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부터는 이기적으로 살아도 좋다> 오츠카 히사시 지음, 유미진 옮김, 한스미디어 펴냄.

50이 되면 인생의 대부분이 의미를 잃어버린 것 같은 감정에 사로잡힐 수 있다. 앞으로 20년은 더 너끈히 일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회사에서는 공공연하게 퇴직 압박이 들어오고, 언제까지나 자기를 따를 것같던 후배들도 자신을 ‘꼰대’ 취급을 하는 듯하다.

자녀 학자금 걱정에서 간신히 벗어났는데 부모님들이 아파오고, 술 한 잔 하며 세상 이야기로 시름을 잊곤 했던 친구들도 하나 둘 멀어진다. 어디 한군데 의지할 데가 없는 나이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기에 좌절하고 후회하는 삶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되면 나머지 인생도 해답이 없어진다. 저자는 ‘50대에 이것을 해뒀더라면…’하고 후회하는 1만 명의 목소리를 그러모아 ‘후회하지 않고 50대를 사는 법’을 정리했다. 핵심 메시지는 “50대는 좀 더 이기적으로 살라”이다.

◇ 자신을 우선하는 ‘시간 사용법’ 만들라

50대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많다. 정년퇴직 후 계약직으로 재고용 될 수도 있고, 조기퇴직을 택해 다른 회사로 옮길 수도 있다. 퇴직 후 창업하여 80세를 훌쩍 넘어서까지 일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은퇴 후 취미 생활을 즐기며 살거나 자원 봉사 등으로 사회 공헌을 할 수도 있겠다.

저자는 무엇보다 50대는 조직이 우선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우선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관심비율은 ‘회사 3: 자기 자신 7’, 아니면 ‘회사 2: 자기 자신 8’ 이다. 그러려면 ‘시간 사용법’도 자신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

일정을 세울 때 가장 먼저 ‘자신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라는 얘기다. ‘정년 이후의 콘셉트를 생각하는 시간’이나 ‘무언가를 남기기 위한 시간’이라도 좋고, ‘정년 후 재취업을 위해 기술을 연마하는 시간’이든 ‘이직 준비를 구체적으로 하는 시간’이라도 좋다.

무엇보다 ‘정년 후의 인생은 이래야만 한다’는 통념에 얽매이지 말고, ‘인생은 저마다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다.

◇ "몸에 밴 습관과 생각, 모두 재구축하라”

앞으로 자기 자신을 위해 이기적으로 살겠다고 결심한다고 해도 오랜 세월 몸에 밴 습관과 마인드는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50대를 ‘디톡스 기간’으로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자신이 해온 일과 업적, 인간관계와 삶을 총체적으로 결산하고 앞으로의 50년을 계획하라는 것이다.

만약 스무 살에 앞으로의 30년을 설계하고 살았더라면 지금 50의 당신은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해보라. 마찬가지다. 지금 50의 나이에 30년을 계획하고 살아간다면 이후의 인생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질 것이다. 그러므로 50부터는 이기적으로 살아도 좋다고 생각하고 지금부터 남은 인생을 새로이 시작해보라.

살아 있는 정어리를 운반할 때 수조 안에 천적인 메기를 같이 넣으면 정어리들이 메기를 피하느라 움직임이 빨라져 정어리의 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이질적인 것’이 들어가면 조직 내에 긴장감이 고조된다는 말이다.

항상 똑같은 멤버와 어울리고 동질적인 팀 안에 있을 때도 인간으로서의 선도가 떨어진다. 일벌레처럼 오로지 회사 업무만 하며 살아온 남성이 50대가 되어 피아노 교실에 다니거나 잠시 직장을 떠난 여성이 굳게 결심하고 ‘수준 높은 연구 모임’에 참가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자원봉사 활동이나 학부모회에 참가해 보는 것도 좋다.

