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 본사. 출처=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본사. 출처=우리금융그룹

[이코노믹리뷰=박창민 기자] 그 동안 감소세를 보이던 부실채권(NPL) 시장 규모가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2년간의 은행권 금융지원이 오는 3월 말 종료되는 데다 금리 인상기가 겹치며 수면 아래 있던 대규모 NPL 물량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이에 금융그룹들도 부실채권 투자 전문 회사를 잇따라 설립하며 NPL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민영화 이후 첫 비은행 강화 행보로 NPL 시장을 택했다. 우리금융은 우리금융에프앤아이(F&I)를 출범하고 자본금 2000억원을 수혈하며 단절됐던 과거 NPL 업계 1위의 명성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민영화 이후 비은행 강화 첫 걸음 '우리금융F&I'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 9일 NPL 투자 전문 회사 ‘우리금융F&I’를 출범했다. 이에 앞선 지난해 12월 투자팀, 경영관리팀, 재무관리팀 팀장·팀원급 인력을 각 한 자리수로 채용했다. 현재 우리금융F&I는 2개 본부(투자본부, 경영본부), 4개 부서로 구성됐다. NPL(Non Performing Loan)은 은행 등 금융기관이 돈을 빌려주고 원금이나 이자를 3개월 이상 회수하지 못한 부실채권을 말한다.

NPL 투자 업계에서 우리금융F&I는 낯익은 경쟁사다. 우리금융이 2001년 11월 설립한 ‘우리F&I(현 대신F&I)’는 2014년까지 NPL 업계 1위로 자리매김한 바 있다. 다만 예금보험공사의 공적자금 회수전략에 따라 알짜배기였던 우리F&I를 대신증권에 매각했다.

우리금융이 지난해 민영화에 성공한 이후 NPL 시장에 다시 진출한 이유는 비은행 부문 강화다. 부문 강화다. 민영화와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는 우리금융이 종합금융그룹 도약과 과거 1위 민간 금융사라는 영광을 되찾기 위해 선제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여겨졌다. 정부 입김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이미지는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더하는 요소였다.

또한 2018년 출범한 우리금융은 다른 금융지주와 비교해 그룹사 라인업이 빈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우리금융 실적은 그룹 맏형 격인 우리은행 실적에 높은 의존를 보이며 우리은행 실적 향방에 따라 지주 실적도 큰 폭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민영화 숙원을 푼 우리금융이 다음 스텝으로 비은행 부문 강화에 나선 이유다.

우리금융은 증권사를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한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 증권사는 은행 부문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비은행 핵심 수익처여서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저금리 기조와 자산 시장 성장으로 자금이 투자 업계로 몰리며 현재 증권사 매물이 시장에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우리금융은 과거 업계 1위 노하우와 우리F&I 매각 이후에도 우리종합금융을 통해 꾸준히 시장과 호흡해 온 NPL 투자사 설립으로 우선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3월 코로나 금융지원 종료…NPL 시장 '턴라운드' 관측

수 년간 위축됐던 NPL 시장도 올해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20년 4월부터 세 차례 연장해 온 은행권의 대출 만기연장, 원리금 상환유예 가이드라인이 오는 3월로 종료되기 때문이다. 이 가이드라인은 △대출만기 연장 △원금상환 유예 △이자상환 유예 등 대출지원 3종 세트를 골자로 하는 금융 지원책이다.

그 동안 이 같은 지원을 받은 채권은 정상 채권으로 분류돼 왔다. 업계에서는 3월 말 금융지원이 종료되면 가려져 있던 부실채권이 올해 하반기부터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NPL 시장이 당분간 과열될 것으로 보고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4조원대였던 NPL 시장 규모는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이뤄진 이래 2020년 3조7,501억원, 지난해 2조9,900억원으로 대폭 축소된 상태다.

우리금융F&I는 1금융권 입찰 형태로 공급되는 일반담보부채권과 기업회생채권 위주로 투자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통상 NPL은 일반담보부채권, 기업회생채권, 신용회복, 개인회생, 신용채권(카드채권 등 포함), 전환무담보채권 등으로 분류된다.

NPL 시장 주요 경쟁사는 산업은행 산하 연합자산관리인 유암코, 하나금융의 NPL 투자사인 ‘하나F&I’, 대신증권 자회사 ‘대신F&I’ 등이다. 다우키움그룹의 ‘키움F&I’도 2020년 10월 시장에 진출했다. 자본금 규모 는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유암코(1조2,616억원), 대신F&I(8,580억원), 하나F&I(2,783억원) 순이다.

이 가운데 키움F&I는 추가 자금 수혈을 받아 1000억원 규모의 자본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순익 규모로는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대신F&I가 4,307억원으로 가장 크다. 이어 연합자산관리(1,541억원), 하나F&I(198억원) 등의 순이다. 우리금융F&I은 초기 투입 자본으로는 상대적으로 큰 2000억원의 자본금으로 시장에 발을 내딛는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우리금융F&I 설립은 코로나 이후 NPL시장 규모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해 전략적으로 결정된 것”이라며, “우리은행, 우리종금, 우리금융캐피탈, 우리자산신탁 등 관련 자회사들과 다방면에 걸친 시너지 창출 등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