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간혹 불화설에 휘말린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서로의 SNS를 '언팔'해 화제가 되기도 합니다. 파파야 이후 이 땅에 진정한 아이돌은 없다고 믿는(?) MZ세대 끝자락 아재 기자는 "그런가 보다"고 넘어갔는데, 이번에는 그 언팔 이슈가 실리콘밸리에서도 벌어져 눈길을 끕니다.

주인공은 실리콘밸리의 유력 VC인 a16z(안드레센 호로위츠)를 이끄는 마크 안드레센과 트위터 창업주인 잭 도시입니다. 이 두 사람은 SNS에서 격렬한 논쟁을 벌인 후 서로를 '블락'처리 해 버렸지요. 믿기 어렵겠지만 네. 삐친겁니다. 흥.칫.뿡.

막대한 부와 명성을 쌓은 두 거물이 서로의 SNS를 언팔하며 공개적으로 돌아선 이유는 무엇일까요?

메타버스와 NFT(대체불가토큰)의 너머에서 부상하는 젖과 꿀이 흐르는 황금광산 아니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여겨지는 웹(Web)3.0에 대한 이견 차이입니다.

웹3.0은 뭐냐?
인간은 연속으로 흐르는 무언가를 참을 수 없어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반드시 경계를 긋고 정의를 내려야 안도하는 생물이지요.

안전보장을 최우시하는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요. 반드시 국경을 건설하고 '너와 나'를 구분하며 심지어 끊임없이 전개되는 역사의 흐름도 명확하게 설정해야 합니다.

웹의 역사도 마찬가지입니다. 크게 웹1.0과 웹2.0이 있습니다.

웹1.0은 19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중반의 인터넷을 관통하는 패러다임입니다. HTTP에 기반하며 텍스트 중심의 콘텐츠를 이용자가 소비하는 방식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인터넷이라는 끝을 모르는 바다가 펼쳐지고 그 안에서 콘텐츠를 담은 무수히 많은 섬들이 떠오른 순간 모험가인 이용자들은 정처없이 유랑하며 섬 내부에 있는 콘텐츠를 즐깁니다.

안내하는 사람도, 지도도 없지요. 그 사이를 떠도는 모험가들은 그저 섬의 콘텐츠를 이용만 할 뿐 섬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유럽의 역사와 비교하면 일리아드가 쓰여졌던 고대 그리스 시대와 비슷하겠네요. 모험가들은 섬을 바꾸지 못합니다. 섬은 그저 모험의 대상일 뿐, 모험가들은 그 안에서 순응하며 또 현실을 받아들이지요.

웹2.0은 달라집니다. 포털 구글과 같은 끝을 모르는 바다에 흩어진 섬을 안내해주는 안내자가 등장했으며 아예 워터파크를 만들어 항해자들을 불러모으는 네이버같은 이들도 나타났지요. 그 덕분에 항해자는 섬에 상륙해 경치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섬에 조그만한 오두막 정도는 지을 수준은 됩니다. 

단순히 텍스트를 읽기만 했던 1.0과 달리 2.0 시대에는 모험가들에게 운신의 폭이 조금 커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모험가들이 섬을 찾아가는 패턴을 파악해 편리하고 쾌적한 모험가들의 활동을 보장하는 대가로 몸집을 불리는 '관리형 제국'이 탄생합니다. 지중해를 하나로 연결해 '내해'로 만들어버린 로마제국입니다. 

그렇다면 웹3.0은 뭐냐. 모릅니다. 아직 명확한 실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태동하기 시작한 기술, 혹은 마케팅 전략의 처음이 늘 그렇듯 아직 찾아오지 않은 웹3.0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면서 깃발을 꼿으려는 이들은 존재합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마크 안드레센이라고 볼 수 있지요. 그가 이끄는 VC인 안드레센 호로위츠는 최근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기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며 웹3.0이 바로 인터넷의 미래라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출처=갈무리
출처=갈무리

이들이 말하는 웹3.0의 큰 얼개는 탈 중앙화와 소유의 파편화에 관한 혁명입니다.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이들은 말합니다. "웹2.0 시대까지 모험가, 즉 이용자들은 콘텐츠를 소비하거나 혹은 적극적인 소비에 따른 패턴의 증가를 기록하는 수단에 머물러 참여와 공유, 개방이라는 기계적인 흐름만 보여줬다. 그 결과 거대제국이라는 플랫폼에 종속됐다. 그러나 웹3.0은 서비스의 소유권이 이용자들에게 귀속된다"

쉽게 말하면 서비스의 소유. 즉 이용자들이 가지는 운신의 폭이 극단적으로 커져 거대제국 플랫폼의 존재가 필요없어 진다는 뜻입니다.

