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현대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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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김동일 기자] 백화점 업계가 설 대목을 맞아 활짝 웃었다. 고가 프리미엄 선물과 10만원대 농수축산물 판매량이 급증하며 명절 선물 매출은 고공행진했다. 올해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이 완화되고 설 명절 귀성객도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면서 명절 선물 수요가 덩달아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롯데쇼핑·023530)의 올해 설 선물세트 본 판매 누계(1월7일~1월24일) 실적은 전년(1월18일~2월4일)보다 19.2% 상승했다. 주요 품목별 신장률은 정육 25.4%, 청과 26.2%, 주류 23.1%로 나타났다. 전통적인 명절 선물 상품인 정육과 청과가 강세를 보인 가운데 최근 와인과 위스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류 선물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고가 프리미엄 선물 세트가 인기다. 롯데백화점이 이번 설을 맞아 준비한 ‘L-No.9 프레스티지 세트(8.4kg, 300만원)’와 ‘L-No.9 명품 세트(6.5kg, 200만원)’도 약 70% 이상 소진됐다. ‘No.9 한우’는 투플러스(1++) 한우 중에서도 가장 마블링(지방 분포)이 뛰어난 등급의 소고기를 의미한다. 250만원짜리 굴비 세트(3.5kg, 10마리)도 준비한 물량의 70%가 팔렸다.

신세계백화점(신세계·004170)은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23일까지 설 선물세트 매출이 전년 대비 30.4% 증가했다. 품목별로는 주류 65.9%, 농산 19.2%, 축산 19.1%, 수산 13.5%, 건강 5.1% 등 순으로 신장했다. 가장 높은 신장률을 보인 주류 선물세트 매출은 10만원 이하 상품이 지난해 대비 30%, 10만원 이상 상품은 183%나 뛰었다. 일엽편주, 키소주 등 일부 전통주는 조기 품절되기도 했다.

프리미엄 고가 선물세트 성장도 두드러졌다. 신세계백화점 대표 프리미엄 선물 브랜드인 ‘5스타’ 매출은 지난해 설 대비 45.8% 고신장하며 전체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5스타 명품 사과배 만복 세트’는 지난해보다 1.5배나 많이 팔렸다.

현대백화점(069960)도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23일까지 설 선물 매출이 전년 대비 31.2% 늘었다. 특히 10만원대 선물 세트 판매는 57.8% 늘며 전체 신장률의 약 2배를 기록했다. 10만원대 선물 중 정육 매출은 72.1% 늘었고, 청과(69.5%), 수산(67.4%)이 뒤를 이었다.

쌀 선물세트 매출도 폭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배 증가하면서 12품목 중 혈당강하쌀, 오곡세트 등 4개 품목은 이미 준비 수량이 완판됐다. 지난해 설과 추석 쌀 선물세트 매출이 전년과 비교해 각각 44.5%, 56.2% 증가한 데 이어 올해는 초반부터 주문량이 몰리고 있다는 게 백화점 측 설명이다.

출처=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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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성객 증가·김영란법 완화...선물 수요·객단가↑

백화점 업계는 명절 선물 판매실적이 고공행진한 배경으로 귀성객 증가와 김영란법 개정을 꼽는다. 2년간 지속된 코로나19 사태로 고향을 방문하지 못했던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고가 선물 수요가 몰렸고, 김영란법 개정으로 농수축산물 선물가액이 상승해 10만원대 선물 판매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최근 오미크론의 급속한 확산에도 이번 설 명절 기간 부모님, 친척 등을 만나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가는 인구는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전국 1만4,000여 세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에는 총 2,877만명, 하루 평균 480만명이 이동할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이동량은 지난해 설(409만명) 대비 약 17.4% 증가한 수치다.

김영란법 개정으로 명절 선물 가액이 높아진 것도 객단가 상승을 도왔다. 정부는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김영란법 개정안을 의결, 설·추석 당일을 기준으로 24일 전부터 5일 후까지 농수축산물 선물 가액 범위를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했다.

실제로 신세계백화점의 10만원대 선물세트 매출은 전년 대비 33.7% 신장했다. 10만원대 청과 선물세트는 지난해보다 무려 2배 많이 팔렸고, 같은 가격대 축산품과 수산품은 각각 25%, 40% 높은 판매 수요를 나타냈다. ‘전통양념한우불고기’(13만원)와 ‘한우후레쉬행복’(13만원)도 지난해보다 50% 이상 판매가 늘었다.

일각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오미크론 확산으로 사적모임이 취소되면서 고가의 선물로 마음을 표시하려는 소비자가 늘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해 12월부터 사적모임 제한 인원 축소, 영업시간 오후 9시 제한 등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돼왔고 최근에는 신규 확진자가 1만4,000명을 돌파하며 대면 만남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원준 신세계백화점 식품담당은 “비대면 설 트렌드로 만남 대신 선물로 마음을 전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