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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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의 퇴직연금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퇴직연금 시장 진출 3년여 만에 퇴직연금 잔액 20조원을 넘기며 16.6배 성장을 기록해서다. 특히 저축은행은 파킹통장 등을 통해 요구불예금 잔액이 급증하면서 수신 변동성이 커지자 안정적인 유동성 관리를 위해 퇴직연금 시장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6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32곳의 저축은행 퇴직연금 수신 잔액은 지난해 4분기 기준 20조9,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3조4,000억원) 대비 56% 증가한 수치다. 지난 2018년 4분기 퇴직연금 수신 잔액은 1조2,000억원, 2019년 4분기 6조7,000억원, 2020년 4분기 13조4,000억원 등으로 매년 퇴직연금 잔액은 급성장했다.

이런 성장은 저축은행의 퇴직연금 수신 상품 금리가 시중은행 대비 높은데다, 자산 성장과 함께 저축은행업계에 대한 인식 변화라는 분석이다. 실제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3월 기준 원리금이 보장되는 연금 상품에서 저축은행이 제공하고 있는 약정금리는 최고 3%이다. 일부 저축은행은 보험사나 증권사보다도 높은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퇴직연금은 확정급여형(DB)와 확정기여형(DC), 개인형(IRP) 3가지로 나뉜다. DB형은 회사가 직접 퇴직금 재원을 운용하는 방식이며 DC형은 근로자 본인이 직접 퇴직연금 운용상품 변경이 가능하다. IRP형은 근로자가 직장을 옮기거나 퇴직하면서 지급받은 퇴직급여를 한 계좌로 모아 노후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퇴직연금 전용계좌다.

우선 IRP형에서는 애큐온저축은행이 연 2.80%로 가장 높은 약정금리를 내세웠다. 이어 삼성생명보험이 연 2.75%, 메리츠종금증권 연 2.70% 등으로 이어졌다.

DB형을 제외한 DC형에서도  애큐온저축은행은 36개월 만기에 연 2.80%로 가장 높은 약정금리를 제공 중이다. 드림저축은행도 2.70%로 두 번째로 높은 약정금리를 제공한다. DC형에서 하나은행은 36개월 만기에 2.23%로 애큐온저축은행과 비교할 경우 0.57%포인트(p) 차이가 난다. 전북은행 역시 36개월 만기의 경우 2.22%, 대구은행과 제주은행 2.20%, 부산은행은 24개월 만기에 2.15% 등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경우 24개월 만기에 2.14%, 2.13% 등으로 2%대 초반 금리에 그쳤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신뢰도가 상승하면서 5,000만원을 초과해서 맡기는 고객도 상당히 많다”라면서 “저축은행 역시 자금 조달 채널이 고객의 수신자금밖에 없다보니 시장금리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하면서 유동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은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는 통로가 수신자금이 유일한 만큼 수신잔액을 확대하기 위해 우대금리 활용에 적극적이다. 약정기간을 채우지 못한채 중도에 해지해도 높은 금리를 채워주는 수신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파킹통장 역시 저축은행의 수신 잔액 확대에 기여했다. 파킹통장은 잠시 주차하듯 은행에 짧게 돈을 예치하더라도 정기예금보다 다소 높은 이자율을 제공하는 자유입출금식 통장이다. 지난해의 경우 파킹통장의 예금금리가 연 1.5~2.0% 수준으로 증권사 CMA 금리 연 1.0% 보다 2배 높았다.

이에 많은 자금이 몰리면서 OK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요구불예금 잔액이 1조8,691억원을 기록, 전년보다 무려 5배 이상 증가했다. 요구불예금이란 예금주가 원하면 언제든 지급하는 예금으로 단기 결제성 자금에 속한다. 요구불예금은 금리가 거의 붙지 않지만 단기성 예금이기 때문에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자금의 안정성이 떨어진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파킹통장에 뭉칫돈이 들어왔다가 빠지면 저축은행입장에서는 수신자금 조달 불안정성이 커지게 된다”라면서 “장기적으로 운용할 수 있지 않다보니 대출 전략 짜는 것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유동성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저축은행은 높은 금리의 퇴직연금 상품을 선보인 것이다.

퇴직연금 역시 1인당 최대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를 받기 때문에 저축은행 규모가 시중은행보다 작더라도 안정성이 보장된다는 점 역시 자금이 몰리게 된 배경 중 하나다. 금융기관은 예금 등에 대해 예금보호기구(예금보호공사)에 보험을 가입, 금융기관이 영업정지나 파산 등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예금보호공사에서 일정 금액을 지급한다. 다만 주의할 점은 각 사별로 5,000만원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1인당 5,000만원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1개사당 5,000만원이 아닌 1인당 5,000만원 적용이 맞다”라면서 “다만 각 사별로 나눠서 5,000만원씩 한다고 해도 안정적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