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제프리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 사장이 3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브롱코 쇼케이스를 열고 차량과 함께 사진 촬영에 임한 모습. 출처=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
데이비드 제프리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 사장이 3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브롱코 쇼케이스를 열고 차량과 함께 사진 촬영에 임한 모습. 출처=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포드가 준대형 오프로드 SUV ‘뉴 포드 브롱코(New Ford Bronco)’를 중국 외 아시아 권역에선 두 번째로 한국에 출시했다. 포드의 한국지사인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는 한국 소비자들의 요구사항에 부응하기 위해 수년에 걸쳐 브롱코 물량을 확보하는데 공들여 이번 성과를 냈다.

브롱코를 출시하려는 국가별 사업장끼리 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이다. 브롱코가 한국에 상륙한 건 사실상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이하 포드 코리아)와 한국 소비자 양측이 함께 합작해 만들어낸 결실이다.

제프리 사장이 브롱코 쇼케이스 현장에서 차량을 소개하는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제프리 사장이 브롱코 쇼케이스 현장에서 차량을 소개하는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포드 코리아 “공개행사 위해 비행편으로 브롱코 급히 공수”

3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포드세일즈코리아(이하 포드 코리아)의 뉴 포드 브롱코 미디어 쇼케이스 행사가 열렸다. 두꺼운 벽으로 둘러싸인 건물 내부의 쇼케이스 현장 곳곳에 각각 다른 외관 색상의 브롱코 5대가 배치돼있었다. 다만 자세히 보니 인포테인먼트 화면이 한글 아닌 영어로 구성됐다. 포드 코리아가 포드 본사의 미국 미시간(Michigan) 공장에서 만들어진 차량을 급히 공수해와 아직은 한국화 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모델로 확인됐다.

현장에서 만난 김병희 포드 코리아 부장(논테크 트레이닝 교육 매니저)은 “이번 미디어 쇼케이스를 준비하기 위해 에어(비행편)로 급히 들여온 모델들”이라며 “실제 한국 고객에게 인도되는 모델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는 한글이 지원된다”라고 설명했다.

포드 코리아는 지난 1996년 출범한 이후 이번에 처음 오프로드 모델인 브롱코를 선보였다. 그간 본사의 라인업 전략에 발맞춰 포장도로(온로드)에서 고급스러운 감성과 편안한 주행성능 등 매력을 발휘하는 모델을 주로 판매해왔다. 지난해 출시된 픽업트럭 ‘레인저’ 2종이 포드 코리아의 오프로드 라인업을 새롭게 열었지만 SUV 라인업에서는 전무했다.

한편 브롱코가 그간 포드 코리아에 의해 한국에 공식 출시되지 않은 건 단종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포드 코리아가 출범한 시점과 포드 본사의 브롱코 단종 결정이 이뤄진 시점이 같다. 포드는 25년 전 2-도어 모델에 대한 미국 소비자들의 수요가 줄어드는 점을 고려해 당시 4-도어 모델로는 만들어지지 않던 브롱코를 단종하는 결단을 내렸다.

다만 포드는 브롱코를 기억하고 선호하는 전세계 소비자들의 요청을 접수한 동시에 경쟁 브랜드인 미국 지프(JEEP)의 오프로드 시장 입지를 고려해 차량을 부활시켰다. 전세계 완성차 소비자들은 과거에 비해 최근 수년간 차량을 활용한 야외(아웃도어) 활동을 활발히 즐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다.

브롱코의 탑승문과 루프를 탈거한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브롱코의 탑승문과 루프를 탈거한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브롱코, 헤리티지·현대적 감성으로 중무장해 부활

브롱코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비결은 야외활동에 대한 니즈 뿐 아니라 1966년 처음 미출시된 이후 올해까지 57년에 달하는 역사를 이어온 동안 확보한 팬덤(fandom) 덕분이다.

브롱코의 본 고장인 미국의 소비자들은 포드로부터 제공받거나 직접 마련한 부수요소(파츠)를 활용해 차량을 개성있게 꾸밀 수 있는 점에 열광했다. 픽업트럭 등 상용 모델로도 판매됐던 브롱코는 당시 동급 상용 모델 중에선 차주 각자 취향에 따라 개조할 수 있는 점에서 희소가치를 지닌 모델이었다.

포드 코리아 관계자는 “미국 소비자들은 브롱코 단종 이후에도 브롱코네이션(Bronco-nation)이라는 대규모 커뮤니티를 조성해 오랜 기간 운영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포드는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의 브롱코 팬(fan)들을 고려해 차량을 현대적인 모델로 재해석해 내놓았다. 이에 따라 차량은 1세대 모델의 디자인 특징을 일부 계승하는 동시에 소비자 니즈에 따라 2-도어, 4-도어 등 다양한 좌석 규모별 모델로 판매된다. 포드가 그간 개선해온 사륜구동(4×4) 시스템과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SYNC 4, 첨단주행보조시스템(ADAS) 등을 브롱코에 트림별로 차등 탑재했다.

