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네이버 영화
출처= 네이버 영화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는 글로벌 럭셔리 패션 브랜드 ‘구찌(GUCCI)’ 창업주 일가가 몰락해 가는 과정을 그려낸,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영화에서도 설명되지만 창업주 ‘구찌오 구찌’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와 철저한 가족 경영을 유지하던 구찌의 경영진에는 현재 실제로 구찌 가문의 사람이 단 한 사람도 남아있지 않다. 

이러한 배경에는 배신의 연속으로 인해 결국 모두가 파국으로 치달은 구찌 일가의 처절한 경영권 다툼이 있었고, 영화는 관련된 인물들 간의 관계를 세밀하게 조명한다.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인물로는 창업주의 장남이자 2대 회장인 알도 구찌(알 파치노)와 경영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3남 로돌포 구찌(제레미 아이언스), 알도의 아들 파올로 구찌(자레드 레토), 로돌포의 아들이자 구찌의 3대 회장 마우리치오 구찌(아담 드라이버) 그리고 마우리치오의 첫 번째 아내 파트리치아(레이디 가가) 등이 있다.

출처= 네이버 영화
마우리치오 구찌의 첫 번째 아내인 '파트리시아'를 연기한 레이디 가가. 출처= 네이버 영화

구찌를 전 세계가 열광하는 럭셔리 브랜드로 성장시킨 2대 경영진 알도와 로돌포는 나이든 자신들의 뒤를 이어 브랜드를 경영할 후계자를 선택해야 할 기로에 놓인다. 알도의 아들 파올로는 디자인에 대한 열정은 있었으나 부족한 실력으로 인해 부친에게 인정받지 못했고, 2대 경영진들은 변호사를 준비하던 로돌포의 아들 마우리치오에게 기대를 건다.

경영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마우리치오는 아내인 파트리시아의 지속적인 권유를 이기지 못해 구찌의 경영에 참여하게 된다. 파트리시아는 마우리치오가 구찌의 지분 전체를 손에 넣을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경영진들 사이를 이간질한다. 이에 구찌 일가는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배신하고 또 배신하는 가운데에서 분열하고, 파트리시아의 바람대로 마우리치오는 구찌의 회장이 된다. 그러나, 막대한 부와 권력에 취해버린 마우리치오는 점점 다른 사람으로 변해가고 자신을 권력의 정점에 세워 준 파트리시아와 반목하게 된다.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배우들과 제작진이다. <대부>의 알 파치노, <다이하드3>의 매력적인 악당 ‘사이먼 그루버’를 연기한 제레미 아이언스,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조커’ 자레드 레토, <스타워즈: 캐어난 포스>의 ‘카일로 렌’ 아담 드라이버, 아메리칸 팝의 정점에 선 아티스트 레이디 가가. 여기에 세계적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니, 감독과 배우들의 이름값을 감안하면 가히 블록버스터급이다.  

이름값답게 각 배우들은 생활연기에 가까운 노련함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레이디 가가는 많은 평론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는 것이 납득되는 연기를 보여준다. 아담 드라이버 특유의 맹하게 보이는 영혼 없는 표정 그리고 쓴 웃음은 구찌 일가의 알력 다툼 속에서 점점 변해가는 마우리치오의 심정 변화를 잘 표현한다. 

출처= 네이버 영화
출처= 네이버 영화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영화 후반부에 집중되는 마우리치오의 심경 변화는 다소 늘어지는 부분이다. 영화 내용의 특성상 긴박하게 전개되는 액션이나 결정적으로 치닫는 장면이 거의 없는 러닝 타임 158분의 작품이기에 후반부는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구찌’의 화려함의 절정에 감춰진 욕망들은 모두의 ‘파멸’로 귀결된다. 이를 통해 작품은 인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