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보배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유가증권시장에 화려한 입성을 예고했다. 수요예측에는 기관 주문액이 ‘1경(1조원의 1만배)’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고, 공모가는 모두의 예상대로 희망 최상단인 30만원에 확정됐다.

LG엔솔의 시가총액은 70조2,000억원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3위에 오를 예정인데, ‘따상’ 이전에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형성만 돼도 단숨에 시총 2위 기업이 된다. 그야말로 국내 IPO 역사상 최대 흥행 돌풍이다.

LG엔솔이 사업과 주가 전망 ‘청신호’로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고 있지만 반대편에서는 씁쓸해하는 사람도 있다. 바로 물적분할로 LG엔솔을 떼어낸 LG화학과 그의 주주들, 물적분할 후 상장을 염두에 둔 기업들이다.

물적분할은 기업 분할 시 모회사가 신설법인 주식 100%를 보유하는 것으로 이 경우 기존 주주에게는 신설법인 주식이 주어지지 않는다. 반면 인적분할은 모회사가 신설회사를 수평 관계로 분리, 모회사 주주들은 지분율대로 신설법인 주식을 나눠 갖게 된다.

문제는 물적분할로 떨어져 나온 신설법인이 상장하는 경우 생긴다. 모회사 시총에 자회사의 ‘알짜 사업’ 가치가 이미 반영돼 있으므로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의 가치를 하향 조정하는 ‘지주사 디스카운트’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월 주당 105만원을 호가했던 LG화학 주가는 LG엔솔의 상장절차가 본격화한 지난달 61만원으로 1년 새 40% 이상 급락했다. 증권사들 역시 LG화학의 주가 재평가가 불가피하다면서 목표주가를 줄하향하고 있다.

물적분할 후 상장이 기존 주주가치를 침해한다는 지적은 과거부터 제기돼왔다. SK케미칼의 SK바이오사이언스, SK이노베이션의 SK아이이테크놀로지, 한국조선해양의 현대중공업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SK케미칼은 SK바사 상장 이후 주가가 줄곧 부진해 최근까지도 투자자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현재 SK바사 시총은 15조원, SK케미칼은 2.5조원으로 자회사 가치가 모회사에 반영돼 있지 않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LG엔솔의  ‘역대급 IPO 흥행’이 물적분할 후 상장 논란의 ‘뇌관’이 된 모습이다. 포스코는 최근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면서 “물적분할하는 자회사를 상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주주들의 불신을 잠재우기 위해 해당 내용을 정권에 못 박겠다고도 약속했다.

대선주자들은 이에 따른 투자자 피해 최소화 방안을 제시하고 있고, 금융당국은 물적분할 상장 심사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물적분할 후 상장을 준비 중인 SSG닷컴, 현대오일뱅크, SK온,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모빌리티 등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이들 기업은 물적분할 후 상장에 대한 ‘정당성 찾기’에 특히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비록 불법적인 행위는 아니지만 충격에 따른 '소프트랜딩'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존 주주들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하거나, 공모주를 우선 배정하는 등의 결단이 필요한 이유다. 소액주주 권리 강화에 대한 필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주주이익을 우선하는 시대는 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