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한 편의점 셀프 계산대에 사용이 불가하다는 내용의 안내 문구가 붙어있다.
서울시내 한 편의점 셀프 계산대에 사용이 불가하다는 내용의 안내 문구가 붙어있다.

[이코노믹리뷰=편은지 기자] "사용 중지. 당분간 셀프 포스(계산대)는 사용 불가합니다. 본사와 협의 중입니다. 사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23일 서울시내 한 편의점 계산대 옆 작게 마련된 셀프 계산대에 써붙여진 문구다. 해당 점포를 운영하는 경영주 A씨는 셀프계산대를 임의로 막아놨다. 간혹 '왜 사용할 수 없냐'는 손님들의 질문에 '본사와 협의 중'이라는 문구를 써붙였지만 사실 셀프 계산대가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아서다. 

A씨는 "코로나19로 손님이 줄면서 셀프 계산대는 막아놨다"며 "바쁠 때는 아르바이트생 쓰는 것 보다 나으니 켜뒀지만 셀프 계산대를 쓰면 어쩔 수 없이 손실이 생겨 번거롭더라도 직접 계산해주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경영주의 운영 편의를 높이고 인건비 절감의 해법으로 떠올랐던 편의점 셀프 계산대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손님 결제 미숙으로 행사 상품 등이 잘못 계산되는 경우가 많아 재고 관리가 쉽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일부 편의점 경영주들 사이에선 '상주 직원 없이는 못쓰는 기계'란 혹평도 나온다.

 재고관리 엉망... "차라리 직접 계산"  

셀프 계산대는 통상 24시간 운영되는 점포 특성을 파고들어 최근 2~3년 사이 편의점업계에 전반적으로 도입됐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높아진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어 경영주들의 운영 편의를 높인단 점이 큰 장점으로 꼽혔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로 '비대면 결제'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커지면서 셀프계산대를 이용하는 소비자도 크게 늘었다. 실제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전과 후 편의점 셀프결제 이용자들의 재사용률은 94%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셀프계산대를 영업 현장에서 직접 활용하는 점주들 사이에선 뜨뜻미지근한 반응이 포착된다. 셀프계산대가 있지만 기계를 일부러 꺼두는 점주도 다수다. 

이들이 꼽는 셀프 계산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재고 관리'다. 1+1, 2+1 등 행사상품이 소비자 결제 미숙으로 제대로 찍히지 않아 재고가 남거나 부족한 상황이 자주 발생해서다. 재고가 정상적으로 맞아 떨어지지 않으면 남거나 부족한 재고는 결국 경영주의 손실로 이어진다.

수도권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경영주 B씨는 "매출이 높은 점포는 어느정도의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인건비 절감 효과를 크게 볼 수 있기 때문에 셀프 계산대를 이용하면 도움이 되지만 그렇지 못한 점포는 굳이 손실을 보면서 셀프계산대를 켜둘 필요가 없다"며 "같은 회사 상품이 행사상품으로 묶여있을 경우 덜 피곤하지만 다른 회사 상품이 행사상품으로 묶이면 정말 곤란해진다"고 말했다. 

결국 셀프계산대를 손실 없이 활용하려면 셀프계산대 옆에 직원이 상주해야하는 셈이다. 또 이용 방법을 안내하다 소비자와 다툼이 생기는 경우도 생긴다. B씨는 "1+1 행사상품을 구매한 손님이 바코드를 1번만 인식해 '1번 더 찍어야 한다'고 설명하니 무시당했다고 생각했는지 기분 나쁘다는 표정을 했다"며 "수고롭더라도 직접 손으로 결제해주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주변에 유인 편의점 없어야 무인 온다

낮엔 유인, 야간엔 무인으로 운영되는 하이브리드 점포 역시 예상보다 쉽지 않다. 재고 손실은 물론 CCTV와 도난 방지 시스템 적용에도 도난 사고를 100% 막을 수 없어서다. 

하이브리드 점포로 전환했다가 최근 다시 일반 편의점으로 전환한 점주 C씨는 "본사로부터 하이브리드 점포로 전환을 제안 받아 효율적인 경영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해 전환했지만 생각보다 수익성이 떨어졌다"며 "도난 발생 시 파악이 어려워 결국 제(점주)가 감당해야했고 1명이 신용카드를 접촉한 후 여러명이 입장한 경우 나머지는 신상을 전혀 파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류와 담배를 판매할 수 없어 결국 유인 편의점으로 소비자를 뺏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C씨는 "야간에는 결국 주류, 담배를 구매하러 들르는 손님이 많은데 무인으로 운영되면 판매할 수 없어 매출이 크게 늘지 않는다"며 "무인 시스템이 아직 제대로 정착되지 않아 사람이 있는 편의점이 근처에 없어야 어쩔 수 없이 무인 편의점을 이용한다"고 토로했다.

편의점업계는 점차 고도화된 기계가 도입되면 점주들의 경영 효율성이 더 높아질 것이란 입장이지만, 사실상 아직까지 완벽하게 해결하긴 어렵단 설명이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마음먹고 도난하려는 소비자를 막을 수는 없지만 본사에서는 이를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셀프 계산대, 무인 편의점은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설명과 사용방법을 숙지시키고 이용이 보편화되면 이같은 문제는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