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 서울로 출퇴근하는 신혼부부 A씨(28세)는 동작구 사당동에서 월세살이를 하고 있다. 경기도 외곽지역에 신혼집을 마련했지만, 당장은 A씨가 아닌 전세 세입자가 거주 중이다.  A씨는 부동산 급등기 대출을 일으켜 갭투자로 내 집을 마련한 이른바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음)'이다.

매수해둔 주택은 한때 실거래가가 3억원 상당 오르기도 했지만, 최근 금리 인상이 시작되며 A씨의 고민은 다시 깊어지고 있다.

집값 상승이 수년째 지속되면서 '영끌세대'라는 신조어가 지난해 부동산 시장에 등장했다. 자금 여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20·30대들이 대출을 끌어오고 전세를 놓는 갭투자로 주택 매수에 나서면서다. 자기자본 비율이 낮아 리스크는 크지만, '지금이 아니면 집을 못 구한다'는 불안감에 일단 보유하는 방식을 택하며 이러한 용어도 자리를 잡았다. 

최근 금리 인상이 가팔라지면서 이들의 가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집값과 전셋값의 동반 하락도 불안 요인이다. 상대적으로 대출이 많이 나오고 집값이 낮아 영끌 수요가 몰렸던 수도권 외곽부터 하락 신호가 시작되면서 부담은 커지는 중이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금리 인상, 집값·전셋값 하락 '삼중고' 

23일 한국부동산원 가격동향을 살펴보면, 전국 월간 주택종합 매매가격은 0.10% 오르며, 전달대비 상승폭이 0.19%포인트(p) 축소됐다. 수도권(0.33%→0.06%)과 서울(0.26%→0.04%) 모두 오름세가 둔화되는 중이다. 특히 서울 외곽지역인 노원(-0.08%), 은평(-0.05%), 성북구(-0.04%) 등이 중저가 위주로 매물이 적체되면서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전세가격의 경우에도 전국 기준 변동률 0.07%를 기록하며, 한 달 새 0.18%p 오름폭이 꺾였다. 수도권(0.25%→0.01%)과 서울(0.24%→0.04%) 모두 0.20%p 이상 상승폭이 축소됐다. 서울에서는 노원(-0.12%)과 서대문구(-0.02%) 등이 내림세를 이끌었다.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가 시작되며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집값과 전셋값이 보합 전환을 앞두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1.25%로 올랐고, 지난해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제에 이어 올해 1월부터 차주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시작된 상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러한 돈줄 옥죄기가 '예상했던 수준'이라는 반응이지만, 문제는 지난해 레버리지를 통해 매수에 나섰던 영끌세대다.

지난해 특히 서울에서는 보금자리론이 가능한 6억원 미만의 주택이 자취를 감추면서, 신용대출과 마이너스 통장을 끌어모으거나 갭투자를 통해 주택을 매수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몇달 전만해도 이러한 풍조가 당연시됐지만, 저금리 시대가 종결되며 시장 분위기는 빠르게 반전되고 있다.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살펴보면, 지난해 12월 말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63%, 신용대출 금리는 5.12%를 기록했다. 이는 1년 동안 각각 0.83%p, 1.66%p 오른 수치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미국의 금리 인상도 주목되는 시점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주담대 금리가 향후 7%로 오를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을 고려해야"

금리가 인상되면 영끌 매수자들이 한 달에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많게는 수십만원 상당 늘어나게 된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최대한 적용받아 9억원 주택을 매수한 경우, 금리가 2%일 때는 30년 만기 기준 9억원 주택의 월별 상환액은 134만원이다. 하지만 금리가 3%만 올라도 195만원, 4%의 경우에는 217만원으로 오르게 된다. 도시근로자 소득수준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상승하는 셈이다.

더불어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떨어지면 갭투자한 주택에 필요한 자금은 늘어나게 되는데, 양도세와 취득세 부담으로 단기간 주택을 사고팔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금리인상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자산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차주별 DSR이 높을수록 금리 인상에 치명적"이라며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고정금리나 비교적 금리 변동주기가 긴 상품을 선택하지만 신용대출이나 전세대출은 금리 변동 주기가 더 짧다"라고 전했다. 

더욱이 "급할수록 당장 금리가 낮은 상품을 선택하다 보니 금리 변동주기가 긴 상품보다 짧은 상품을 선택하면서 금리인상 리스크에 노출된다"라고 지적했다.

김 수석위원은 "본격적인 금리인상기에 들어선 만큼 당장 변동금리보다는 높지만, 추가 금리인상 리스크를 피하는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을 고려해 보는 것이 좋다"라면서 "기존 보유 대출은 비교적 대출금리가 높고 DSR 상환 기간이 짧은 신용대출 등을 먼저 상환해 나가는 것을 추천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