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다희 기자] ETF(Exchange Traded Fund·상장지수펀드)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개별 주식의 상승세가 각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움직임 등에 위축되기 시작하면서다. 펀드처럼 분산투자해 위험은 낮추고 주식처럼 매매는 편리한 ETF 상품의 인기가 크게 높아졌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주식형 액티브 ETF 상장이 허용되면서 액티브 ETF가 대거 상장하는 추세다. 22일 동시 상장한 글로벌 메타버스 상장지수펀드(ETF) 4종 중 3종이 액티브 ETF였다. 첫날 거래대금이 가장 많았던 ETF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글로벌메타버스액티브’(1,080억원)로 역시 액티브 ETF였다.

액티브 ETF는 기초 지수의 성과를 그대로 추종하는 패시브(인덱스) ETF와는 달리 초과 수익을 목표로 하는 상품이다. 투자 종목과 매매 시점을 펀드매니저의 재량으로 운용할 수 있다. 각 ETF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의 운용 실력이나 추구하는 방향성이 반영되는 점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운용 수수료도 기존 패시브 ETF 대비 높은 수준이다. 주식형 액티브 ETF의 총 보수는 최대 연 0.99%에서 최소 0.3% 수준으로 형성돼있다. 패시브 ETF 중 가장 낮은 보수를 받고 있는 ETF가 연 0.012%임을 감안하면 차이는 꽤 크다. 운용사가 실력을 발휘해 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고, 그에 따른 보수 또한 더 높게 가져가는 셈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아직까지 운용사들의 진짜 실력을 보여줄 환경이 적절히 조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 0.7수준인 상관계수와 매일 공개되는 PDF(Portfolio Deposit File) 때문이다.

상관계수는 ETF와 ETF가 추종하는 지수의 관련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상관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비교지수인 기초자산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게 된다. 현행 패시브 ETF의 상관계수인 0.9보다는 낮지만 0.7이라는 숫자가 액티브 ETF 운용취지와 맞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PDF 또한 마찬가지다. PDF는 펀드가 어떤 종목을 담고 있는지 보여주는 포트폴리오다. 분기별로 1번만 공시하면 되는 일반 펀드와는 달리 ETF는 매일 구성종목을 공개해야 한다. 각 사의 전략이 매일 노출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액티브 ETF에 따로 상관계수를 요구하지 않는다. 또 지난 2019년 9월부터 PDF를 비공개하는 액티브 ETF를 승인하기 시작하면서 2020년 액티브 ETF의 상장 건수가 패시브 ETF를 상회하는 등 시장이 크게 확대됐다.

거래소에서도 운용업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모양새다. 현행 0.7 수준인 상관계수를 더 낮추는 방안 등 액티브 ETF와 관련한 운용 규제들을 완화하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다만 아직은 정부와 협의 중이라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내년 주식시장은 올해보다 더욱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액티브 ETF는 업계에는 새로운 활력을,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인 투자대안을 제공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유연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