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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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가 10여년 만에 가장 크게 치솟고 내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의 ‘빅스텝’까지 예고되는 가운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달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지 그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장 내부에선 한은이 물가안정과 새 정부와의 정책 공조 등을 위해 기준금리를 바로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다소 우세하지만, 일각에서는 한은 총재 공백인 상황을 감안했을 때 금통위원들이 이번엔 일단 동결하고 5월 예정된 회의서 인상을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인상론 “10년만 물가 상승률 최대…韓-美 금리 역전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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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오는 14일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지난 2월 0.15%포인트 인상 이후 동결된 기준금리 현 1.25%에서 추가 인상할 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번 금통위 결정에 대해선 전망이 나뉜다. 먼저 인상론을 주장하는 이들의 가장 강력한 근거는 최근의 물가 동향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무려 4.1%나 올랐는데, 4%대 상승률은 2011년 12월 이후 10여년 만에 처음이기 때문이다. 국민 실생활과 밀접한 외식 물가는 전년 대비 6.6% 올랐다. 1998년 4월 이후 24여년 만 가장 큰 상승폭이다.

물가상승 압력뿐만 아니라 새 정부와의 정책 공조 측면에서도 금리 인상 가능성은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앞서 지난 6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물가를 포함한 민생안정 대책을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라”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지시한 바 있다.

미국 연준이 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를 올리는 이른바 ‘빅스텝’을 시사하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관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금리는 미국 보다 0.75~1.00%포인트 정도 높지만 연준이 5월 이후 빅스텝을 시행했을 때 금리 격차가 줄어들거나 역전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유출되거나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물가 상승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적정 수준의 기준금리 격차 유지는 중요한 부분이다.

동결론 “총재 공석 부담…성급한 금리 인상은 부정적 영향”

반면 한은 총재 공석과 경기 하강 우려 등을 이유로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동결론을 주장하는 이들은 지난 8년간 연임했던 이주열 전 한은 총재가 퇴임하면서 이번 금통위 회의가 총재 공석 상태로 개최된다는 점이 우려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리 인상 시 가계부채 등과 관련된 추가 정책이 필요할 텐데 한은 수장이 부재한 상황에선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 총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오는 19일로 확정됨에 따라 14일 예정된 금통위 본회의는 총재가 아닌 직무대행이 주재하게 된다. 한은 총재가 금통위 의장을 겸임하게 된 지난 1998년 이후 총재가 금통위 본회의에 불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최근 물가 상승이 금리로 조절할 수 있는 수요 관련 요인이 아니라 전쟁·공급차질 등 생산 요인에서 비롯된 인플레이션인 만큼 성급한 기준금리 인상은 경기 하강만 부추길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와 대출금리 상승 속도가 빨라지면 가계를 비롯한 자영업자, 다중채무자 등 취약계층의 이자 상환액이 함께 불어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총재 공석인 상황에선 불확실성이 높다”며 “이번 회의에선 동결한 후 5월 예정된 다음 회의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게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가 청문회를 거쳐 취임하게 되면 금통위는 매파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후보자는 지난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주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보낸 가계부채 관련 서면질의에 대해 “한은이 금리 시그널(신호)을 통해 경제 주체들이 스스로 가계부채 관리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가계부채는 부동산 문제와 깊이 연결돼 있고 향후 성장률 둔화 요인이 될 수 있어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안정화하는 것은 시급한 정책과제”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업계는 가계부채 등 금융 불균형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기준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