부터라도 기출문제를 찾아 풀어 보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