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락했던 일부 주식, 상품들이 다시 주가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저가매수에 나섰던 투자자들이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다만 이를 섣불리 따라가다 수익 대신 큰 손실이라는 덫에 걸릴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의 조언이다. 최근 연초부터 미국의 금리인상 이슈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던 국내 증시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국제유가, 원자재, 곡물 등 종목, 관련 지수 추종 상품 등이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저가매수 투자가 큰 손실로 이어지는 경우가 연달아 나타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발한 지난 2월 말부터 2주 만에 러시아 주식이 기초 자산인 국내외 상장지수펀드(ETF)를 700억원 이상 사들였다.

지난 2월 21일부터 이달 4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유일 러시아 주식 ETF ‘KINDEX 러시아MSCI(합성)’를 28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에 해당 ETF 가격은 3만120원에서 1만70원으로 66.57% 폭락하면서 고스란히 투자자들의 손실로 이어졌다.

또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들은 ‘반에크 러시아 ETF(RSX)’ 1,955만달러, ‘아이셰어즈MSCI 러시아 ETF(ERUS)’를 1,398만달러, 레버리지 상품인 ‘디렉시온 데일리 러시아 불 2X ETF(RUSL)’ 484만달러 등 규모로 순매수했다. 3개 상품의 순매수 합은 3,837만달러, 약 466억원 수준이다. 이들 모두 상장폐지 되거나 매매가 중단된 상황이다.

지난 3월 14~18일 일주일 간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 주식은 ‘항셍 차이나 엔터프라이즈 인덱스 ETF’이다. 지난 1년 새 주가가 120홍콩달러대에서 70홍콩달러로 반토막나면서 저가매수세가 유입됐다. 하지만 해당 상품이 다시 기존 가격으로 오를지 알 수 없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홍콩증시의 주요 자금원인 유럽계 자금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빠져나간 상황에다가, 중국이 1선 도시인 선전시를 코로나19에 따른 봉쇄조치를 내리는 등 경기침체 가능성도 증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해서다.

최근 국내증시에서는 현대사료 등 사료주가 상한가를 며칠째 이어가고 있다. 국제 곡물 가격이 상승했고, 이에 따라 판가 상승이 일어날 경우 실적 개선이 뒤따르며 주가 상승이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판가 상승에 따른 실적 개선이 단기간에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개인투자자들이 급락 이후 언제 반등이 일어날 것이라는 정확한 분석보다는 기대감에 따른 투자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개인투자자들이 빠르게 늘어났지만, 유튜브 등 SNS 등을 통해 얻은 정보만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투자자들도 많아졌다. 유튜브에 ‘저가매수’를 검색해 봐도 ‘하락장 저가매수 기회’, ‘외국인 사용하는 저가매수 기법’ 등 시선을 끄는 영상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

실제 요즘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이때 샀으면 지금 몇 배 올랐는데’다. 주위에서 이른바 단타로 큰 재미를 본 투자자들을 볼 때면 편승해 높은 수익을 얻고 싶은 조급함이 생길 수밖에 없다.

단순히 지금보다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로 저가매수에 나서는 것은 스스로 마이너스의 늪에 걸어 들어가는 것과 다름없다. 현재와 같이 하루가 다르게 시장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확실하지 않은 정보를 가지고 ‘한방’을 노리는 행위가 성공하길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투자는 돈을 버는 것뿐만 아니라 돈을 지키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