브롱코 주위를 캠핑 용품으로 꾸민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브롱코 주위를 캠핑 용품으로 꾸민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아우터 뱅크스 트림, 온·오프로드에 두루 최적화

한국 고객들이 만날 브롱코 아우터 뱅크스(Outer Banks) 트림은 온·오프로드에 모두 적합한 모델이다. 가격을 기준으론 브롱코 8개 트림(스포트 시리즈 제외) 중 상위 5번째 차량이기도 하다.

트림명 아우터 뱅크스는 미국 동부 해안에 위치한 230㎞ 길이의 장벽 섬 이름과 같다. 위키디피아에 따르면 아우터 뱅크스에는 야생마들이 무리를 이뤄 살고 있다. 영어로 야생마를 의미하는 차명 ‘브롱코’와 일맥상통하는 트림명이다.

브롱코 아우터 뱅크스 트림은 강력한 구동력과 주행보조사양을 동시에 갖춰 균형감 있는 상품성을 달성한 모델이다. 2.7L 가솔린 트윈터보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 등을 탑재해 314마력, 55.0㎏·m 등 수준의 구동력을 발휘한다.

이와 함께 6가지 지형에 최적화해 운행할 수 있는 G.O.A.T 모드를 비롯해 고성능 오프로드 안정성 서스펜션 시스템, 트레일 툴박스 등 오프로드 대응 사양이 장착됐다. 이 뿐 아니라 포드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인 코-파일럿 360과 SYNC 4, 모바일 기기 무선연결 기능 등을 지원한다.

브롱코의 엔진룸 전경.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브롱코의 엔진룸 전경.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지프, 오프로더 시장서 선전…브롱코 부활 계기마련

포드 코리아는 포드의 아시아 사업 권역에서 중동 지역에 이어 두 번째로 수입물량을 배정받는데 성공했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신차의 공급량보다 수요가 더 많은데다 사업장들 사이에서 배정 경쟁 치열한 브롱코를 어떻게 수입할 수 있었을까.

포드 코리아는 최근 국내 오프로드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고려해 본사를 설득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맞수인 지프(스텔란티스 코리아)가 국내에서 오프로더 시리즈인 랭글러로 수요를 활발히 창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텔란티스 코리아는 지난해 기록한 지프 실적 1만449대 중 39.1%(4,083대)를 랭글러(글래디에이터 포함) 라인업으로 채우는 등 오프로더를 활발히 판매하고 있다. 포드 코리아도 같은 기간 레인저 2종을 985대 판매해 전체 실적 6,721대의 14.7% 비중을 채움에 따라 오프로더의 성장성을 체험했다.

포드 코리아가 아우터 뱅크스 트림을 들여온 건 브롱코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니즈가 해당 트림의 특성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포드 코리아가 브롱코를 판매하기 위해 그간 규모 미상의 수많은 한국 소비자들을 설문·분석한 결과 ‘오프로드를 달릴 수 있지만 차량을 대부분 운행할 온로드에서도 잘 달리는 차를 타고 싶다’는 응답이 주를 이룬 것으로 파악됐다. 터프하고 강력한 힘을 지닌 모델을 원할 것이란 포드 코리아 당초 예상이 빗나갔다.

노선희 포드 코리아 전무(마케팅&커뮤니케이션 총괄)는 이날 현장에서 “아우터 뱅크스를 들여온 건 온·오프로드 등 두가지에 대한 니즈를 동시에 보인 한국 소비자들을 위한 결정”이라며 “다만 앞으로도 소비자 목소리에 귀 기울여 차량 선택지 확장 여부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롱코의 크래시 패드 전경.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브롱코의 크래시 패드 전경.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브롱코, 한국인에게 낯선 점은 숙제

포드 코리아가 현장에서 들려준 목소리를 종합해볼 때, 브롱코가 어렵지 않게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떠올랐다. 브롱코를 수입하기 위한 포드 코리아의 열망이 현장에서 그대로 전달됐기 때문이다. 브롱코를 바라보는 포드 코리아 관계자들의 눈빛에는 ‘직접 갖고 싶다’는 사심마저 엿보이기도 했다.

한 포드 코리아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타온 머스탱을 보내고 당장 브롱코를 탈까 생각 중”이라며 “포드 코리아가 그간 브롱코를 들여오기 위해 힘쓴 점을 떠올리면 지금 너무 뿌듯하다”고 강조했다.

포드 코리아는 ‘내가 타고 싶은 차’를 타인인 한국 소비자들과 나누고 싶어하는 의욕을 불태우는 듯했다. 다만 브롱코가 미국인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킨 반면 국내에선 다소 낯선 모델이라는 점은 포드 코리아의 숙제다. 포드 코리아가 수입하기 위해 표출해온 열망으로 이 같은 한국 소비자들을 얼마나 감흥시킬 수 있을지 기대해볼 일이다.

포드 코리아 임직원이 브롱코 쇼케이스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포드 코리아 임직원이 브롱코 쇼케이스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병희 부장, 노선희 전무, 제프리 사장.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