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재 한 은행 창구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DB
서울 소재 한 은행 창구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DB

[이코노믹리뷰=박창민 기자] 가계대출을 조여왔던 은행들이 새해부터 대출 빗장을 푼다. 가계대출 총량이 내년 1월 1일부터 리셋(재설정)되면서 대출영업에 숨통의 트여서다. 이에 따라 수개월간 대출을 받기 위해 기다린 실수요자들이 대거 몰릴 전망이다. 다만 금융당국이 올해보다 가계부채 관리와 차주별 대출 규제를 강화할 예정인 만큼, 실수요자들은 예년보다 대출 받기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대출 문 열린다…대출 우대금리도 부활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내년 1월 3일부터 가계대출 영업을 정상화한다. 신규담보대출이 재개되며 올 11월 최대 2,000만원까지 낮아졌던 신용대출 한도도 다시 1억원으로 확대된다. 농협은행은 지난 1일부터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선제적으로 재개한 상태다.

SC제일은행은 지난 20일부터 내년 신규 주택담보대출(퍼스트홈론) 사전 신규 신청을 받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앞선 올해 8월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중단했다. 신규 접수 재개 대상은 금융채 (1·3·5물) 금리 연동 상품이며, 사전 신청자의 실제 대출 실행일은 내년 1월 3일부터다.

우리은행은 내년 초 대출 우대금리를 인상하며 올 하반기보다 공격적인 대출영업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오는 1월 3일부터 일부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우대금리를 0.3~0.6%포인트(p) 인상한다. 대표적인 신용대출 상품인 직장인대출의 경우 최대 우대금리폭이 0.9%까지 높아진다. 다만 우리은행은 지점마다 대출 한도를 정하는 지점별 대출한도 관리는 유지한다. 가계대출 총량 한도 내에서 대출영업 속도를 높이려는 포석이다.

국민은행도 지난 9월 이후 폐지했던 우대금리를 내년부터 되살린다. 국민은행은 내년 1월 3일부터 가계 전세자금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우대금리를 최대 0.2~0.3%p 높인다.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 15일 지점별 대출 한도를 해제한 바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비대면 대출인 대출인 하나원큐 신용대출과 아파트론은 물론, 토스·핀크 등 핀테크와의 연계대출도 재개했다.

출처=토스뱅크
출처=토스뱅크

토스뱅크도 대출영업 재개…"당국과 내년 총량한도 논의"

인터넷은행들도 내년부터 대출영업 전선을 확대한다. 카카오뱅크는 내년 초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출범 9일만에 대출을 중단했던 토스뱅크는 내년 1월 1월부터 모든 대출을 전면 재개한다. 토스뱅크는 올 10월 출범해 9일 만에 할당 받은 가계대출 한도 5,000억원을 모두 소진하며 대출을 중단했다.

실수요자들에게 토스뱅크가 내년 부여 받을 가계대출 한도도 주요 관심사다. 일각에서는 10월 초 출범해 연말까지 1개분기 동안 5,000억원을 부여받았던 토스뱅크가 연간으로 환산된 할당량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인터넷은행 한 관계자는 “(토스뱅크는) 기존 5,000억원에 내년 증가율을 추가로 받는다고 해도 5,500억원이 안돼 총량이 지나치게 적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당국이 5,000억원을 연간으로 환산하고 다른 인터넷은행과의 형평성을 맞춰 일부 조정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결정하는 주체가 당국이기에 예상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현재 금융당국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어떤 방식으로 총량을 부여할지에 대해 밝힐 수 없다”라고 답변했다.

은행과 차주별 당국의 관리 및 규제가 강화될 예정인 만큼, 대출 수요가 연초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내년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을 올해(5~6%)보다 낮춘 4~5%로 관리할 방침이다. 또한 가계대출 관리를 연도별에서 분기별, 월별 관리로 전환하기로 했다. 올 하반기와 같은 대출 중단, 선착순 대출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내년 차주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도 더욱 강화된다. DSR 규제는 대출자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의 일정 비율 이내로 제한하는 제도다. 내년 1월부터는 주택담보·신용대출·카드론·자동차 할부금 등을 합쳐 2억원 초과 시 상환 원리금이 소득의 40%를 넘기면 안 된다. 내년 7월부터는 1억원 초과 대출자에게도 이 같은 규제가 적용된다. DSR 60%까지 적용하던 2금융권도 내년 1월부터는 50%로 줄여야 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분기별 관리가 이뤄지면 분기 말 마다 대출하기 어려워질 순 있지만, 올해와 같이 상당 기간 대출을 하기 어려운 일은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상이 추가로 이뤄질 가능성이 큰 만큼, 그에 맞춰 대출하려는 분위기도 점차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내년은 올해보다 대출 관리가 더 수월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