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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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박창민 기자] 은행들이 순혈주의를 깨고 외부 인사를 디지털 사업 부문 요직에 앉히고 있다. 정보기술(IT)업계 베테랑 선임으로 ‘디지털 DNA’ 이식 속도를 높이기 위한 포석이다. 은행과 빅테크간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연공서열과 순혈주의를 중시하던 은행들의 조직 문화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디지털' 앞에 옅어지는 순혈주의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24일 최고디지털책임자(CDO)로 김명희 부사장을 영입했다. 김 부사장은 IBM, SK텔레콤을 거쳐 초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행정기관, 지자체의 정보시스템과 국가정보통신망의 운영과 통합·구축 관리를 수행하는 기관이다. 김 부사장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장 재임 중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분야의 신기술을 도입한 인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신설된 신한은행의 ‘디지털 혁신단’의 유닛장도 모두 외부 전문가로 채워졌다. 디지털 혁신단은 행장 직속 조직으로 신한은행과 그룹의 디지털 혁신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며 통합AI센터(AICC), 데이터 유닛, 마이데이터 유닛, 디지털R&D센터 등 4개 유닛으로 편제됐다.

김민수 전 삼성 SDS AI선행연구랩장은 지난 4월부터 신한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인공지능(AI)사업을 총괄하는 통합AI센터(AICC)장을 맡았다. 김혜주 마이데이터 유닛장과 김준환 데이터 유닛장은 지난해 말 디지털 혁신단 창단과 함께 신한은행에 합류했다. 김혜주 유닛장은 SAS코리아, SK텔레콤을 거쳐 삼성전자 CRM 담당 부장, KT AI 데이터 융합사업담당 상무를 역임했다.

김준환 유닛장은 미국국립표준기술연구소, 삼성전자를 거쳐 SK C&C에서 빅데이터와 AI 부문을 맡았다. 디지털 혁신단장인 김철기 상무와 김현조 디지털R&D센터장도 각각 2017년, 2015년 영입된 외부 전문가다. 김철기 상무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린치 등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활동하다 2017년 신한은행에 합류했다.

KB금융그룹도 디지털 전환(DT)과 플랫폼기업 도약을 위해 디지털 베테랑을 잇따라 영입했다. KB금융은 올해 4월 박기은 전 네이버 클라우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KB국민은행 테크그룹 소속 테크기술본부장으로 선임했다. 박기은 본부장은 네이버 서비스플랫폼개발센터 팀장과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 IT서비스사업본부 수석아키텍트를 거쳤다.

지난해 2월 네이버 출신 성현탁 부장은 KB국민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KB부동산플랫폼 부장을 맡고 있다. 다음(Daum) 출신 최명숙 리브(Liiv)플랫폼부 부장은 2019년부터 KB국민은행과 함께하고 있다.

윤진수 부행장도 2019년 데이터전략본부 전무로 합류해 플랫폼 개편 작업을 진두지휘하며 성과응 내 KB국민은행 테크그룹 수장에 올랐다. 윤 부행장은 삼성전자 SDS클라우드 추진 팀장과 삼성SDS 데이터분석 사업담당 임원 등을 지냈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6월 김소정 부행장을 하나은행의 디지털리테일그룹장 직무대행 겸 디지털경험 본부 부행장으로 선임하며 외부 영입에 나섰다. 김 부행장은 베이 코리아와 국내 배달앱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를 거친 전자상거래 분야 전문가다. 하나은행 김 부행장을 중심으로 메타버스, 라이브커머스 등 디지털 사업 개척을 위한 준비에 나섰다.

우리금융그룹도 조직 개편과 함께 외부 수혈에 나섰다. 우리금융은 올해 5월 삼성화재 디지털 부장 출신인 김진현 본부장을 우리은행의 디지털그룹 DI추진단장에 앉혔다. 이에 앞서 우리은행은 기존 DT추진단을 ‘디지털그룹’으로 격상하면서 디지털금융단과 DI추진단으로 재편했다.

기업은행도 이달 3일 석혜정 본부장을 디지털본부장으로 임용했다. 석 본부장은 전 딜로이트 컨설팅 상무로 금융기관 및 글로벌기업에 디지털전략 컨설팅을 다수 수행한 전문가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디지털 관련 부서 관계자는 “(영입된 인사가) 솔루션 제공 업체가 새로운 기술을 추가해 출시한 신 제품을 사내로 들여오거나 사업을 외주로 맡기는데 머물기보다는 자체 개발해 응용하자고 직원들을 독려하면서 사내 새로운 시도들이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