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보기엔 다 같은 게임사라도 자체 콘텐츠를 보유한 개발사인지 유통 전반에 집중한 퍼블리셔인지에 따라 영업이익률은 극과 극을 형성한다. 게임이 흥행해도 자체 IP(지식재산권) 보유 여부에 따라 손에 쥐는 돈이 극명하게 달라지는 것이다.

영업이익률 가르는 게임사 진짜 얼굴

게임사는 게임 콘텐츠를 개발하는 개발사, 게임의 판매와 유통 등을 전담하는 배급사(퍼블리셔)로 크게 나뉜다. 작은 게임 개발사들은 보통 콘텐츠 개발에 집중하고, 게임 서버관리와 이벤트 운영 등 그 외 유통과 관련한 모든 문제들은 퍼블리셔가 전담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대형사들은 개발과 배급을 모두 하지만 어느 쪽에 더 집중하느냐에 따라 수익성도 달라진다.

지난해 매출액 기준 국내 게임사들을 살펴보면, 넥슨과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흔히 ‘3N’이라고 불리는 대형 게임사들이 매출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NHN과 크래프톤, 카카오게임즈가 이들을 바짝 좇는 가운데 더블유게임즈, 위메이드, 컴투스 등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을 들여다 보면 다른 결과가 나온다. 중형 게임사인 위메이드(58.1%)가 선두를 달리고, 크래프톤(33.9%), 넥슨(33.3%)이 2~3위를 차지했다. 매출액 기준 최상단인 넷마블(6.7%)은 이들에 크게 못 미친다.

영업비용, 특히 지급수수료 차이가 영업이익 격차를 만든다. 국내 게임사들이 회계에 반영하는 지급수수료에는 IP 사용료, 결제대행업체‧신용카드사에 대한 수수료, 구글 플레이스토어‧애플 앱스토어 등 모바일 플랫폼 유통 수수료(인앱결제 수수료)가 포함된다.

넷마블의 지난해 연간 기준 지급수수료는 1조1,222억원에 달했다. 영업비용(2조3,559억원)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으로, 비용 내역 중 비중이 가장 컸다. 크래프톤의 경우 지난해 지급수수료(3,956억원)와 유사한 성격을 가진 앱수수료/매출원가(1,934억원)를 더한 5,530억원이 지급수수료 명목의 지출로 파악된다. 크래프톤의 총 영업비용은 1조2,467억원이다.

매출액과 비교하면 넷마블의 지난해 지급수수료는 매출(2조5,059억원)의 44.8%에 달한 반면, 크래프톤은 매출(1조8,863억원)의 29.3%로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이로 인한 두 회사의 영업이익은 크래프톤 6,396억원, 넷마블 1,545억원으로 격차가 4배로 벌어졌다.

자체 IP 역량이 수익성 결정

이는 각 게임사의 사업구조와 연관이 깊다. 넷마블은 외부 지식재산권(IP)을 가져와 자사 게임을 만들고 유통하는 사업에 집중해왔다. 세부 항목에 대한 설명은 없지만 지급수수료 중 상당부분은 엔씨소프트 등 타사 IP에 대한 로열티로 추정된다.

넷마블이 지난 2016년 출시한 모바일 게임 ‘리니지2 레볼루션’이 대표적인 예다. 넷마블은 엔씨소프트의 핵심 IP인 리니지2를 빌려와 자체 개발을 통해 ‘리니지2 레볼루션’을 출시했다. 유저들의 반응은 좋았지만 온전한 수익성엔 문제가 있었다.

외부 IP를 가져와 게임을 재생산하는 구조는 IP 사용료 지급이 필연적이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은 게임을 통해 발생한 매출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로 지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게임이 흥행하는 만큼 비용이 함께 상승하기 때문에 자체 IP로 만든 게임 대비 수익성이 크게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IP를 제공한 엔씨소프트는 게임 개발과 관련한 어떤 비용도 제공하지 않고 로열티 수익을 가져갔다.

이 때문에 넷마블은 자체 IP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2월 사업발표회를 통해 출시 준비 중인 신작 라인업이 20여종이며, 이 중 자체 IP 비중은 75%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외부 IP를 통한 사업은 수익성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넷마블은 기존 게임들의 매출 감소와 고정비 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신작들의 매출 기여가 이를 상쇄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며 “신작 라인업 중 자체 IP를 활용한 게임이 대다수인데, 자체 IP 게임 성과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크래프톤은 자체 핵심 IP인 배틀그라운드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뉴스테이트 모바일’을 비롯해 다큐멘터리인 ‘미스터리 언노운: 배틀그라운드의 탄생’, 단편영화 ‘그라운드 제로’ 등으로 IP 활용 영역을 확장했다. 자체 IP를 활용하면 최초 게임 개발 시 비용은 투입되지만, 성과 수확 시 비용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퍼블리싱까지 함께하면 흥행 이후 가져갈 수 있는 이익이 더 커질 수 있다. 

이동륜 KB증권 연구원은 “배틀그라운드는 IP 중심의 매출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배틀그라운드는 1월 12일 무료 전환 이후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이용자 수와 ARPU(가입자당평균매출) 증가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를 시작으로 신작 출시를 통한 자체 퍼블리싱 역량 강화도 기대된다”면서 “퍼블리싱 매출비중 증가로 2021년~2023년 영업이익률은 33.9%에서 30.2%로 하락하나 영업이익의 절대 규모는 증가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