웹1.0이 섬 유람 수준(콘텐츠 읽기)이라면 2.0은 플랫폼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에서 섬에 오두막 건설하기(콘텐츠 읽기 쓰기 로그인)로 볼 수 있습니다.

3.0 시대는 섬이 가지고 있는 나무와 돌, 산(서비스)을 이용자가 정복하는 겁니다. 섬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섬이 가진 모든 콘텐츠가 이용자의 몫이 되는 세상입니다.

이런 인터넷 환경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당연히 기반이 되어줄 기술이 필요합니다. 인천 앞바다가 사이다가 되어도 빨대가 있어야 마시니까요. 웹3.0 옹호론자들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지목합니다. 블록체인의 탈 중앙화 기술은 각 이용자들이 가지게 될 콘텐츠의 권리를 명확히 구분해주고, 그 대가로 암호화폐를 받으면서 진정한 웹 콘텐츠 소비의 '인터랙티브 시대'가 열린다는 논리가 나옵니다. 

초기 서비스로는 P2E(플레이투원) 등이 웹3.0의 단서를 희미하게나마 보여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게이머가 게임 자체를 소유하는 것은 아니지만 게임을 하는 행위를 통해 '보상'받으며 서비스의 지분을 가져간다는 점에서 웹3.0의 매우 단편적인 특징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의 웹3.0이 WWW 창시자인 팀 버너스의 주장이 아니라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웹3.0을 이끈다는 이더리움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개리 우드의 2014년 선언에 더 가까운 이유입니다.

잭 도시 트윗 갈무리. 출처=갈무리
잭 도시 트윗 갈무리. 출처=갈무리

"웹3.0 본 적 있어?"
참을 수 없는 '경계'주의자인 우리 인류가 만든 웹의 역사, 그리고 3.0에 대한 담론을 봤다면 남은 것은 언팔의 이유입니다. 이들은 왜 다투는가?

웹3.0 전도사로 불리는 마크 안드레센에게 잭 도시가 반발했기 때문입니다. 

잭 도시는 최근 SNS에 "당신은 웹3.0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 "VC와 거대 LP들이 가지고 있을 뿐"이라고 적었습니다.

안드레센 호로위츠를 콕 집어 저격하며 웹3.0은 이름표만 다른 궁극적으로 중앙화된 실체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앞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도 "웹 3.0 본 적 있는가"라며 역시 잭 도시의 주장과 맥을 함께 했습니다. 여기서 마크 안드레센과 잭 도시의 언팔이 벌어졌습니다.

잭 도시는 왜 안드레센 호로위츠를 저격했을까요. 잘 알려진 것처럼 잭 도시는 최근 트위터를 떠나며 본인이 CEO로 있는 스퀘어의 사명을 블록으로 변경해 본격적인 블록체인 시장 전략을 짜는 인물입니다. 비트코인 옹호론자로도 유명한 그가 웹3.0 전도사인 안드레센 호로위츠를 비판하는 것이 사실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다만 잭 도시가 비판한 것이 웹3.0이 아니라 웹3.0을 마케팅처럼 활용하려는 안드레센 호로위츠에 대한 비토라면 앞뒤가 맞습니다. 새로운 시대가 올 가능성은 있지만 거대 자본을 움직이는 안드레센 호로위츠가 가능성 중 하나인 웹3.0을 마케팅 용어로 전락시켜 미래 웹 시장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웹3.0에 거대 자본이 깃발을 꼿아 웹2.0의 중앙집중화 거대제국이 여전히 판을 칠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한편 여기에 대한 재반박도 나옵니다. 정확히 해 둘 것은 웹3.0의 미래가 아니라 안드레센 호로위츠의 최근 투자 전략이 '웹3.0을 망치고 있느냐'입니다. 잭 도시와 일론 머스크가 '그렇다'고 답한 가운데 스위스 거래소인 셰이프쉬프트의 에릭 부어히스 CEO는 "VC가 웹3.0 일부를 보유하고 있다고 전체를 소유한 것은 아니다"라 말했으며 안드레센 호로위츠의 크리스 딕슨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웹3.0에서는 모든 코드와 데이터, 소유권이 오픈소스"라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웹3.0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묵직한 직구를 닮은 주장도 있습니다. 웹2.0의 창시자로 평가받는 팀 오라일리는 블로그를 통해 "웹3.0은 진정한 부의 증대를 위한 도구"라고 말했습니다.

