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앞에 앉은 남성이 밥 먹기를 거부하는 아기를 설득하면서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의 거친 숨소리를 흉내내면서 유명한 ‘내가 네 아버지다(I am your father)’라는 대사를 하자 정신이 팔린 아기의 입에 얼른 캠벨 수프 한숟가락을 넣는다. 그러자 아이의 반대편에 앉아있던 또다른 남성이 똑같이 다스베이더를 흉내내면서 ‘아니야, 내가 네 아버지다(I am your father)’라는 대사와 함께 아이에게 또 한숟가락을 먹인다. 먼저 아이에게 밥을 먹였던 남성은 다스베이더 흉내가 엉망이라면서 핀잔을 주면서도 즐거워하는 아기를 보면서 행복한 웃음을 짓는다. 그제서야 이들이 두명의 아빠와 한명의 아기로 구성된 동성부부 가족이라는 것을 깨닫고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광고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최근들어 성소수자들을 모델로 한 광고가 예전보다 부쩍 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수공예제품전문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엣시(Etsy)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동성커플이 처음으로 상대방의 가족들을 방문하는데 불안하고 걱정했던 우려와는 달리 가족들이 모두를 반갑게 맞아주고 이들의 얼굴을 수놓은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선물하는 모습을 담았다.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인 이하모니 (eHarmony)는 동성 매칭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여성 2명의 동성 커플이 저녁을 만들어서 먹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영화를 보는 편안하면서도 행복한 일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광고를 선보였다. 2000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이하모니는 처음에는 이성간에만 매칭서비스를 제공했고 동성 커플 매칭 서비스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반응해왔으나 이후 성소수자 차별로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러나 경영진이 대거 바뀌고 사회적 인식도 많이 변화하면서 현재는 동성 매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하모니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처음부터 이런 변화가 쉬웠던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동성 커플이 광고에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30여년전인 1994년의 이케아 광고에서다. 두명의 백인 남성이 이케아에서 가구를 고르면서 자신들의 관계가 ‘진지’해짐에 따라 그에 걸맞는 가구를 사기 위해서 이케아에 왔다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시청자들과 공유한다. 어디서 만났는지 얼마나 오래 사귀었는지를 이야기하면서 이케아 가구에 만족한다는 이들의 광고는 기독교 단체를 중심으로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기독교관련 단체인 미국가족협회(American Family Association)는 이케아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면서 광고를 중단한 것을 요구했으나 이케아는 이를 거부하고 광고를 진행시킨 바 있다. 몇년후에는 웨딩업체 졸라(Zola.com)에서 동성커플이 결혼하는 내용의 광고를 내보내자 이에 대해 거세게 항의해 결국 해당 업체가 광고를 내리기도 했다.

광고에서 동성커플이나 동성부부를 이전보다 자주 볼 수 있게 된 것은 이들의 구매력이 과거보다 대폭 증가한 때문이 아니다. 갤럽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2년과 비교해서 2017년 기준 자신을 성적소수자로 지칭한 사람들의 비율은 전체 미국인중 3.5%에서 4.5%로 소폭 상승했다. 또 이들의 구매력은 2012년 7억9000만달러에서 2019년 8억달러로 크게 상승하지 않았다.

이보다는 성적소수자들을 인정하고 이들을 지지하는 젊은 소비자들이 크게 증가한 것이 주요 이유다. 퓨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의 74%가 동성 결혼을 지지하는 반면 X세대는 58%, 베이비부머 세대는 51%만 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들 광고의 또다른 특징은 백인이 아닌 소수인종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캠벨수프는 백인 남성 커플이 등장했지만 엣시의 주인공은 두명의 흑인 남성이었고 이하모니 광고에서는 흑인과 히스패닉계 여성 커플이 등장했다. 전통적으로 미국 광고에서는 백인을 제외한 소수인종을 쉽게 찾아볼 수 없었고 과거 연구에서는 광고 등장인물 가운데 흑인이나 히스패닉, 아시안은 10%대 선에 머무른다는 보고도 있었다.

현재는 미국 전체 인구 가운데 40% 가까이가 비백인인 소수인종이고 이들의 평균 연령은 31세로 젊은 소비자층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자신들의 모습을 미디어에서도 보고 싶다는 이들의 목소리가 점차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