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서울 노원구 상계동 A단지는 4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난해 10억원상당까지 가격이 올랐다. 만일 이 주택을 매도한다면 1주택자가 부담하는 세금은 1억8,000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집을 한 채 더 보유하고 있다면, 3억3,400만원으로 늘어나며, 3주택 이상일 경우 4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납부하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4월부터 양도세 중과를 1년 유예하는 조치를 추진한다. 어떻게든 세 부담을 덜고자 '버티기'로 일관하는 다주택자들에게 퇴로를 열어주자는 제안이다. 당초 세금 문제로 '10년간 매물이 묶인다'는 비판도 나왔던 만큼, 이번 조치로 재고 주택 매물이 늘어날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다만 이번 조치도 '똘똘한 한 채' 수요가 있는 매물은 끌어내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는 데다, 양도차익을 현금화한 다주택자가 반대로 강남의 고가 아파트 매수에 나설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되는 중이다. 

보유세 과세 前 양도세 완화 '스피드'

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는 현 정부에 이달부터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를 배제하는 방안을 요청했다. 인수위는 이번 요청이 불발되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는 5월 중순에 즉각 시행에 나설 방침이다. 양도세 중과 유예는 국회 동의 없이도 대통령령으로 개정할 수 있어, 속도감 있는 추진이 예상된다. 

현 정권이 양도세 중과를 발표하면서, 시장에서는 이른바 '부맥경화' 현상을 경고한 바 있다. 7.10 대책은 다주택자의 양도세를 최대 75%로 올리고 장기보유 시 혜택을 주는 것이 골자인데, 이로 인해 재고 주택 거래가 멈출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한 전문가는 "다주택자가 증여한 매물은 최대 10년간은 시장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다주택자가 버티지 않고 매도해 1주택자가 보유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실제로 지난해 서울 주택의 증여거래 비중은 12.2%로, 지난 2017년(5.3%)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국 기준으로도 같은 기간 5.1%에서 8.5%로  늘어났다. 반면 다주택자의 수는 232만명으로 전년대비 3만6,000명 증가했다. 전체 주택 보유자 중에서 다주택자가 차지하는 비율도 0.1%p 감소하는 데 그쳤다. 다주택자가 증여로 세금을 회피하거나 버티기에 들어갔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대통령직인수위는 이러한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를 풀어 매물 출회를 유도하겠다는 그림이다. 매도 매물이 늘어나 재고 주택 공급 활성화되면, 시장이 안정화되는 효과가 있어 주목된다. 이번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는 오는 6월 1일 보유세 과세 기준일과 맞물리면서 매물 출회 효과를 극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잠실 2억→4억 차익 증가, "결국 똘똘한 한 채로 간다"

문제는 시장에서 집값이 다시금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대되고 있는 점이다. 퇴로가 열린 다주택자들은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된다. 이때 상승 기대감이 높아지는 강남 고가 주택과 재건축 아파트 매도를 미루고, 비교적 기대감이 낮은 외곽지역의 주택을 먼저 처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또한 이번 조치로 다주택자들은 수억원의 세금 혜택을 받게 되는데, 이렇게 확보된 자금으로 다시금 매수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스타트업 아티웰스의 '셀리몬' 세금계산기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보면, 집값이 급등한 서울에서는 보유 주택 수에 따라 많게는 수억원까지 양도세 차이가 난다는 점이 확인된다. 

송파구 잠실동의 A단지는 5년 전과 비교해 집값이 대략 7억5,500만원 상당 올랐다. 만일 2주택자가 이 집을 매도하면 상승분 중에서 4억7,400만원을 세금으로 내게 된다. 3주택자라면 5억5,700만원으로 늘어난다. 양도세와 지방소득세를 모두 합산해서다. 반면 1주택자는 장기보유특별공제(7,550만원)를 포함해 2억7,300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그런데 양도세 중과가 유예되면 A단지를 매도해 다주택자가 얻는 양도차익은 2억원 안팎에서 4억원 수준으로 늘어나게 된다. 1주택자가 받는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받지 못해도 두 배 가까이 많은 현금을 쥐게 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똘똘한 한 채'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 규제 완화와 정비사업 활성화 기대감이 커지며, 강남권을 중심으로 매물을 거두는 집주인들이 벌써부터 늘어나는 중이다. 전국이 하향 안정화 추세를 보이는 와중에도 강남4구 아파트값은 이번주 상승 전환하는 등 양극화 경향도 포착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재건축 아파트부터 물건을 거두고 있고 시중에 나오는 매물이 줄어드는 중"이라면서 "기대 만큼의 물건이 시중에 깔리지 않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집값이 오르겠다는 생각이 확대되면 매도를 미루는 다주택자들이 늘어날 수 있다"라며 "유예든 보류든 시간을 지체하면 안 되는 상황"이라면서  전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추가로 고민해야 하는 것은 다주택자가 보유주택을 매도해서 현금화하면 그것으로 무엇을 할 지다"라면서 "다른 불확실한 자산보다는 '똘똘한 한 채'로 집중되고 수요가 몰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