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지난해 5대 광역시에서 집값 상승률 1위를 기록했던 대전도 확대되는 부동산 관망세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으로 매수 심리가 얼어붙고, 규제지역 확대에도 불구하고 꿈쩍도 안하던 지방 대도시의 집값도 흔들리고 있다. 단기간 급등한 피로감에 거래도 실종되며 곳곳에서 집값 하락이 포착되고 있다.

2년 연속 두 자릿수 상승···연초부터 '뚝'

18일 한국부동산원의 월간 전국주택가격동향을 살펴보면, 올해 1월 대전의 매매가격은 -0.08% 하락했다. 월간 기준으로 이 지역이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2018년 6월 이후 43개월만이다. 전국 집값도 상승폭은 둔화됐지만, 0.10% 변동률을 기록하며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5대 광역시 전체로는 0.03% 변동률을 나타냈다. 

대전은 지난해 5대 광역시 중에서 가장 가파르게 집값이 오른 곳이다. 2020년 연간 13.99% 오른 데 이어, 2021년 11.55% 상승했다. 앞서 고강도 주택 규제인 6.17대책으로 대부분의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뒤에도 상승세를 이어간 바 있다. 

집값 흐름이 꺾인 시점은 지난해 하반기다. 지난해 10월만해도 월간 상승률은 0.87%를 기록했지만, 이후 11월 0.57%→12월 0.15% 수준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올해 1월 들어서는 대구(-0.22%)에 이어 두 번째로 하락 전환한 5대 광역시가 됐다.

급등 피로감이 누적된 데다가 돈줄 옥죄기가 시작되면서 매수 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상승기 대전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약 3억5,870만원으로 2년 전보다 1억원 이상 올랐다. 정부는 지난해말 가계대출 총량제를 가동된 데 이어, 올해부터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본격적으로 시행한 상황이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10억원 이상의 대장 아파트들의 집값도 조정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을 살펴보면, 대전 유성구 '스마트시티5단지'의 전용 134㎡ 아파트는 지난달 21일 17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한때 1년 만에 5억원 상당 오르기도 했지만, 올해 들어 직전 신고가보다 1억원 가까이 떨어진 가격이 팔렸다. 서구 둔산동의 '영진햇님' 전용 127㎡ 또한 지난달 18일 10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단지의 최고가는 12억원이다. 

일부 대규모 단지들은 거래가 실종된 상태다. 1,300여 가구 규모의 단지A는 지난해 9월 이후로는 체결된 매매계약이 단 1건에 불과하다. 인근의 다른 아파트 또한 같은 해 7월을 마지막으로 거래가 끊겼다. 유성구의 한 중개업자는 "실거래가 있어야 지금 매수하는 게 좋은지 아닌지 결정할 것인데, 거래가 없어도 너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통계상으로도 대전 전체의 아파트 거래량은 반토막 났다. 지난해 12월 거래 건수는 2,236가구로, 전년 동월(3,890건)과 비교해 42.51% 감소했다. 전년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유성구(1,147건, -74%)가 가장 큰 폭으로 급감했고, 중구(165건, -60.80%)와 서구(551건, -49.90%) 등도 가파르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급등 피로감+입주 시작 "회복 더딜 것"

이처럼 시장 열기가 식으면서 전문가들은 당분간 집값 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늘어나는 입주 물량도 하방요인이라는 설명이다. 부동산R114 자료를 살펴보면, 올해 대전의 입주 예정 물량은 9,863가구로 집계됐다. 지난 5~6년간 연 평균 5,000가구가 입주한 것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늘어난 숫자다. 

임병철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다른 광역시도 마찬가지겠지만, 대전은 그 중에서도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으로 꼽히는 곳"이라면서 "급등 피로감이 쌓여 있는 지역인데, 입주 물량도 늘어나게 된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런 지역은 약세 시장이 연출되거나 회복이 더딜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 경인여대 교수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는 지역경제 기반에 의해 집값이 결정될 것인데, 현재 각종 지역 개발 공약들이 발표된 상황"이라면서 "다만 그간 가격이 많이 올랐고,  지금은 매수세가 위축돼 매매가격의 횡보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