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로블록스 홈페이지
출처=로블록스 홈페이지

[이코노믹리뷰=민단비 기자] '메타버스는 게임인가 아닌가'에 대한 논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최근 김규철 게임물관리위원장(이하 게임위원장)이 최근 로블록스, 제페토 등 메타버스 플랫폼을 게임으로 구분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메타버스에는 게임 요소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일각에서는 메타버스 플랫폼의 등급 분류가 시급하기에 게임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여기에 메타버스 플랫폼 자체는 게임이랑 동일하게 볼 수 없으며, 현행 규제로 새로운 산업의 발전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지난 14일 문화체육관광위 국정감사에서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김규철 게임위원장에게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 제페토, 마인크래프트 등이 있는데 이런 것들은 게임인가”라고 질의했다.

김규철 게임위원장은 “메타버스는 새로운 플랫폼이라 입법조사처는 게임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며 “마인크래프트는 8년 전에 게임으로 구분됐고, 제페토는 (자체등급분류사업자인) 구글에서 엔터테인먼트로 분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메타버스가 게임인지 아닌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도 “결국은 게임이냐 아니냐 결정은 해야 한다. 게임 요소는 상호작용 등 몇 가지가 있는데 게임으로 분류할 확률이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또 “현재 진행 중인 메타버스 관련 연구 용역 결과가 연말에 나온다”며 “이를 기반으로 문체부와 협의해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메타버스 플랫폼은 게임인가 아닌가’에 대한 논쟁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해당 쟁점에는 청소년 유해 콘텐츠 노출, 환금성에 따른 사행성 조장 등 사회 문제가 엮여있기에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게임으로 구분하지 않으면 메타버스 관련 법·제도가 없는 현재로서는 정부가 청소년 유해 콘텐츠를 막을 방법이 없다. 게임 요소가 있다고 판단돼야 등급분류기관으로부터 ‘청소년 이용불가’ 등 등급분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승수 의원은 문체위 국감에서 “규제가 메타버스 산업 발전에 발목을 잡으면 안 되지만 한편으로 청소년 유해 콘텐츠들이 무분별하게 노출될 수 있다”며 “게임위원회뿐 아니라 문체부 등 메타버스와 관련된 정부기관들이 많은데 이와 관련한 공동작업을 해서 정책적인 방향을 정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메타버스 플랫폼의 환금성도 문제가 된다. 국내 게임산업법(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환금성을 가진 게임은 사행성 조장 우려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플랫폼 이용자들은 창작활동으로 벌어들인 가상재화를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로블록스는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인 ‘로블록스 스튜디오’에서 만든 게임을 공유하면 가상 재화 ‘로벅스(ROBUX)’를 지급하며, 제페토 역시 ‘제페토 스튜디오’에서 아바타의 패션 아이템을 제작해 판매하면 환금이 가능한 ‘잼(ZEM)’을 제공한다.

네이버제트 '제페토' 내 크리에이터들이 만든 아바타 의상이 자체 재화인 '잼(ZEM)'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출처=제페토 화면 캡처
네이버제트 '제페토' 내 크리에이터들이 만든 아바타 의상이 자체 재화인 '잼(ZEM)'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출처=제페토 화면 캡처

단, 환전을 하려면 특정한 조건이 붙는다. 로블록스의 경우 ‘프리미엄 멤버’여야 하며, 누적된 수입이 최소 10만 로벅스여야 하는 등 개발자 환전 자격이 존재한다. 제페토는 5,000잼(약 100달러) 이상 판매해야 수익 창출이 가능한 조건이 있다.

게임의 환금성은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현행법과 다르게 메타버스 플랫폼은 사행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플랫폼 내 가상재화는 ‘우연에 의해 획득한 결과물’이 아닌 게임 및 아이템 제작에 따른 ‘노력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김규철 게임위원장의 입을 통해 메타버스 플랫폼을 게임으로 볼 수 있다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첫 공식 입장이 나왔지만, 입법조사처는 플랫폼을 통해 게임이 제공된다고 해도 플랫폼 자체가 게임은 아니므로 게임산업법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입법조사처는 지난 7월 ‘메타버스 현황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메타버스는 여전히 생소한 현상이며, 법·제도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모호한 측면이 있다”면서 “촘촘한 사전규제부터 만들어 신산업을 시도조차 하지 못하게 했던 과거의 정책적 과오가 반복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메타버스와 관련해 (메타버스에서 이뤄진 활동에 대한) 현실적 효력 인정, 상거래 과세, 창작과 표현물에 대한 권리 등 필요한 법·제도를 지속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