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 편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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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편은지 기자] "제발 '벨라'는 죽이지 마세요. 바다로 돌려보내겠다는 2년 전 약속을 지켜주세요."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사육되고 있는 벨루가(흰고래) '벨라'를 방류하라는 동물보호단체 '핫핑크돌핀스'의 시위 내용이다. 핫핑크돌핀스가 지난달 잠실 롯데월드 타워 앞에서 진행한 이 시위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며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순식간에 롯데는 돌고래 전시에 눈이 멀어 2년 전 방류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악덕 기업이 됐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점이 고개를 든다. 롯데월드가 기존 계획과 달리 아직까지 벨라를 방류하지 못한 근본적 이유에 대해서다. 벨라는 2013년 롯데월드가 수입한 벨루가 3마리 중 벨리, 벨로가 폐사한 후 마지막으로 남은 벨루가다. 야생성을 잃어버린 벨루가 한 마리를 성공적으로 방류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 전무했을까에 대해 돌아볼 필요가 있다. 

오히려 벨로와 벨리 폐사 이후 공언한 약속인 만큼 롯데의 '벨라 방류 프로젝트' 과정은 치열했다. 2019년 방류를 목표로 했지만 이 약속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야생으로 돌아간 벨라의 생존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롯데는 관련 전문가와 동물 보호 단체 등으로 꾸려진 '방류기술위원회'를 운영해왔고, 건강한 상태의 벨라를 자연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후보지를 답사하고 건강 상태 체크, 야생 적응 훈련 등을 지속했다. 2019년에 방류하겠단 약속을 지키지 못한 데에는 많은 전문가와 관계자들의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란 이야기다. 

동물보호단체가 진정 벨라의 건강과 자유를 원한다면 벨라의 상태와 벨라 방류 프로젝트에 힘을 보태고 지지해야 하지 않을까. 벨라의 건강상태와 즉각적인 방류가 어려운 이유에 집중하기 보다는 '방류 약속 안지키는 롯데'에 집중한 시위는 오히려 벨라를 안전하게 방류하기 위해 애쓰는 방류 기술 위원회와 롯데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다. 

대기업을 향한 소비자, 환경단체, 정부 등의 감시는 항상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비리, 횡령 등의 내막이 밝혀지기도 하고 사회적 규탄을 받으며 기업의 변화를 이뤄내는 순기능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대기업이기에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기업, 단체 대비 수많은 사회공헌과 투명한 거래 절차가 가능해진단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대기업 vs 약자' 프레임이 때로는 대기업이 갖고 있는 순기능과 역할을 흐려지게 하고, '악덕 대기업' 여론을 앞세워 이익을 취하려는 기업과 단체가 '역갑질'하는 상황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 안타깝게도 역갑질 사례는 좀처럼 수면 위로 드러나기 어렵다. 

애초에 전시를 위해 벨라를 들여오지 않았다면 가장 최선이었겠지만, 벨라가 야생으로 무사히 돌아가길 원하는 마음은 모두가 한 마음이다. 벨라가 하루 빨리 방류되길 촉구하는 동물보호단체만큼이나 롯데도 벨라가 최상의 컨디션으로 야생에서 행복하게 살길 원할 것이란 이야기다. 벨라를 무사히 방류하기 위해 노력 중인 롯데의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나기를 염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