출처=갈무리
출처=갈무리

웹3.0이 오기는 올까? 온다면 어떤 형태일까
웹3.0의 실체는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탈 중앙화의 흐름을 타고 이용자가 적극적으로 기업의 서비스나 콘텐츠를 소유하는 개념은 토큰 이코노미 등의 방식으로 실증된 적은 있습니다. 블록체인 특유의 '마이크로 레코딩' 기술도 아직은 무의식의 경계에 있지만 최종 목표인 탈 중앙화의 현실화를 돕는다는 것도 증명됐습니다. 그렇게 거대 플랫폼이 핵심인 웹2.0이 사라지고 더 적극적인 부의 재분배가 이뤄지는 웹3.0의 시대가 올까요?

예단할 수 없지만 몇 가지 시나리오는 꺼내볼 수 있습니다.

먼저 잭 도시와 일론 머스크의 주장처럼 새로운 시대의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그것이 웹3.0이 될 것인지는 모호하며, 모두가 말하는 웹3.0 시대가 와도 실체는 웹2.0의 중앙집중화 제국의 연장선이 될 가능성입니다.

두 가지 논리가 보입니다. 웹3.0은 실체가 없다와 웹3.0 시대가 온다고 해도 탈 중앙화 혁명은 커녕 중앙집중화 제국이 판을 칠 것. 그럴 수 있습니다. 탈 중앙화의 웹3.0이 새로운 시대 주역으로 부상한다고 해도 그 패권이 구글에서 안드레센 호로위츠로 이동한다면? 혹은 안드레센 호로위츠가 장악한 기업들이 웹3.0 시대에서 핵심이 된다면? 그들이 탈 중앙화를 말하지만 실상은 그림자 정부인 안드레센 호로위츠가 있다면?

다음 시나리오는 다소 공격적입니다. 웹3.0이 완전한 사기일 가능성도 열어두어야 합니다. 잭 도시의 주장처럼 안드레센 호로위츠가 마케팅을 위해 웹3.0을 띄우며 자사가 투자한 기업들을 뻥튀기할 여지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시나리오는 순수한 웹3.0 시대가 열리는 가능성입니다. 잭 도시도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순수한 탈 중앙화가 진행되는 새로운 웹의 시대가 올 가능성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잭 도시가 안드레센 호로위츠에게 사과할 수준의 완벽한 수준의 웹3.0을 뜻합니다.

마지막 시나리오가 아마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심지어 잭 도시도 원하는 시나리오가 될 겁니다. 가능성이 있을까요? 이 역시 아무도 모르지만 심각한 함정 두개만 넘는다면 무리가 아닐 수 있습니다.

첫 함정은 잭 도시 우려 연장선에 있습니다. 웹2.0 시대의 강자인 플랫폼 제국의 재림입니다. 

이 문제는 현재 블록체인 시장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탈 중앙화의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가 실상은 일부 '고래'들의 손에서 움직이는 현실입니다.

최근 국립경제조사국(NBER) 연구에 따르면 비트코인 소유자의 0.01%가 유통되고 있는 1,900만 비트코인의 27%를 보유하고 있는 등, 탈 중앙화의 절정인 비트코인이 사실은 중앙집중권력의 아래에 깔려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아이러니함이 웹3.0에도 반복될 수 있습니다.

