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평택시에 위치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사진= 이코노믹리뷰 DB
경기 평택시에 위치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사진= 이코노믹리뷰 DB

[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쌍용차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는 K사는 지난 10일 쌍용차로부터 한 통의 서신을 받았다. 쌍용차가 갚아야 할 납품대금 12억원 가운데 6억원은 법원으로부터 변제허가를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법원의 변제허가를 받았으므로 6억원은 공익채권이 된 셈이다. 쌍용차는 채권목록에 12억원으로 기재된 K업체의 채권금액을 12억원에서 6억원으로 수정하는 것에 대해 업체들의 동의를 요청했다.

파산 법조계에 따르면 에디슨모터스 측 법률대리인들이 회생 전문 변호사들에게 현재 불거진 인수대금 협상난에 비공식 자문을 구하고 있다. 

입찰가에 대한 양측의 입장차이가 생기면서 에디슨모터스가 회생절차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는다면 법원이 중재의 장을 마련하는 방법도 고려되는 상황이다. 

현재 쌍용차 정밀실사를 마친 에디슨모터스는 우발채무 발생 등의 이유로 입찰가(3100억원)의 5%에 해당하는 155억원을 깎아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155억원은 쌍용차 회생절차에서 조정할 수 있는 최대금액이다. 한편, 주간사인 EY한영은 청산가액을 고려할 때 50억원까지만 삭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이 나서 51억원으로 삭감안을 공언하였지만, 채권단의 동의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쌍용차의 M&A회생계획안이 회생법원의 승인을 받으려면 쌍용차 회생채권단 채권액의 66%에 해당하는 채권자들이 동의를 해야 한다. 회사의 협력업체들이 회생채권단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다. 

쌍용차가 법원에 제출한 관리인보고서 표지.
쌍용차가 법원에 제출한 관리인보고서 표지.

최근 쌍용차의 협력업체들은 사례와 같이 쌍용차로부터 채권액 수정에 관한 동의서를 받고 있다. 쌍용차 인수가 눈앞에 다다르면서 쌍용차의 부채를 다시 한번 확정하려는 절차를 밟는 것이다. 

에디슨모터스가 입찰가 조정금액을 100억원에서 51억원으로 양보하더라도 쌍용차의 채권자들의 변제받은 금액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회생채권 가운데 협력업체들에 줘야 할 대금은 회생절차에서 모두 갚겠다는 것이 쌍용차의 방침이지만, 협력업체들이 받을 돈으로 신고한 금액이 모두 인정받는 것은 아닌 상황이다. 게다가 입찰가 마저 감액되는 형국이다.

쌍용차의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회생담보 채무는 약 2200억원이고, 회생 채무는 약 5200억원이다. 여기에 558억원의 조세채무가 추가됐다.

입찰가를 조정해 에디슨모터스가 약 3000억원을 현금으로 내놓더라도 회사의 담보 채무 2200억원을 먼저 주고 나면 나머지 800억원으로 558억원의 조세채무와 5200억원 규모의 회생채무를 갚아야 한다. 조세채무가 우선권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협력업체 등 회생 채권자들이 쪼개어 가져갈 몫은 미미한 수준이다. 

최근 쌍용차로부터 요청서를 받은 사례의 K업체의 경우 공익채권으로 인정받지 못한 나머지 6억원은 사실상 회생절차에서는 회수하기 어렵게 된다는 의미다.

파산법조계는 에디슨모터스가 입찰가를 더 낮추게 될 경우 회생채권자들을 더 자극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파산법조계 한 법조인은 "쌍용차의 협력업체 등 회생채권자들은 쌍용차와 에디슨모터스의 M&A회생계획안에 대해 의결권을 가지고 있다"며 "변제율이 지극히 낮을 경우 쌍용차가 회생채권자들을 상대로 의결권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협력 업체들의 고민은 깊다. 쌍용차의 회생계획안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경우 업체들은 회사가 파산절차를 밟거나 다시 기약 없이 인수인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문제에 봉착한다. 반대로 쌍용차가 회생에 성공한다면 업체들은 향후 거래를 이어갈 여지가 있다.

에디슨모터스와 쌍용차의 인수대금 규모가 확정되면 회생계획안에는 변제방법과 인수대금의 지급시기를 담게 된다. 일반적으로 대금은 관계인 집회 5일전에는 완납되어야 한다.  

쌍용차 인수대금은 총 1조6000억원 안팎이다. 에디슨모터스는 키스톤PE와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사모펀드 KCGI 등 재무적 투자자 등으로부터 쌍용차 인수자금 3100억원을 조달한다고 알려졌다. 인수 후 운영자금 5000억원은 유상증자 등을 통해 마련한다.

나머지 7000억~8000억원은 쌍용차 평택공장 부지 등 자산 담보대출을 통해 조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