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하향 안정화되면서, 규제지역 해제를 요구하는 지자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가파른 집값 상승을 막고자 2년 가까이 규제지역을 유지해 온 만큼, 상승세가 꺾인 지금 규제를 지속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 지자체의 요구다. 

오는 5월 새로 들어설 정부가 세금 완화와 대출 확대를 공약하면서, 규제지역 축소를 이를 위한 우회적 해결법으로 선택할지도 주목되는 시점이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2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건의한 지자체는 대구와 울산 중·남구, 경기 동두천·안산 단원구, 광주, 포항, 전남 광양·순천 등 10곳이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주택을 한 채만 보유해도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무주택자도 주담대인정비율(LTV)이 20~30%, 총부채상환비율(DTI)은 50%로 제한된다. 

다주택자의 경우 주택 수에 따라 양도세가 20%까지 중과되며, 장기보유특별공제에서도 배제된다. 일시적 2주택자라도 1년 안에 집을 팔아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금융 규제와 세금 규제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한 번 구역 지정이 이뤄지면 일대 주택 거래가 일시 정지한다. 인근 지역의 집값이 오르는 풍선효과가 발생한다는 부작용이 지적됐지만, 정부는 이러한 효과를 이유로 규제지역을 대폭 확대해 왔다.

2020년 6.17 규제가 그 시작으로 현재는 수도권 전역을 포함해 부산, 대구, 대전을 포함한 지방광역시와 전남, 포항 등의 지방 중소도시까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상태다.

하지만 최근 집값이 하향 안정화 추세로 들어서면서, 지자체들은 "집값 상승이 멈추고 미분양이 늘어나 조정대상지역 해제 요건을 충족했다"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려면 직전 3개월간 해당 지역의 주택가격 상승률이 그 지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3배를 초과하는 곳이어야 한다. 또 분양권 전매 거래량·주택보급률·청약경쟁률 중 1가지가 일정 요건 이상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지정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구역 지정을 결정하는 국토교통부의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는 올해 상반기 개최가 예정된 상태다.

특히 대구를 중심으로 해제 요구가 높아지는 중이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대구의 매매가격은 지난해 11월3주 이후로 19주 연속 하락하는 중이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 지역의 분양 경기지수는 지난해 9월부터 60선으로 하락세를 지속하며, 3월(53.8, 3.8p ↓ ) 전국 최저 수준을 기록한 상태다.

울산의 경우에도 아파트값이 지난 1월5주부터 하락 전환해 8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고, 특히 중구는 12주 연속 보합과 하락을 오가는 중이다. 경기 외곽의 동두천과 안산 단원구 또한 각각 15주, 10주 연속 보합과 하락을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집값 안정화와 함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부동산 규제 완화 공약도 조정대상지역 해제 요구에 힘을 싣는 중이다. 윤 대통령은 다주택자의 양도세와 보유세 완화, 무주택자의 LTV 확대 등을 공약했는데, 구역 지정을 해제하면 우회적으로 이를 실천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규제 완화가 다시금 집값을 자극할 수 있는 만큼, 정부 당국은 다소 신중한 입장이다. 지난해 12월에도 현행 규제지역을 유지하며 그 이유로 "여전히 낮은 금리 수준 및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을 감안하면, 규제 강도가 낮아지면 국지적 시장 불안이 재연될 수 있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는 "매수 심리 위축과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위해 조정대상지역을 한 번쯤 조정하는 것이 바른 방향이라고 본다"라면서도 "다만 현 정권과 국토교통부 주정심을 생각해 볼 때,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