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도다솔 기자]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의 기업결합 앞두고 운수권과 슬롯(이착륙 시간) 재배분이 확실시 되면서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중대형기 추가 도입을 검토하며 중장거리 취항 준비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사실상 국내선 수익에만 기대고 있는 LCC들은 누적된 적자로 한계 상황에 몰리고 있다. 수익성이 보장된 중장거리 취항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보겠다는 전략인데, 반등의 변곡점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2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조건부 승인하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조만간 일부 노선 운수권이 재배분될 예정이다. 앞서 공정위는 양사의 합병을 승인하는 대신 일부 운수권 재배분과 일부 슬롯 반납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통합항공사의 운항을 축소하는 대신 LCC 등 타 항공사에 운수권을 가져갈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티웨이항공(091810)은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스페인 등 주요 유럽 노선과 미국 LA와 뉴욕 등 북미까지 운항이 가능한 중대형기 추가 도입을 검토하며 장거리노선 경쟁력 확보에 나선다.

다음 달 에어버스사의 중대형기 ‘A330-300’ 1호기를 시작으로 올해 상반기 총 3대를 도입할 예정인데,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A330-300을 우선 국내선 운항에 투입하고 오는 3월 싱가포르, 호주 시드니,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키르기스스탄 등 중장거리 노선 취항을 계획 중이다.

특히 티웨이항공은 장거리 기재 도입과 함께 김포공항발 국제선과 인도네시아, 몽골 등 노선에 현재 보유 중인 보잉 B737-800 항공기로도 운항이 가능한 중단거리 노선의 운수권 획득 준비도 이어갈 방침이다.

국내 LCC 중 후발주자인 에어프레미아도 중장거리 노선을 확대에 적극적이다. 에어프레미아는 중장거리 노선에 취항하기 위해 보잉사의 ‘B787-9’를 도입했다. 올해 B787-9를 최대 4대까지 확보한 뒤 내년에는 7대, 내후년에는 10대까지 기단을 확장한다는 목표다.

B787-9는 영국·프랑스·독일·스페인 등 유럽 취항이 가능하며 미주 쪽으로는 LA와 샌프란시스코 등 서부뿐 아니라 뉴욕·보스턴 등 동부까지도 취항 가능하다.

에어프레미아는 첫 장거리 노선으로 자유화 지역인 인천~LA 노선을 목표로 지난해 7월부터 미주 취항 준비를 시작했으며 올해 5월을 목표로 인허가 절차를 수행하고 있는 중이다. 에어프레미아는 향후 유럽 노선의 운수권 배분 시 발 빠르게 취항에 나선다는 계획이며 올해 1~2대의 추가 기재 도입을 위해 글로벌 리스사들과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LCC 1위인 제주항공(089590)은 당장 중대형기 도입을 고려하고 있지 않지만 운수권과 슬롯 배정 기회가 생긴다면 장거리 노선 취항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기회는 열렸는데…롤모델 부재한 장거리 운항

여기에 최근 정부의 항공회담 결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만 운항하던 몽골과 스위스 등 노선 운항이 확대되면서 LCC의 취항 기회가 확대됐다.

여객기 도입에서 운용까지 1년여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국토교통부에서 2~3년 정도 단계적으로 운수권을 배분하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통합항공사 출범 예정 시점이 2024년인 만큼 LCC가 중장거리 운항을 준비할 시간은 충분하다. 또한 장거리노선 수익성이 입증된다면 타 LCC까지 장거리 여객기 도입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노선 경쟁자가 늘어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커진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국제선 여객 수요 회복 시점도 가늠되지 않는 상황에서 무리한 기재 도입이 안 그래도 어려운 LCC의 재무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장거리 노선 소화가 가능한 중대형기를 보유하고 있다 해도 1~2대로는 수익을 내는 운영이 불가능에 가깝다.

LCC는 항공서비스 투입 자원 효율화를 통해 저비용 구조를 유지하는 게 핵심이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같은 대형 항공사(FSC) 서비스에 비해 기내식이 기본 제공되지 않거나 무료 수화물 양이 적은 대신 탑승권 가격이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비용 최소화를 위해 항공기도 대중적인 모델의 단일 기종을 도입하는데, 이는 조종사·정비사·승무원 훈련비와 항공기 유지비 등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장거리 노선 운항 성공 가능성을 말하기 앞서 LCC 탄생 배경부터 짚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LCC는 기재부터 시작해서 운영 노하우, 핵심역량이 단거리에 최적화돼있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인력과 운영이 축소된 상황에서 과연 이것이 얼마나 승부수로 작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는 “LCC의 장거리 노선 운항에 대해 벤치마킹할만한 항공사가 국내외를 통틀어 전무하다. 국내 LCC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라며 “많은 LCC들이 단거리에 최적화된 수익구조에도 불구하고 장거리에 도전한다는 것은 새 비즈니스 모델 개척보다는 일종의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과연 성공할지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