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식당을 운영하는 A씨가 빚 독촉을 벗어다는 데에는 하루가 걸리지 않았다. 거듭된 매출 감소로 대출 채무가 많았던 그였다. 대출이 연체되면서 그는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을 신청했다. 앱을 설치해 채무조정을 신청하자 빚 독촉이 사라졌다. 모든 절차는 휴대전화로 진행됐다. 

미국과 UN이 이와 같은 신복위의 디지털 빚 조정 시스템을 주목하고 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미국 신용상담협회(NFCC)가 신용회복위원회에 직원 파견을 요청하고 있다. 미국의 사전채무조정 절차에 신복위의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려는 게 파견 요청의 배경이다.

미국 신용상담협회(NFCC)는 1951년 설립된 비영리 민간 신용상담기구다. NFCC는 지난 2002년 금융당국이 신복위를 만들 때 모델로 삼았던 기관이다. 

NFCC는 미국인의 채무조정과 신용상담을 도맡아 왔다. 이 조직은 유럽 선진국의 사전 채무조정 제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신복위가 제도는 도입했지만 디지털 기술은 역으로 미국에 전수된다. 신용회복위원회는 지난달 미국에서 NFCC와 MOU를 체결했다. 

NFCC가 신복위의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려는 데에는 효율적인 업무로 자국 내 금융소비자의 빚 문제를 해결하려는 데 있다. 

NFCC는 최근 코로나19로 상담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위축됐다. NFCC는 대면상담을 전면 중단했다. 대부분 상담사들이 재택근무 중이고 전화로 신용상담을 하면서 업무효율이 떨어지고 있다. 

반면 국내 금융소비자들은 사례와 같이 휴대전화나 인터넷을 통해 신속하게 채무를 조정할 수 있다. 채무조정이 빨라 질 수록 정상적인 경제활동도 빨라진다. 

이미지=신복위 
이미지=신복위 

◆ 빚 조정 앱(APP)에 꽂힌 세계...신복위 앱 어떻길래

NFCC가 특히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은 신복위이 채무조정 앱이다. 신복위는 지난 2019년 12월에 신용상담과 채무조정 신청이 가능한 앱을 개발했다. 24시간 비대면 상담이 가능한 ‘새로미 챗봇’과 소액 대출신청이 가능한 ‘새로미 스마트 대출’도 이때 나왔다. 신용상담과 채무조정 그리고 신용회복으로 이어지는 절차가 플랫폼을 통해 구현됐다.

코로나19로 팬데믹이 터지면서 신복위 앱 이용은 급증했다. 감염병이 퍼진 상황에서도 금융소비자들은 불편 없이 채무로부터 구제받았다. 선제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신복위에 따르면 채무조정 앱은 지난해 12월 2일 앱 출시 이후 올해 8월 말 기준 20만9619건이 누적 설치됐다. 신복위 앱의 구글플레이 앱 평점은 4.8이다. 아마존(4.6점)과 카카오뱅크(4.3점)보다 높은 평점이다. 

부수적 효과도 적지 않았다. 신복위는 앱이 개발되면서 종이 없이 비대면 신청으로 6646억원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성과도 냈다.

이용자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실제로 가계부채로 위기에 몰렸을 때 앱을 이용해 채무조정 신청을 하면 하루만에 빚 독촉이 금지된다. 

UN사회개발연구원도 이와 같은 통계에 주목하고 있다. 디지털 시스템이 개발도상국에 전수되면 이들 국가의 서민금융 환경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이 집계한 74개 최빈국의 공공과 민간 부문을 모두 합친 올해 갚아야 할 채무 규모는 약 350억달러(약 41조원)다. 작년에 비해 약 109억달러(약 13조원, 45%)가 급증했다. 이들 국가의 가계부채도 늘었음을 알려주는 수치다.

신복위의 기술이전에는 UN의 사회개발연구소가 참여하고 월드뱅크가 금융지원에 나선다. 

신복위의 한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 빚 문제는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됐다”며 “UN의 사회개발연구소가 개발도상국의 빚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월드뱅크가 이 사업에 자금지원의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신복위는 실제로 기술과 노하우가 이전되면 국내 핀테크 기업의 진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복위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이르면 상반기에 전문인력을 파견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