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의 질문]

“전사적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컨설턴트들의 조언에 따라 CRO(chief risk officer)라는 직책을 만들었습니다. 궁금한 것은 이 CRO라는 직책에 계신분이 실제 위기 발생 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가인데요. 대략적으로 이 CRO의 역할은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조금 복잡하고 길게 설명 드려야 하는 주제 같습니다. 그러나, 최대한 간단하게 CRO의 역할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그 이전에 이 CRO를 바라보는 조직내부의 시각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을 텐데요. CRO는 말 그대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 고위급 의사결정자입니다. 그러나, ‘관리 임무’를 맡고 있다고 해서 위기 시 지구를 구해내는 슈퍼맨의 이미지를 떠 올리면 안 됩니다.

기업내 위기관리의 수장은 분명하게 정해져 있습니다. 최고의사결정자(CEO) 또는 오너가 위기관리를 위한 핵심 의사결정을 하는 분들입니다. CRO는 그 아래에서 실행 주체인 위기관리팀 조직을 움직이는 임무를 맡아 처리하는 코디네이터 또는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하는 사람입니다. 이에 대한 분명한 가름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CRO는 기업 내 위기관리 시스템 구조에 따라 다름은 있지만, 위기 시 CEO 등을 대행하여 위기관리팀 조직을 가동하고, 활성화시키고, 운용하는 임무를 지휘합니다. 위기 발생 이전에는 위기에 대한 감지, 평가, 시나리오 개발, 사전 대비책 마련, 매뉴얼 업데이트, 훈련 및 시뮬레이션 기회 제공 등의 임무를 지휘합니다. 위기 발생 이후에는 발생된 위기에 대한 상황 평가, 향후 예측, 핵심 이해관계자 및 여론 분석, 대응안 도출, 실행 등에 대한 임무를 이끌게 됩니다.

여기에서 공히 실제 위기관리를 위한 핵심 의사결정은 CEO 또는 오너가 내리는 구조이고, 실행은 정해진 시스템에 따라 담당 부서들이 나누어 진행하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CRO는 이 가운데에서 상부가 효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해 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하부로는 해당 의사결정 내용을 효과적으로 실행해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중간자적인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위기관리 시스템을 명기하고 있는 매뉴얼에 따라 CRO는 위기 직후 위기 상황에 대한 평가를 합니다. 이 과정에서도 CRO는 관련 부서의 전문적이고 현장중심의 분석을 기반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그 위기 상황이 대응에 필요한 유형이라 판단된다면, 즉각적으로 위기관리 조직을 가동합니다. 활성화된 위기관리 조직은 지속적으로 해당 위기 상황에 대한 분석을 제공하면서, 대응을 위한 다양한 의사결정 요청을 구하게 됩니다. CRO는 이를 자신의 상부와 논의하여 지속적으로 실행 명령을 얻어내고, 이를 실행하는 실행팀에게는 보다 효과적인 결과를 위한 지원활동을 제공 지휘합니다.

CRO에게 필요한 역량 중 가장 중요한 역량은 다양한 위기사례를 살펴 위기 유형 각각에 대한 특성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입니다. 그 후로는 자사 위기관리 조직을 위기 유형에 따라 어떻게 조직하고 활성화시킬 수 있는지를 경험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위기를 다양하게 실제 경험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유형별 주제에 기반한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경험해 보아야 합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준비된 CRO가 탄생되면 그 다음 중요한 핵심은 CEO와 오너가 CRO에게 제반 위기관리 임무에 대한 오너십을 포함한 권한위임을 해 주어야 합니다. 강력한 권한위임은 CRO를 움직일 수 있는 영혼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