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IFC 전경. 출처=IFC 서울
여의도 IFC 전경. 출처=IFC 서울

[이코노믹리뷰=김동일 기자] ‘여의도 스타필드’ 탄생이 한 발 가까워졌다. 신세계가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인수 결승전’에 오르면서다. 업계는 신세계가 IFC 인수 시 IFC몰을 스타필드몰로 탈바꿈해 더현대서울과 함께 MZ세대 고객을 여의도로 유인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8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이지스자산운용 컨소시엄은 서울 여의도 IFC 인수 적격후보로 선정됐다. 이로써 미래에셋자산운용 자회사인 미래에셋맵스리츠와 최종 인수전을 펼치게 됐다.

지난달 14일 실시된 IFC 매각 2차 본입찰에는 신세계·이지스 컨소와 미래에셋맵스리츠, 싱가포르계 투자업체인 ARA코리아자산운용, 마스턴투자운용, 코람코자산운용 등 5곳이 참여했는데 매각측과 협의 과정에서 3곳이 탈락 또는 인수를 포기했다.

신세계는 스타필드몰을 운영하는 신세계프라퍼티를 앞세워 여의도 IFC에 입성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 측은 이지스운용과 IFC 인수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투자 협력을 강화나가고 있다.

왜 여의도인가

여의도는 원래 쇼핑몰에게 유리한 상권이 아니다. 국내 금융기업이 대거 몰린 대표적 오피스 상권으로 주말에는 유동인구가 평일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게다가 수많은 빌딩이 밀집해 상업 부동산 시세도 높은 편이다. 한 마디로 ‘쇼핑객은 없는데 임대료는 비싼 곳’이다.

지난해 2월 더현대 서울이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빅데이터 스타트업 로플랫에 따르면 더현대 서울 개장 이후 여의도 주말 유동인구는 약 20~40% 늘었다. 지난해 더현대 서울 전체 매출 중 54.3%를 매장에서 10km 이상 떨어진 원거리 고객이 차지했다. 여의도가 ‘원정까지 오는 상권’으로 변한 것이다.

주변 상권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도 향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더현대 서울 반경 5km 내에 올해만 6,700여 세대가 입주할 예정이다. 오는 2025년까지 여의도를 ‘서울디지털금융허브지원센터’로 조성한다는 서울시의 계획에 따라 국내외 핀테크 스타트업들의 여의도 입주도 늘고 있는 상황이다.

스타필드 전경. 출처=신세계프라퍼티
스타필드 전경. 출처=신세계프라퍼티

여의도 ‘MZ 성지’ 탄생할까

업계에서는 신세계가 IFC를 인수할 시 더현대 서울과 함께 ‘MZ 몰이’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더현대 서울 오픈 이후 IFC몰 방문객은 증가했다. 더현대 서울 오픈 첫 주 IFC몰 방문객 수는 전주 대비 32% 증가했고, 이 중 더현대 서울 교차 방문 비율은 약 46%였다. 1년간 교차 방문 비중도 10%를 넘기며 시너지 효과가 이어지고 있다. 더현대 서울은 백화점, 스타필드는 복합쇼핑몰이라는 차별점도 상생 효과에 무게를 두게 한다.

더현대 서울은 공간 구상부터 MZ세대를 겨냥한 점포다. 영업 면적 절반을 실내 조경이나 휴식 공간으로 꾸몄다. 기존 백화점에서 찾아보기 힘든 ‘힙’한 브랜드와 함께 해외 명품 브랜드를 대거 유치하며 차별화된 MD(상품 기획)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 결과, 개점 1년간 매출 8,000억원을 돌파하며 국내 백화점 개점 첫해 매출 신기록을 달성했다. 2030세대가 매출 절반인 50.3%를 차지했다. 이는 기존 현대백화점 15개 점포 평균 20~30대 매출 비중인 24.8%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이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철학과 맞닿는다. 그는 평소 쇼핑몰을 체험 위주의 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수차례 밝힌 바 있다. 매장은 고객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오프라인은 고객 경험의 깊이를 더 강화시켜야 한다”며 “고객이 우리의 공간에서 더욱 많은 시간을 보내게 하는 것이 그룹의 유일한 명제”라고 강조했다.

기존 스타필드 점포에서도 체험을 중시한 정 부회장의 철학을 찾아볼 수 있다. 스타필드는 8.5m 상공에서 뛰어내리는 미니 번지 점프 , 반려동물과 함께 식사할 수 있는 ‘펫파크’, 인공 암벽을 설치한 실내 클라이밍 등 쇼핑과 레저,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일종의 테마 파크처럼 구성돼있다.

다만, 현재 IFC몰이 MZ세대에게 ‘먹히는’ 장소가 아니라는 점은 신세계에게 숙제로 남는다. 지난해 ‘애플스토어’가 입점한 데 이어 도넛으로 유명한 ‘카페 노티드’ 등 MZ에게 인기를 끄는 공간이 늘어났지만, 대다수 매장은 기존 복합쇼핑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세계가 인수한다고 해도 입점 브랜드부터 공간 구성까지 MZ 고객 입맛에 맞춰 대수술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가 IFC를 인수할 경우 여의도 상권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더현대 서울과 경쟁보다 상생하는 관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