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창민 기자]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가 새로운 코인을 상장한 지난달 27일, 가상자산 시장에 결코 ‘작지 않은’ 혼란이 있었다. 업비트 긴급 상장 공지 후 비트코인을 비롯한 전 세계 가상자산이 급락했다.

또 업비트에 실명계좌를 제공하는 케이뱅크의 애플리케이션(앱)이 접속장애를 일으켜 은행 고객이 불편을 겪었다. 원화 입출금 서비스가 먹통이 된 사이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하면서 일부 투자자들은 재산상 피해를 입었다. 가상자산에 투자하지 않은 케이뱅크 고객들도 카드 결제 서비스가 중단되며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었다.

이날 혼란은 세 가지 측면에서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저변과 현실을 투영했다는 평가다.

이 가운데 하나는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의 파급력이다. 이날 업비트가 상장 소식을 공지한 오후 3시를 기점으로 5시까지 전 세계 가상자산 시가총액의 9.8%포인트(P)가 사라졌다. 이는 비트코인이 최고가를 경신한 지난달 20일 이후 찾아온 최대 낙폭이다. 유가증권(주식) 시장에서 기업공개(IPO) 투자 수요가 있듯이 가상자산공개(ICO) 투자에 참여하려는 국내외 자금 수요가 대거 몰린 것이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가 어떻게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업비트는 현재 당국 규제상 운영할 수 없는 선물(Future)의 거래량을 제외하고 현물 거래로만 따지면 전 세계 가상화폐 거래소 가운데 최상위권 거래량을 보이고 있다.

가상자산 시가총액 급락과 케이뱅크 앱 접속 지연에서 알 수 있는 또 하나의 사실은 ‘샤이(Shy) 코인러’들이 많다는 점이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어웍스에 따르면 8월 기준 업비트의 월간순방문자(MAU)는 514만명으로 증권사를 비롯한 모든 금융투자 앱 가운데 가장 많다.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의 20%가 업비트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가상자산 투자는 금기시되고 있다. 아직 완전히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탓이다. 은행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사내에서 주식 이야기는 해도 코인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라는 말이 나온다. 비트코인 선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하고 비트코인을 은행에서 판매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 중인 미국, 가상자산 개발자들의 메카를 자처하고 있는 영국과 사뭇 다른 풍경이다.

문제는 앞으로 가상화폐 거래소가 추가적인 상장하는 시간대를 전후해 국민들의 사적 재산과 일상의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과 가상화폐 거래소 업계는 이 같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원화입출금 경로를 다각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가상화폐 거래소 업계는 2018년 자율규제로 내세운 뒤 고착화된 ‘1사 1행(1거래소-1은행 실명계좌 제휴)’ 원칙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을 계속해서 제고할 필요가 있다.

금융당국도 자금세탁 위험 부담을 은행에 떠넘기는 무책임한 모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 같은 변화가 이뤄지면 실명계좌 제휴 은행 수도 늘어날 전망이다. 과거 증권사도 실명계좌 제휴 은행을 찾아야 했고, 입출금 경로도 손에 꼽을 은행으로만 한정됐던 시절이 있다. 주식 시장의 전례처럼 가상자산 시장도 제도권 안으로 들어와 금융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고, 동반 성장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