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 법사위 산하 반(反)독점소위는 6일(현지시간), 16개월에 걸친 조사 내용을 담은 450페이지 분량의 '디지털 시장에서의 경쟁 조사' 보고서에서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이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반경쟁적인 독과점 행위를 해 온 것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출처= Medium
미국 하원 법사위 산하 반(反)독점소위는 6일(현지시간), 16개월에 걸친 조사 내용을 담은 450페이지 분량의 '디지털 시장에서의 경쟁 조사' 보고서에서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이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반경쟁적인 독과점 행위를 해 온 것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출처= Medium

[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미국이 애플과 페이스북, 구글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소비자 결제 데이터 사용관리 조사에 나서면서 규제 강화를 예고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에 대한 추가적인 규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페이스북과 구글, 아마존, 애플, 스퀘어, 페이팔에 각사 소비자 결제 상품과 결제 계획, 활용 현황 자료를 제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빅테크 기업들이 소비자 결제 분야에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만큼 소비자의 결제 정보를 토대로 통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로힛 초프라 CFPB 국장은 “빅테크 기업들은 우리의 결제 정보를 통해 구축한 거대한 제국을 점차 확장하면서 우리의 지출 습관을 더욱 더 강력하게 통제하고 얻어낼 것을 열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플랫폼에 대한 당·정의 규제가 본격화되고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계도기간 종료를 불과 수일 앞두고 유권해석을 내린 데 이어, 진출 영역에 대한 압박도 커지고 있다. 또 네이버와 카카오가 진출한 간편결제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면서 독과점 우려도 나오고 있다.

왼쪽부터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출처=각 사
왼쪽부터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출처=각 사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평균 간편결제 이용금액은 5,590억원으로 지난 2016년(645억원) 대비 8배 이상 증가했다.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가 간편결제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50% 수준이다. 중국의 경우 지난해 모바일 간편결제 규모가 249조위안(약 4경2,000조원)으로 현금거래와 신용카드를 앞질렀다.

최근 기업공개(IPO)에 나선 카카오페이는 지난 2014년 국내 처음으로 간편결제를 시작한 이후 MAU(월간순방문자)가 2,000만명에 육박한다. 지난해 거래액은 67조원, 올해 상반기는 47조3,0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62% 증가해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네이버페이는 외부 제휴처를 확대하면서 올해 3분기 결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9% 성장했다. 여신업계에서는 국내 빅테크인 네이버와 카카오를 중심으로 간편결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이번 미국의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향후 국내에서도 같은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국내 빅테크가 결제정보를 독점하기 어려운 구조다. 해당 플랫폼에 신용카드를 등록해 결제하고 있어 결제정보는 카드사에 제공된다. 다만 충전식 결제의 경우 결제정보는 빅테크가 보유한다. 캐시 방식의 ‘현금 충전식’ 간편결제서비스는 ‘카드 등록식’ 보다 혜택이 많아 MZ세대 혹은 알뜰족에 각광을 받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빅테크의 경우 결제정보는 둘째 치고 이미 생활 모든 측면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어 시장 독과점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1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네이버를 대상으로 플랫폼의 독과점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올해 국정감사가 소위 ‘플랫폼 국정감사’라 불릴 만큼 플랫폼 기업들을 정조준하기도 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사용자 기반으로 각종 서비스를 확장하고 이를 무기로 다시 사용자를 끌어모으며 이용자들의 빅 데이터를 장악해 고객 이탈을 막는 락인(Lock-in)전략을 취한다”라면서 “디지털 시장을 선점한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가 금융업에 진출하고 있는 만큼 각종 정보는 물론 결제정보 역시 독점할 수 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반면 IT기업 관계자는 “플랫폼 자체가 독점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고 결제도 카드사와 은행이 연결돼 실물카드 없이 결제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라며 “신용카드사들도 온라인 시장이 확대돼 온라인 가맹점을 더 빠르게 확대할 수 있고, 플랫폼을 통해 협업하고 시너지가 일어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