50대 들어 대학이나 대학원에 진학하여 다시 공부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헨리 포드의 말처럼 ‘계속 배우는 사람은 언제나 젊다(Anyone who keeps learning stays young)’. 공부하는 것을 잊어버린 사람은 급속하게 늙어간다.

◇ “정년 이후 30년, 한데 묶지 말라”

정년 이후의 30년은 길다. 막연하게 계획을 세우지 말고 4단계로 나누어 현실적인 계획을 그려보라.

▲50~59세는 준비 기간이다. 준비 기간은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 전의 검토 단계를 포함하여 길면 길수록 좋다. 이직, 이적, 독립 등을 준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확장할 수 있으며, 자신의 시장가치를 높이는 데 필요한 자격증을 취득할 수가 있다.

▲60~64세는 시행 및 수정 기간이다. 정년 후에 인생이 상상한 대로 펼쳐지기는 어렵다. 정년 후 5년 정도는 처음부터 시행착오를 하는 기간으로 여기고, 잘못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수정하면서 세밀하게 조정을 되풀이하는 시기로 삼는 것이 좋다.

▲65~74세는 진정으로 자신을 위한 인생을 펼치는 시기가 되어야 한다. 일의 책임이나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되고, 자녀도 독립하며, 주택 대출금도 끝나 진정한 의미로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시기다. 저자는 이 시기를 현실 생활의 전반기라고 칭한다. 하지만 취미생활만 하는 경우라도 ‘일한다’는 선택지는 반드시 필요하다. 요즘의 60~70대는 취미 생활로 보내기에는 너무 건강하고 기운이 넘치기 때문이다.

▲75세 이후로는 진정으로 자신을 위한 인생이어야 한다. 이 현실 생활의 후반기에는 건강상의 문제가 늘어날 수 있다. 전반기처럼 살 수는 없다.

◇50대, ‘일하는 척’ ‘간섭 욕구’ 내려놓아야

40대까지는 계속 해서 잘하는 일을 늘려간다는 것이 상식이었다. 하지만 50대에 그렇게 하면 메타볼릭 신드롬(대사증후군)에 걸릴 우려가 있다. 중년층 비만은 기초대사량이 떨어졌는데도 젊었을 때처럼 식생활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회사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확장주의를 멈춰야 한다. 예를 들어, 회사 업무를 위해 영어공부를 처음부터 다시 하겠다는 것은 과욕이다. 팔방미인이 되겠다는 욕심도 버려라.

책임감을 내려 놓는 것도 좋다. 직급정년의 벽에 부딪혔을 경우 책임에서 벗어나 홀가분하게 자기 재량으로 좋아하는 회사 일을 하면 된다.

유능한 상사로 인정받고 싶은 유혹에서도 벗어나라. 유능하고 존경받는 상사를 꿈꾸는 50대는 회사 내에서 후배 말을 듣지 않고 원치도 않는 조언을 해주는 꼰대 상사가 될 수 있다. 남에게 맡겨서 성과가 60%라면 훌륭한 것이라고 여겨라.

50대가 되면 싫은 사람과는 상종하지 말라. 직장생활 30년간 참고 살았으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앞으로 남은 직장생활에서는 이기적으로 살아도 괜찮을 것이다.

명함이 없더라도 자신에 대해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과시 욕구에서도 벗어나고, 취미나 관심이 있는 분야 등 자신을 어떠한 사람인지를 말할 수 있도록 하라.

일본에서는 월급은 많이 받지만 입으로만 일하는 50대를 ‘요정’이라고 부른다. 이름은 있지만 조직 내에서 존재감이 없다는 것이다. 요정이라고 불리든 말든, 일하고 있는 시늉을 하지 말라.

쓸데없이 회의를 소집하거나 남보다 일찍 출근해서 후배들에게 부담을 주지도 말라. 이견을 조정해주겠다며 자꾸만 끼어드는 일도 말아야 한다. 후배들을 술자리에 끌어들이는 일도 자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