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다희 기자] 미국 증시의 주도주 역할을 해온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실적 발표에 따라 출렁이면서 기술주 중심인 나스닥 지수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몇몇 기업들의 가격 조정에 지수 자체가 흔들리면서 일각에서는 상승장이 끝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약세장 전환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의 주요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이 중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3.74%(538.73포인트) 하락하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이는 2020년 9월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이 같은 하락은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긴축 움직임에 고성장주들에 대한 조정 압력이 높아지는 가운데 실적시즌을 맞은 대형 기술기업들의 주가가 널뛰기를 하고 있는 영향이다.

지난 2일(현지시간) 장마감 이후 실적을 발표한 페이스북의 모기업 메타 플랫폼스는 시간외거래에서 20% 이상 크게 하락했다. 3일(현지시간) 정규장에서도 전 거래일 대비 26.39% 하락한 237.76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하락으로 메타의 시가총액 약 2,500억달러(한화 약 300조원)가 증발했다.

분기 매출은 336억7,000만달러로 기존 예상(334억달러)과 유사한 수준을 보이며 양호했지만, 1분기 매출 전망이 시장의 예상치를 하회하면서 주가가 크게 밀렸다. 메타는 올해 1분기 매출이 270억~29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메타의 1분기 매출액을 301억5,000만달러 수준으로 전망한 바 있다. 메타는 애플의 개인정보 보호 규칙 변경 여파로 올해 매출이 100억달러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애플은 지난 1월 27일(현지시간) 2022회계연도 1분기(10월~12월) 실적을 발표한 이후 주가가 크게 올랐다. 공급망 불안에 따른 실적 우려에도 불구하고 매출액은 1,239억5,000만달러(한화 약 149조2,000억원), 주당순이익(EPS)은 2.1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 19.6% 증가한 수치다. 다음 분기(1월~3월) 전망도 전년 동기 대비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은 실적 발표 이후 4거래일 간 10% 이상 상승했다.

3일(현지시간) 장마감 이후 실적을 발표한 아마존 역시 기존 실적 악화 우려에 주가가 약세를 지속했지만 이날 장마감 후 양호한 실적 발표와 다음 분기 전망치, 가격 인상 소식 등에 시간외거래에서 15% 가량 급등했다.  

빅테크 기업들이 실적과 전망에 따라 주가가 큰 폭으로 갈리면서 빅테크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메타의 주가 하락 요인은) 전년대비 매출 성장률이 2021년 2분기를 고점으로 둔화되면서 기업의 성장에 대한 우려가 급격히 확대됐기 때문”이라면서 “2022년에 진입한 이후 각 기업들의 전망의 방향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은 테크 업종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4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애플과 구글, AMD 등은 양호한 실적과 전망을 발표한 반면 메타, 인텔 등은 불확실한 전망을 제시했다”면서 “점유율을 얻는 기업과 잃고 있는 기업의 전망이 각각 다른 방향을 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나스닥 버블 붕괴 등 시장 전반의 약세장 전환 예상은 기우라고 판단했다. 한상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변동성이 극심해 장기적인 약세장에 대한 우려가 크다”면서 “2000년 나스닥 버블이 터질 때를 기억해야 한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지만 경기 침체가 없는 긴축만으로 주식 시장이 약세장으로 전환됐던 사례는 드물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ARK ETF가 버블 붕괴 과정을 나스닥 대신 경험하고 있다”면서 “2000년 나스닥 사례와 비교하면 가격 조정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상승장은 끝나지 않았고 기대 이익은 성장주가 더 클 가능성이 높다는 기존의 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