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다희 기자] 국내 증시가 글로벌 공급난과 금리 인상 등 악재로 연말까지 박스권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는 미국 증시와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31% 하락한 2,960.20에 거래를 마쳤다. 국내 증시는 3,000선도 무너지며 힘을 못쓰는 가운데 뉴욕증시의 주요 3대 지수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 중 나스닥 종합 지수는 최근 9거래일 연속, S&P500 지수는 최근 6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코스피는 8월 조정 이후 3,000선 근처에서 등락을 반복하며 뚜렷한 반등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주 초 이후 3,000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지수의 등락 폭은 3,000선 근처서 2,960선 근처로 오히려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올해 이어진 대형 IPO(기업공개)가 증시의 수급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데다 금리 인상기조에 따른 밸류에이션 하락 압력, 기업이익 피크아웃, 공급망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코스피의 상승세를 제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증시와 한국증시가 반대 행보를 보이는 이유로 △대형 IPO로 인한 수급 부담 지속 △기업이익 둔화 △긴축적 통화정책에 따른 밸류에이션 하락 압력을 꼽았다.

박 연구원은 “현재 국내 주식시장을 누르는 가장 큰 요인은 수급”이라면서 “작년까지 국내 주식시장의 지수 등락률과 시가총액 증감률은 큰 차이가 없었으나 (대형 IPO로 인해) 올해 들어 지수가 3.3% 오르는 동안 시총은 10.9%나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금이 신규 상장 종목에 한꺼번에 몰리게 되면 기존 종목들의 수급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박 연구원은 또한 국내 주식시장의 기업이익 전망치가 미국 시장과 달리 하락하고 있으며, 내년 금리 동결이 확실시 된 미국의 상황과는 달리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흐름은 주식의 밸류에이션 하락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지목했다.

연말까지 박스권 흐름이 지속될 것이란 분석도 덧붙였다. 박 연구원은 “연초 기업 이익에 대한 컨센서스(평균전망치)가 조정되고 IPO 계획도 가시화될 것”이라면서 “연말까지는 (앞서 언급한)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생각이며 코스피는 3,000포인트를 중심으로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한국과 미국 증시 주요 지수 등락률. 출처=각 거래소
최근 한국과 미국 증시 주요 지수 등락률. 출처=각 거래소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구조 탓에 공급난 장기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이경민 대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국을 비롯한 신흥 아시아 지역은 글로벌 병목현상 장기화 영향에 취약한 산업구조”라면서 “글로벌 밸류체인의 중심 역할을 하면서 교역‧대외 의존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민감업종, 정보기술, 자동차 등 공급망 차질과 관련된 업종이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8.9%에 달한다”면서 “(최근 한국 채권 금리 상승세와 관련해) 금리 상승 수혜를 받는 금융업종(시총 비중 8.4%)이 시장을 이끌고 가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수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업종들이 공급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데다 내년 이익 전망이 밝은 업종은 시총 비중이 낮아 지수 전체를 이끌 힘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현재 초강세를 보이는 미국증시가 공급망 병목현상 심화로 변동성을 키울 경우, 코스피가 이보다 더 하락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경민 팀장은 “지난주 공개된 10월 미국의 ISM 제조업 지수의 세부지표를 보면 공급망 병목현상은 여전히 심한 상황이고, 이로 인해 재고 축적 수요가 제대로 유입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급망 불안 심화로) 강했던 미국, 선진국 증시가 흔들리면 어떤 대형이벤트, 주가 충격변수, 예상치 못한 악재가 없어도 코스피는 더 크게 밀려날 수 있다”면서 “이번주 코스피 추가 반등이 전개 된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현금비중을 확대할 것을 권고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