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네 정거장을 지나면 마포구 공덕역이다. 이곳 5번 출구에서 만리재로를 따라 20여분 걸으면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후보지로 지정된 공덕A구역이 나온다. 마포구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이 재개발 구역은 '역세권'이라기엔 다소 외곽이다. 하지만 지하철 공덕역·애오개역, 철도역 서울역이 인접한 요충지로, 만리재로를 따라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는 중이다. 

그간 종로와 여의도의 업무지구를 연결하던 마포 공덕동은 최근 배후도시에서 신흥주거 중심지로 성장하고 있다. 각종 업무시설과 상가가 들어선 이곳은 정비사업을 통해 신축 브랜드 아파트들이 공급되고 있다. 인근에 한강과 효창공원을 포함한 녹지 공간도 풍부하고, 철도 교통 호재도 발표된 상태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이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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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공덕동 11-24번지 일대 8만2,320㎡ 면적의 구역이 지난해 말 서울시의 신통기획 후보지로 선정됐다. 공덕A구역으로 이름 붙은 이곳은 만리재로를 향해 가파르게 경사진 언덕배기에 30년 된 저층 주택이 들어서 있어, 이번 후보지 선정이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인근에 래미안 브랜드 타운이 들어서 있는 반면, 이곳은 잠잠했던 만큼 개발 기대감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공덕에서는 만리재로를 따라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다. 가장 속도가 빠른 곳은 맞은편의 공덕1구역(1,121가구)이다. GS건설과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시공을 맡아, 올해 하반기 분양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덕6구역(170가구), 공덕18구역(561가구) 등 중소규모 정비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아울러 공덕A구역의 바로 옆으로도 비슷한 규모의 청파2구역이 신통기획 후보지로 선정된 상태다.

공덕A구역은 절차 간소화와 빠른 주택 공급을 내세운 신통기획으로 진행되는 만큼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이곳은 본래 2종7층 거주지역이 혼합돼 고층 개발이 불가능했지만, 후보지로 선정되면서 최고 25층까지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게 된다. 또 정비구역지정까지 걸리는 시간이 2~3년 상당 단축될 예정이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이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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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방문한 공덕A구역에는 눈길을 끄는 신축 주택이나 상업시설은 없었다. 대로변과 맞닿은 곳에 새로 지은 주택이 한두채 보였지만, 대다수가 오래된 단독·다가구 주택이었다. 조용한 주택가 사이로 낡은 간판의 이발소와 철물점이 영업하고 있었다. 토지소유주는 814명으로 적지 않지만, 신축 빌라 등의 난립은 적었다는 설명이다.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새 빌라는 대여섯개 정도로 원주민이 많이 살고 있다"라면서 "워낙 노후도가 높아 신통기획 전에도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었다"라고 전했다.

평일 오후 동네의 분위기는 조용했지만, 지난해 하반기 재개발 동의서를 걷기 시작한 뒤로 집값이 한 차례 술렁인 것으로 전해진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원래 대지면적 기준으로 평당 3,000만원 하던 것이 수천만원 올랐다"라며 "많게는 8,000만원까지도 집주인들이 불렀는데, 지금은 거의 물건이 없다고 보면 된다"라고 전했다. 사업 본격화 이후 집값 상승을 기대한 집주인들이 물건을 거둬들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곳은 지난달 2일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실거주하는 경우에만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 집을 사고팔 수 있게 됐다. 또한 지분쪼개기와 신축 빌라 난립을 방지하기 위해 건축허가가 제한되고, 지난해 9월 23일로 권리산정일이 공고된 상태다.

다만 인근 준신축 아파트의 집값이 전용 85㎡ 기준으로 10억원을 호가하고 있어 높은 가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만리재로를 따라 늘어선 래미안 브랜드타운 중에서 공덕A구역과 가장 가까운 '삼성래미안'으로, 전용 85㎡ 주택형이 최고 13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공덕역과 인접한 '신공덕삼성래미안1차'는 같은 면적이 지난해 8월 15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대출저항선인 15억원을 넘어섰다.

공덕은 기존에도 마·용·성(마포·용산·성동)으로 묶이는 고가 아파트 지역이었지만, 몇 년 새 철도노선 관련 기대감이 높아지는 중이다. 현재 신안산선 1단계 사업으로 경기 서남부와 서울의 업무지구인 영등포와 여의도를 잇는 공사가 추진되고 있다. 1단계 사업이 완료되면 여의도와 마포 공덕, 서울역을 연결하는 2단계 사업이 본격 시작된다는 예상이다. 이 2단계 사업으로 '만리재역'이 신설될지가 지역의 오랜 관심사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이소현 기자
사진=이코노믹리뷰 이소현 기자

한편, 이번 신속통합기획으로 선정된 후보지들은 모두 정비구역지정도 완료되지 않은 초기 정비사업지로, 분양까지 갈 길이 멀다. 또 시의 지원으로 인허가 절차가 간소환된다고 해도, 분양가 통제 등 사업성과 직결된 정비사업 규제가 난점으로 남아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신통기획으로 기간을 줄인다고 해도, 결국에는 마지막에 큰 과제를 남겨 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