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제52주년 창립기념식에 참석한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출처= 삼성전자
삼성전자 제52주년 창립기념식에 참석한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출처= 삼성전자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기업들은 기로에 서 있다. ‘포스트 코로나’의 도약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탄력을 받으면 한 단계의 도약이 가능하지만 한 번 뒤처지면, 앞서가는 글로벌 경쟁사들과의 간극은 아득히 벌어진다. 그러나 대내외 기업 경영의 여건은 만만치 않다.

연말 인사(人事) 시즌에 돌입한 기업들이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해진 이유다. 대외 경영 여건의 악화까지 겹친 가운데 재계의 시선은 각 기업의 조직 재정비 폭에 집중되고 있다.

대외 경영 여건의 악화

기술을 근간으로 한 제조업을 주력으로 하는 국내 기업들은 ‘삼중고(三重苦)’ 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악화된 경영 여건을 마주하고 있다. 공급망 대란·원자재 가격 상승·지속되는 외교 갈등의 문제 그리고 여전히 남아있는 코로나19 재확산의 위협은 전 세계 기업들의 포스트 코로나 도약 속도를 늦추고 있다.

공급망 대란은 코로나19로 국가 간 왕래가 통제된 상황에서 비용의 문제로 물류의 인적·물적 인프라가 대폭 축소된 것에서 기인한 것이다. 전 세계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확산 이후 물류의 수요는 급격하게 늘어난 반면, 인프라가 그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물류 운임 비용이 점점 오르고 있다. 물류 전문가들은 벌크선 운임을 나타내는 올해 1월 1,347포인트였던 발틱운임지수(BDI)가 2022년 1분기에 5,371포인트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상황은 대외무역이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의 기업들에게 치명적인 위기가 되고 있다.

출처= 전국경제인연합회
출처=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력난으로 인한 중국 원자재 가공 공장의 가동중단과 제조 영역의 원자재 수요 증가로 원자재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현재의 오름세를 감안할 때, 원유·천연가스의 가격은 2022년 1분기에 역대 최고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망대로라면 올해 1월 4일 배럴당 47.62달러였던 유가는 2022년 1분기에 92.71달러까지 오르게 된다. 약 94.7%의 인상이다. 같은 기간 동안 대표적 산업 원자재인 구리는 1톤당 7,919달러에서 최고 1만1,663달러, 알루미늄은 1톤당 1,922달러에서 3,238달러까지 68.5%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기업들의 고민

대외 요인 외에도 주요 기업들은 각자만의 고민거리들을 마주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의 역량 강화와 입지 확장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메모리반도체 영역에서는 이미 절대 입지를 보유하고 있으나, 부가가치와 시장의 규모가 훨씬 큰 시스템반도체에서 삼성전자는 대만의 TSMC 등 글로벌 기업에 밀린 ‘2등 기업’으로 여겨지고 있다. 여기에 스마트폰 사업부문에서는 중국 기업들의 맹렬한 추격을 받으면서 점유율 1위 자리를 지속적으로 위협받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미래형 이동수단의 배터리와 관련해서 아직까지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한 안전성의 문제의 해결이 시급하다. 이 문제로 인해 LG전자 전장사업부문의 지난 3분기 영업실적은 마이너스 실적을 이어갔다. SK는 최태원 회장의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전사적 ESG 실천과 탄소중립 목표의 실현이 사업적 성과까지 증명할 수 있는가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한화는 우주항공산업 분야에서 인내심을 가지고 지속해야 할 투자, LX는 LG의 그림자를 떠나서 독자적으로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는 목표 그리고 두산은 조속한 경영 정상화 등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귄영수 LG에너지솔루션 신임 대표이사. 출처= LG
귄영수 LG에너지솔루션 신임 대표이사. 출처= LG

결단의 시기

지난 10월 15일 상무급 승진인사를 실시한 한화의 사례를 제외하면, 주요 기업들의 대대적인 2022년도 인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 LG그룹이 단행한 파격적인 인사는 기업들의 고민을 잘 보여준다. 지난 1일 LG그룹은 (주)LG의 권영수 부회장을 LG에너지솔루션의 대표이사 임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전자와 함께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계열사다. 이는 수차례 보고된 배터리 화재사고로 인해 LG가 감당하고 있는 대외적인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올해의 인사는 두 가지 측면의 특징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첫 번째는 대대적인 변화다. 주요 기업들이 마주하고 있는 대내외적 불리한 경영 여건과 성장 도약의 과제들을 감안하면, 내년도의 인사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두 번째는 철저한 실용주의적 관점이다. 예년과 같이 정기 인사가 아닌 인력보강이 필요한 곳이 있으면 기간에 구애받지 않고, 수시로 이뤄지는 인사를 의미한다. 이는 갑작스러운 조직 변동의 부담감을 더는 동시에 효율적으로 인사를 단행하는 방법으로 최근 다수의 기업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사례가 여기에 속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2022년의 기업 인사는 위기관리와 성장이라는 당면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이 검증된 인력들에게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다만, 기업에 따라서 대대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곳이 있거나, 안정을 추구하는 관점에서 실용적인 접근의 인사를 단행하는 등 다른 곳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