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작년 1월 만해도 1억5,000만원 정도면 이런 물건을 구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3억, 4억원을 훌쩍 넘습니다"(종로구 창신동 A공인중개소) "개발한다는 곳이 수십 개가 넘어서 매물이 다 들어갔습니다"(은평구 불광동 B공인중개소)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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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표 서울 재개발 활성화 정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노후한 저층주거지가 들썩이고 있다. 꽉 막힌 공급을 풀고자 시는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재개발 투자 열풍'이 다시금 살아나는 중이다. 아파트값이 급등해 빌라 시장으로까지 실수요자가 유입되는 가운데, 투자 수요도 겹치며 매물은 품귀되는 중이다.

23일 종로구 창신동의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거래는 잠잠하지만, 매도 호가는 오르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창신동은 최근 재개발 사업 재개의 가능성이 열린 곳이다. 일대는 2013년 정비구역이 해제되고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돼, 정부의 공공주도 개발 사업에서도 소외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후보지 신청에 참여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된 상태다.

신속통합기획은 속도감 있는 정비사업 추진을 위해 서울시가 도입한 제도다. 정부의 공공주도 개발과는 달리 민간이 사업 주체가 되고 공공은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구역 지정에 드는 기간을 3년가량 단축하는 것이 목표이며, 층수 규제를 완화하는 '2040서울 플랜' 또한 선반영될 예정이다. 지난달 마감된 후보지 공모에는 강남권을 포함해 총 102곳이 참여했다. 흥행에 성공한 가운데, 연내 최종 후보지 선정을 마칠 예정이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후보지 신청 접수를 마친 구역에서는 매물이 품귀되고 있다. 일찍이 지난해 말 규제 완화 기대감이 높아져, 재개발 해제지역의 매도 호가는 솟구친 상태다. 여기에 민간 재개발이 재추진되며 매물이 실종됐다는 설명이다. 한 중개업자는 "작년부터 투자자들이 몰렸다. 전화만 30건씩 온 적도 있었다. 지금은 매물 구하기 힘들다"면서 "후보지가 되면 거래를 못 한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전했다.

현재는 분양권이 나올 수 있는 노후 주택 매매가 가능하지만, 신속통합 후보지로 뽑히면  거래가 제한된다.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돼 실거주를 제외하고는 매매할 수 없어, 월세 수입 또는 갭투자 등이 막히게 된다. 또 분양권이 없는 신축빌라 난립을 막기 위해 건축허가 제한이 이뤄지며, 권리산정일은 9월 23일 자로 설정된다.

오래된 건축물이 많고 철도교통망 확대 호재가 있는 은평구 불광동 일대 또한 재개발 이슈로 들썩이고 있다. 인근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공공주도 개발 후보지로 2곳이 선정된 가운데, 민간 재개발 후보지 공모에 2개 구역이 참여하는 등 동의서를 걷는 곳이 속속 나오고 있다.

공인중개소B관계자는 "재개발 계획이 없는 곳들은 거의 오르지 않았는데, 동의서를 받는 곳이나 개발이 발표난 곳은 수억씩 올랐다"라고도 전했다.

다만 신속통합기획 후보지를 포함해 동의서를 받는 재개발 사업지는 정비구역 지정이 이뤄지지 않은 초기 단계다. 정비사업은 최소 10년이 소요되는 장기 사업으로, 중간에 사업이 좌초될 가능성도 높다. 한편으로, 실수요자와 함께 투자 수요까지 빌라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집값 상승이 자극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은 "재건축 같은 경우에는 사업추진이 쉽지 않다. 신속 통합 기획에서 인기를 끌었지만, 재건축초과이익상한제나 분양가상한제가 있어서 실질적으로 진행하는 데는 난관이 예상된다"면서 "그래서 투기 세력들이 저층 주거지에 몰릴 것이다. 재개발은 아파트값이 너무 많이 오르다 보니 실수요자뿐 아니라 투기 세력까지 가세해 상승할 여력이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