거래소도 마찬가지입니다. 탈 중앙화의 산물인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탈 중앙화와 전혀 관련이 없는, 오히려 웹1.0 시대 시스템에 어울리는 거래소를 통해 주로 거래가 된다는 점은 과연 탈 중앙화의 마법에 대한 회의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런 분위기가 웹3.0에도 이어진다면 이를 웹3.0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그 전에 웹3.0은 실리콘밸리 인플루언서들의 언팔 사태 수준에서 애초에 등장조차 하지 못하고 사라지거나, 그림자 정부를 배후에 둔 가짜 웹3.0으로 흘러갈겁니다.

출처=갈무리
출처=갈무리

공유경제 담론에 주목하라
두 번째 함정은 지난 공유경제 담론에 힌트가 있습니다.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 후 세계에서 부의 불평등이 가장 심각한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우버가 탄생했습니다. 뒤이어 에어비앤비와 위워크 등이 등장하며 사람들은 초창기 이들을 두고 공유경제 기업이라 말했습니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유휴자산을 적시에 나눠가지는 경제모델입니다.

문제는 플랫폼의 존재와 논리의 충돌입니다.

원래 공유경제는 관리자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자연상태로 놓여진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아끼면서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입니다. 역사시대 향악이나 두레, 혹은 중세유럽 시대의 공동화덕과 비슷하지요.

한정된 자산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담론입니다. 그런데 이 개념이 2000년대 들어 로렌스 레식 교수에 의해 처음 재발견된 후 왜곡됩니다. 각 기업들이 공유경제라는 탈을 쓰고 스스로가 플랫폼, 즉 관리자가 되어 자산의 수요와 공급을 통제하는 큰 손이 됐기 때문입니다. 공유지의 비극은 사라졌지만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방점이 찍힌 공유경제도 함께 사라지는 순간입니다.

다행히 이 논리적 오류는 우버 등 기업들 스스로가 "우리는 공유경제 기업이 아니다"라 밝히며 일부 해소됐습니다. 그러나 위워크 등은 여전히 스스로를 공유경제 기업이라고 부르는 등 아직도 개념정리를 둘러싼 숙제가 남아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입니다.

한 발 들어가 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초 우버 등의 기업들은 왜 스스로를 공유경제 기업이라고 불렀을까.

마케팅 효과 때문입니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강타하던 시기 부의 불평등이 가장 심해진 사회적 현상을 이용해 등장한 강력한 중앙집중형 플랫폼 기업이면서, 겉으로는 부의 불평등을 꼬집는 '월가 1% 시위'의 시대정신을 훔친겁니다. 탐욕스러운 중앙집중형 플랫폼이 험악하게 돌아가는 시대의 흐름을 이용해 부를 축적하고 플랫폼의 지위를 강화하면서 역으로 부의 불평등에 분노하는 이들의 패러다임을 이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흘러가는 웹3.0 시대의 담론과 비슷하지 않나요? 웹2.0 시대의 산물인 플랫폼 권력은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술의 발전을 토양으로 삼아 O2O로 발전했고 그 파괴력을 극단적으로 키웠습니다. 이런 가운데 몇몇은 공유경제 기업이라는 탈을 쓰고 자신들의 진심을 긱 이코노미의 가면에 숨겼습니다.

웹3.0 담론도 마찬가지입니다. 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이론적으로 가능한 웹3.0 시대의 흐름 뒤에는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공포와, 그 공포를 이용하는 마케팅이라는 가면이 넘실거립니다. 이 연극이 가능한 이유는, 아직 웹3.0의 실체가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겠지요.

이 원론적인 함정만 넘는다면 웹3.0은 새로운 시대의 패러다임이 될 수 있습니다. 굳이 경계를 나누지 않아도, 또 억지로 정의를 내리려 힘쓰지 않아도 됩니다.

기술의 등장과 시대의 흐름을 보면, 초반에는 물방울이기 때문에 계량화시킬 수 있겠지만 강물이 되고 바다가 되면 이를 경계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주머니에 들어있는 스마트폰을 꺼내 펼치는 행동 하나만 줄여도 순식간에 메타버스라는 무한대의 가능성이 펼쳐지는 시대입니다. 이 때가 되면 비로소 웹3.0은 현실이 될 겁니다.

*IT여담은 취재 도중 알게되는 소소한 내용을 편안하게 공유하는 곳입니다. 당장의 기사성보다 주변부, 나름의 의미가 있는 지점에서 독자와 함께 고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