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팀 쿡 애플 CEO는 애플페이를 처음 공개할 당시 “지갑이 필요없는 시대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스마트폰에 다양한 지불수단을 넣어 핀테크의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각오다. 이후 핀테크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간편결제부터 송금, 나아가 다양한 금융상품이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한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캐시리스(현금이 필요없는 시대) 시대도 열리는 중이다.

여기에 NFT(대체불가토큰)의 등장 전부터 블록체인 업계의 화두였던 토큰 이코노미 전략에 기반한 새로운 디지털 자산의 가능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트코인을 넘어 암호화폐, 디지털 자산의 흐름을 타고 등장하는 지갑이 사라진 미래다.

1. 코로나19 치료제 / 2. 전고체 배터리 / 3. 지갑이 사라진 시대 / 4. 강 인공지능(Strong AI) / 5. 우주 경제시대 / 6.양자산업 / 7.도심항공모빌리티(UAM)

저항의 상징 비트코인

최근 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 시세가 요동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비트코인 채굴을 금지하는 한편 인민은행이 비트코인 거래 자체를 원천봉쇄하며 시세가 하락했으나 미 연준의 비트코인에 대한 우호적인 발언 등으로 시세가 다시 올라가는 등 혼란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다만 큰 틀에서 각 국 정부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민간 중심의 비트코인이 자금세탁 등의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과, 기존의 금융 시스템을 붕괴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비트코인이 시작부터 제도권에 대항하는 저항의 상징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2008년 10월 비트코인을 창시한 정체불명의 인물 사토시 나카모토는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이라는 9쪽의 논문을 발표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중앙은행의 횡포를 비판한 바 있다.

그는 논문을 통해 "중앙은행은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신뢰할 수 있어야 하지만, 화폐 통화의 역사는 그 신뢰의 위반으로 가득하다"며 글로벌 경제를 움직이는 큰 손들에 대한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그가 비트코인을 통해 탈중앙화를 전면에 걸고 개인과 개인의 연대를 끌어낸 이유다.

비트코인은 시작 자체가 기존 시스템에 대한 도전인 셈이다.

출처=업비트
출처=업비트

제도권에 완전히 안착한다면?

비트코인에서 출발한 암호화폐 로드맵은 아직 제도권의 완전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시작부터 ‘도전’을 화두로 건 플랫폼의 숙명이다. 비트코인은 물론 스테이블코인도 제도권 금융 시스템의 완전한 신뢰를 얻지 못한 상태다. 심지어 페이스북의 스테이블코인도 갖은 비판과 압박을 받고 있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캐시리스 시대(현금이 없는 시대)가 벌어지는 한편 중앙집중형 암호화폐 플랫폼인 CBDC가 각광을 받을 경우, 그 자체의 진화를 거쳐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디지털 화폐가 등장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토큰 이코노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트코인을 넘은 2세대 암호화폐는 스마트 컨트랙트 기능을 바탕으로 하며 이들은 당연히 토큰 이코노미를 지원한다. 토큰 이코노미는 블록체인의 탈 중앙화 및 마이크로 레코딩(미세 기록)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해당 기술 자체는 암호화폐에 대한 호불호와 무관하게 많은 나라와 기업들로부터 환영받는 중이다.

결과적으로 싸이월드 도토리, 게임머니, 통신사 포인트 등에서 시작된 디지털 화폐의 개념이 블록체인의 흐름을 타고 현실의 비즈니스를 움직이는 한편 토큰 이코노미의 전략까지 가동된다면 그 자체가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발 더 나아간다면 비트코인이나 CBDC 등의 실험을 거치며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시장에 안착한 디지털 화폐의 개념이 더욱 시장에 녹아든 상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토큰 이코노미의 완성도 꿈꿀 수 있다. 이를 이뤄낼 수 있다면 글로벌 경제는 말 그대로 국경이 사라지는 완전한 지구촌 세계로 변신할 수 있다.

게임 체인저의 등장이다.

당장에는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없다. 아직도 암호화폐의 대장주는 비트코인이며, CBDC는 중국 디지털 위안화의 실험을 통해 다소 불순한 감시사회의 한 축으로 소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금융권력도 당연히 기축통화의 틀에 갇혀있는 상태다.

무엇보다 토큰 이코노미의 동력은 최근 많이 상실된 상태기도 하다. 그러나 고조되는 캐시리스 시대에 맞춰 NFT 등을 통해 디지털 화폐 고도화를 끌어내며 블록체인을 통한 토큰 이코노미를 구현할 수 있다면 글로벌 경제는 차원이 다른 변화의 계절을 맞이할 수 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