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제네시스가 최근 출시한 대형 세단 G90 신모델에 실내 향기 시스템을 브랜드 최초로 도입했다.

1열 동승석 전면에 위치한 글로브 박스의 상단에 카트리지를 장착한 뒤 인포테인먼트 스크린, 뒷좌석 터치 화면 등을 통해 향의 종류나 강도를 조정할 수 있다. 제네시스가 G90의 차별화한 제품 경험 요소로 강조한 사양 중 하나다. 이밖에 제네시스 전기차 GV60의 1열 동승석의 탑승문 안쪽 손잡이(도어핸들) 상단에도 원형 방향장치(디퓨저)가 기본 제공된다.

제네시스 두 모델의 실내 방향 기능은 향기 마케팅 전문기업 센트온(ScentOn)의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됐다. 센트온은 지난 1996년 설립된 뒤 올해 25주년을 맞은 한국 기업이다. 호텔, 리조트, 전시장 등 공간에 활용되거나 기업의 시그니처 향으로 쓰일 솔루션을 활발히 제공해왔다. 지난 2013년 자동차 생활문화 기업 불스원에 인수된 후 성장을 꾀하고 있다. 

향기 마케팅 전문기업 센트온의 경규혜 책임이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본사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향기 마케팅 전문기업 센트온의 경규혜 책임이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본사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센트온의 이번 성과엔 사내 향기·영업 컨설팅(scent&sales consulting)팀에서 근무하는 경규혜 책임의 공로가 크다.

경규혜 책임은 제네시스의 차량과 전시공간에 적용할 전용 향을 개발하는 과정의 주요 실무를 맡았다. 브랜드와 제품에 어울리는 컨셉트들을 구상하고 이를 바탕으로 여러 향기 샘플을 개발한 뒤 고객사와 최종 조율하는 등 과정 전반에 관여했다. 제네시스의 브랜드 가치를 담은 향에 경규혜 책임의 노고도 함께 스며든 셈이다.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센트온 본사에서 경규혜 책임을 만나 완성차 업계의 향기 마케팅 동향에 대해 들었다. 경규혜 책임은 현재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성장 중인 기업 대 기업(B2B) 차원의 향기 마케팅 시장이 향후 외연을 확장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개인소득 3만달러 넘으면 향기 관심도 커진다”

경 책임에 따르면 평균 개인소득 3만달러를 넘는 시장에서 향기 분야에 관심을 보이는 추세가 비교적 강하게 나타난다는 연구결과도 학계에서 발표됐다. 이는 국산차 시장의 향기 마케팅 사례가 최근 들어서야 눈길을 끈 이유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브랜드의 고유 감성과 차별적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소재로 사람에게 강렬하게 각인되는 감각 중 하나인 후각을 활용한 마케팅 전략이 부상하고 있다.

센트온은 완성차 브랜드 가운데 르노삼성자동차(SM5)와도 향기 마케팅 건으로 협력했다. 경 책임도 제네시스 뿐 아니라 아우디(A4·A6), 선인 모터스(링컨 딜러사), 폭스바겐 등 업계 고객사들과 향기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센트온은 앞으로도 자동차 업계에서의 협업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경규혜 책임이 인터뷰에 응한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경규혜 책임이 인터뷰에 응한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경 책임은 “경제가 성장할수록 과거에 비해 후각적 분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경향이 나타난다”며 “이에 따라 사업자들도 그간 시도하지 않았던 후각 관련 마케팅 기법을 모색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규혜 책임은 이번 제네시스 사례 이후 고급차 뿐 아니라 양산차의 시장에서도 향기 마케팅 전략이 활발히 전개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 경제의 수준이 높아질 뿐 아니라 개성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향기에 관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관심사로 떠오를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경 책임은 “최근 국내 젊은 고객들이 최근 향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마음에 드는 고가 제품을 적극 구매하고 있다”며 “이 같은 경향을 고려할 때, 완성차 기업들도 컴팩트 차량의 고객들을 위한 향기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간이 된 車…향기 활용 ‘무드 테라피’ 보편화할 듯

경 책임은 향후 완성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에서 개인화한 공간으로 거듭남에 따라, 향기가 공간 경험을 차별화할 요소로 주목받을 것이라 예상한다. 집과 달리 빠르게 환기시킬 수 있는 자동차 실내 공간의 특성을 반영한 향기 마케팅 솔루션을 제안하기도 했다.

경 책임은 “소비자가 차량에 내장된 4~5가지 향 각각의 강도를 음량처럼 손쉽게 조절해 자신만의 향과 분위기를 조성하도록 돕는 솔루션을 떠올릴 수 있다”며 “공간 마케팅 전략의 일환인 무드 테라피(mood therapy) 서비스가 완성차 시장에서도 보편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센트온은 그간 주력해온 B2B 시장에서 더 나아가 향후 소비자 대상(B2C) 시장에 진출하고 해외에 솔루션을 수출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공략할 주요 산업 분야에 완성차 시장을 꼽는다.

경 책임은 “완성차 업계의 공급자들이 강한 구매력(바잉 파워)을 갖고 있는 점을 고려해, 센트온이 여러 가지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뷰티 시장 등 유통 경로를 다각화하는 차별화 전략으로 애프터마켓(추가수요시장)에도 진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