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보배 기자] 정유사의 대표적인 수익지표인 정제마진이 반등하며 수익 구간을 되찾았다. 이달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 ‘오미크론(Omicron)’에 따른 불확실성이 지난달 대비 축소되면서 국제유가는 물론 정제마진의 상승세가 가파르다는 분석이다.

정유사의 4분기 실적 전망에도 다시 ‘파란불’이 켜졌다.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해 정유 4사는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4사는 지난 3분기 누적 합산 5조원대 영업이익 달성의 쾌거를 이뤘는데 이대로라면 연간 8조원대 이익도 기대할 만하다.

정유사들은 실적 호조에 힘입어 친환경 신사업 기반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유사업의 불확실성이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와 국제유가 등락 등에 갈수록 커지면서 친환경 사업을 육성해 생존을 지속한단 전략이다.

◆‘널뛰기’ 정제마진, 다시 강세로…호실적 이상無

1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주(12월 6~10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5.4달러로 전주(11월 29일~12월 3일) 3.3달러 대비 2.1달러 상승했다. 일별로는 6~8일 4달러대를 회복한데 이어 9일 5.1달러, 10일 6.3달러를 기록하며 빠른 회복세를 나타냈다.

출처=정유업계
출처=정유업계

정제마진은 11월 넷째 주 3달러로 손실 구간(4달러 미만) 진입 이후 11월 마지막 주까지 2주 연속 부진했다. 코로나19의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원유 수요 둔화로 유가가 급락한 가운데, 유럽의 봉쇄조치로 석유제품 수요가 줄며 정제마진 역시 약세를 보였다.

실제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12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1월 중순까지 80달러 윗선에서 거래됐지만 오미크론 변이가 알려진 26일 전일보다 11.2%(8.89달러) 폭락하며 70달러 아래로 떨어졌고 12월 1일에는 65.57달러로 하반기 최저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국제유가는 이후 다시 반등해 최근 70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오미크론 증상과 백신 효과 등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가 오미크론 변이 증상이 경미하다고 밝히는 등 주요 기관의 긍정적인 의견이 이어지면서 원유 수요 둔화 우려가 완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11월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원유투입 시차 효과로 복합정제마진이 크게 하락했지만 실질적인 정제마진 수준은 여전히 건강한 상황으로 판단한다”며 “국제유가 하락 대비 휘발유·경유·연료유 등 저유황(LSFO) 가격 하락이 상대적으로 작았던 것에 비춰 주요 석유제품 수요가 여전히 견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제마진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정유사들의 4분기 실적도 당초 예상대로 호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예상대로라면 정유 4사의 올해 합산 영업이익은 7조~8조원대 달성이 가능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4분기 실적 전망치(컨센서스)는 13조9,3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5% 늘고 영업이익은 7,370억원으로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이는 올 분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최고 성적이다.

에쓰오일의 4분기 매출 전망치도 8조1,463억원, 영업이익은 6,967억원으로 역시 올해 분기 최고치 달성이 예고되고 있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90.3%, 영업이익은 752.8% 급증한 수치로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이익과 등·경유 중심 정제마진 강세로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정제마진의 강세 속에 정유사의 수익성도 ‘유종의 미’를 거둔다면 2016~2017년 수준의 호황기 실적을 재연할 전망이다. 정유 4사는 2016년 7조8,588억원, 2017년 7조7,470억원의 합산 영업이익을 달성한 바 있다.

◆정유 4사, ‘기름집’ 탈피 위해 신사업 추진 박차

여세를 몰아 정유사들은 전통적인 ‘기름집’에서 친환경 석유제품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서 정유사들은 친환경 미래 연료 사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변화해 성장을 지속한다는 목표다.

SK이노는 울산공장의 동력원을 친환경 연료로 전면 교체하고 탄소포집저장(CCS) 사업에 진출하는 등 탈탄소에 집중하고 있다. CCS 기술의 선제적 확보를 위해 한국석유공사와 손잡고 CCS 실증 사업에 돌입한 SK이노는 울산CLX에서 생산되는 이산화탄소를 CCS기술을 통해 ‘블루수소’를 생산, 수소 연료전지 발전 등 추가적인 사업 기회를 모색해 나갈 예정이다.

SK이노는 특히 전기차 배터리를 신사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현재 연간 40GWh 수준의 배터리 연산능력을 2023년 85GWh, 2025년 200GWh, 2030년 500GWh 등 단계별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지난 10월에는 배터리 자회사 SK온을 분리했고 내년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재원을 마련할 방침이다.

GS칼텍스도 수소 사업 추진을 위한 별도조직을 신설해 수소산업 포트폴리오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한국가스공사와 ‘액화수소 생산 및 공급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액화수소 플랜트 구축과 액화수소 충전소 구축, 수소 추출설비 구축, 탄소포집활용(CCU) 기술 실증 및 상용화 등 액화수소사업 밸류체인을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

에쓰오일은 수소·바이오 연료사업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 올해 초 40여건의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특허를 보유한 차세대 연료전지 벤처기업인 에프씨아이(FCI)의 지분 20%를 확보해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한 데 이어 삼성물산과도 수소 동맹을 맺고 해외 그린수소 생산 프로젝트 개발부터 이를 국내에 도입·활용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수소연료전지와 분리막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부터 중앙기술연구원을 중심으로 자동차용 수소연료전지 관련 연구를 진행해 왔으며 올해는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에 들어가는 고순도 수소 정제 설비를 충남 서산시 대산공장 내 구축했다. 아울러 연내 분리막 생산 설비도 구축, 실증 테스트를 거쳐 오는 2023년 제품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