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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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정비계획안이 통과되면서 한 번 팔아보려는 집주인들이 물건을 내놓고 있지만 저렴한 매물은 한두개에 불과합니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공인중개소A)

오세훈 서울시장의 재건축 활성화 정책이 가시화되면서, 강남권 일대 노후 단지들이 술렁이고 있다. 수년간 지지부진했던 잠실주공5단지의 정비계획안이 통과됐는데, 기존의 '한강변 35층룰'을 깨고 최고 50층으로 개발하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집값이 하락 전환한 가운데 재건축이 다시금 가격 상승을 자극할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잠실5단지 통과되자, "압·여·은 주목"

17일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인근의 공인중개소A는 "7년 만에 정비계획안이 통과됐고, 연말 안에 건축 심의를 들어갈 것"이라면서 "밑바닥에 나와 있는 저렴한 매물들만 소진되면 호가는 곧 올라갈 것이라고 본다"라고 전했다. 현재 단지의 호가는 전용 76㎡ 기준 28억원부터 시작하며, 단지의 신고가는 실거래가 기준으로 28억7,000만원이다. 

잠실주공5단지는 전날 정비계획안이 서울시의 도시계획워원회(도계위) 수권소위를 통과했다. 지난 2014년 주민들이 재건축 사업을 시작하고, 2017년 9월 정비계획안이 조건부 통과된 지 수년 만이다. 수권소위는 도계위의 권한을 위임받아 정비계획안을 검토한다. 비교적 간단한 단계인 만큼 그간 주민들의 원성이 컸다는 평가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단지는 수권소위만 넘으면 다음 단계인 건축심의로 바로 넘어갈 수 있는 단계였다"라며 "간단한 사안인데 이걸 검토한다고 4년간 붙잡아 두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재건축 규제였던 '아파트 35층 고도제한'이 풀린 점도 주목을 모으고 있다. 잠실주공5단지는 최고 50층 개발을 통해 총 6,815가구 규모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층수 규제안이 담겼던 '2030서울플랜'도 올해 상반기 전면적으로 개정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이번 잠실주공5단지를 시작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의 재건축 활성화 정책을 가시화한다는 방침이다.

상황이 이렇자 압구정과 여의도, 대치 등 그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기도 했던 서울의 대표 재건축 단지들로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구철 도시정비포럼 회장은 "잠실주공5단지 소식이 알려지면서, 압구정·여의도·은마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치동 은마는 (정비계획안을 접수해) 서울시가 결단만 내리면 잠실주공5단지처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면서 "여의도는 개별단지가 많으니 원칙만 세우면 쉬울 것이고, 압구정은 큰 도시계획을 세워야 해 시일이 다소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물 쌓이는 '빙하기' 풀릴까

재건축 규제 완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시장의 관심도도 높아지는 중이다. 시장의 거래가 급감하고 매수 심리가 위축되면서 매물이 풀리는 곳도 나오고 있지만, 신고가 경신이 이어지는 등 자산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현재 주목받고 있는 잠실주공5단지를 비롯해 압구정, 여의도, 대치동 은마 아파트 등은 모두 토지거래허가구역(이하 허가제)으로 묶이면서 거래가 실종된 상태다. 잠실주공5단지는 이번 발표 이후 시장에 나오는 매물이 늘어났다. 초고가 아파트인 강남구 압구정의 경우에도 지난해 12월 이후 신고된 거래가 6건에 불과하다.

하지만 조만간 신고가 이하에 나온 매물부터 소진되며 호가가 오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잠실주공5단지 인근의 중개업자는 "정비계획안이 통과되자, 이번 기회에 집을 매도하려는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고 있다"라면서 "허가제 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시장이 한동안 조용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곧 28억원에 나온 매물부터 들어가고, 29억원부터 호가가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존 실거래가보다 10억원 이상 오른  거래도 신고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실거래가 시스템을 살펴보면, 압구정 현대 1,2차 아파트는 전용 196㎡ 주택형(9층)이 지난달 18일 80억원에 거래됐다. 직전 최고가는 지난해 3월 31일 64억원으로, 한 번에 15억원 가까이 오르면서 상승했다. 단지 인근의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허가제로 지금은 오히려 가격이 눌려 있는 것"이라며 "지난달 다른 평수도 신고가 거래됐고, 규제만 풀리면 수억원씩 오를 곳이 압구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