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도다솔 기자] 대우조선해양(042660)이 다시 한 번 새 주인 찾기에 나설 전망이다. 산업은행은 오는 3월 외부기관의 경영컨설팅이 끝난 후에 대우조선의 처리 문제에 대한 ‘플랜 B’를 결정할 예정이다.

3년가량 끌어오던 현대중공업과의 인수·합병(M&A)은 지난달 유럽연합(EU)의 반대로 끝내 무산됐다. 산은은 다시 대우조선의 새 주인 찾기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나 시가총액 2조원이 넘고 조 단위 부채까지 안고 있는 대우조선을 품을 기업 찾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대우조선 재매각은 오는 5월 차기 정부 출범 이후에 본격 추진될 것으로 관측된다. 대우조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은 지난달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M&A가 무산된 것과 관련해 “국내 조선산업의 발전을 위해 ‘주인 찾아주기’는 반드시 다시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KDB산업은행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KDB산업은행

이 회장은 “현대중공업과의 기업결합을 추진하면서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무실사, 경영컨설팅 등 사전준비 작업도 병행해 왔다”며 “따라서 정상화 가능성 확인 없이, 조선업 발전을 이루기 위해 필요하다는 확신 없이, 산은의 추가 금융지원은 불가하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의 새 주인을 찾는 구체적인 방안은 외부 경영컨설팅을 마친 후인 3월 이후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빚도 덩치도 큰 대우조선 

업계에서는 이렇다 할 마땅한 인수 후보가 거론되지 않을 정도로 대우조선 재매각은 안갯속이다. 대우조선의 시총은 2조3,000억원이 넘고 수조원의 부채가 누적된 상황이기 때문에 선뜻 나설만한 기업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또 조선업은 사이클 산업인 만큼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높고 방산 부문도 포함하고 있어 외국기업이나 사모펀드 등에 매각하기도 사실상 불가하다.

포스코와 한화는 2008년 대우조선 매각 입찰에 나선 경험이 있다 보니 현대중공업과의 M&A 무산 이후 가장 먼저 새 주인 후보로 거론됐다. 그러나 포스코는 지주회사 전환을 앞두고 수소와 리튬 등 2차전지 소재를 중장기 신사업 투자로 대우조선 인수 의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역시 친환경 에너지, 우주항공 분야 등 신사업에 집중하면서 대우조선 인수를 검토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외에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효성·SM상선도 대우조선 인수 의지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내에서 인수 후보 찾기는 업계 밖보다 더 어렵다. 국내 조선 3사중 하나인 삼성중공업은 2020년까지 6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자본잠식 위기를 맞았고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를 실시하며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 상황이다.

또 EU경쟁당국이 인수 불허 이유였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독과점 우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운반선 78척 중 22척을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한 15척과 합하면 절반에 가깝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1~3분기 영업손실이 1조2,393억원을 기록했다. 금융업계에서는 4분기까지 포함한 지난해 영업손실은 총 1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297%로, 2020년 말대비 130%p나 상승했다. 여기에 1년 내 갚아야 할 채무도 6조원이 넘는다.

대우조선해양의 LNG운반선. 사진=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의 LNG운반선. 사진=대우조선해양

반면 대우조선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수주를 이어가는 등 조선업황이 살아나고 있다는 점은 새 주인 찾기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수주 목표의 40%를 초과 달성했으며 올해 1월 3조원 이상을 수주하면서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의 수주 규모를 한 달 만에 채웠다.

정부는 일단 대우조선해양의 경쟁력 강화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기업결합을 추진했던 당시 수주절벽에 따른 국내 조선사간 가격경쟁, 과잉공급 등 문제들이 지난해부터 본격 시작된 조선업황 회복으로 사라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대우조선해양이 정상적으로 수주와 조업을 할 수 있도록 연 35억 달러의 RG(선수금보증), 2조9,000억원의 한도대출, 1조8,000억원 대출 상환유예 등 기존 금융지원을 올해 말까지 연장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2008년 대우조선해양의 매각 금액이 6조원 이상이었던 것에 비하면 현재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데다 강화된 IMO 환경규제로 향후 LNG선 등 고부가가치선박의 발주가 대거 예정돼 있다”면서 “조선업종 자체가 영업이익률이 크지 않고 외부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이라 선뜻 나설 기업이 없어 보이지만 인수하려면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