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삼성전자가 8일  뛰어난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투자업계의 의견은 극단적으로 갈린다. 4분기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추후 삼성전자의 실적에도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가격하락 악재는 일시적일 것이며 반도체를 근간으로 한 삼성전자의 성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2분기 이어 3분기도 ‘어닝 서프라이즈’ 

삼성전자의 지난 2분기 매출은 역대 2분기 기준으로 최대치였다. 삼성전자는 3분기에도 지난 분기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발표된 잠정실적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삼성전자는 연결기준으로 매출 73조원, 영업이익 15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분기의 매출 63조6,700억원, 영업이익 12조5,700억원보다 각각 14.65%, 25.70% 성장한 수치다. 

출처= 삼성전자
출처= 삼성전자

지난해 3분기의 매출 66조9,600억원, 영업이익 12조3,500억원과 비교하면 9.02%, 27.9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된 지난해 이후 글로벌 기업들의 실적에 많은 타격을 입은 것과 대조적으로, 삼성전자의 실적은 꾸준한 우상향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가전(CE)·스마트폰(IM)·반도체(DS) 등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은 모두 각 업계에서 실적 개선을 이끌 수 있는 호재를 마주하고 있다. 

가전의 경우 지속되는 코로나19 확산의 불안감으로 인해 사람들이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른 수요 증가가 삼성전자의 실적에 긍정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스마트폰의 경우 이전에 출시된 플래그십 제품의 판매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선보인 제 3세대 폴더블폰의 판매 호조가 분위기의 반전을 이끌고 있다.

지난 8월 27일 출시된 갤럭시Z폴드3·플립3은 출시 39일 만인 지난 4일 총 판매량 100만 대를 넘어섰다. 이는 2019년 출시된 ‘갤럭시 노트10’과 2017년 출시된 ‘갤럭시S8’에 이어 삼성전자가 출시한 모든 스마트폰 중 역대 세 번째로 빠른 기록이다. 

삼성전자 3세대 폴더블폰 갤럭시 Z 폴드3·Z 플립3. 출처= 삼성전자
삼성전자 3세대 폴더블폰 갤럭시 Z 폴드3·Z 플립3. 출처= 삼성전자

반도체의 경우 올 한 해 동안 지속되고 있는 반도체 수급불균형의 영향이 삼성전자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서서히 이뤄지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는 여전히 공급을 아득하게 넘어서는 수요로 품귀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프라 투자에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골드만삭스 “우리가 틀렸다” 

코로나19가 무색한 호실적의 연속에도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업계의 전망에는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간 이어진 삼성전자의 상승세는 곧 꺾일 것”이라는 의견들이 나온다. 이러한 관점에는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곧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변화’가 반영돼있다. 바로 메모리반도체의 가격 하락이다. 

글로벌 투자업계는 지속적으로 메모리반도체의 공급 과잉이 곧 가시화될 것이며 관련기업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는 지난 8월 11일 “메모리, 겨울이 다가온다(Memory, Winter is coming)”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발표했다. 이 리포트에서 모건스탠리는 “메모리반도체의 공급이 서서히 시장의 수요를 넘어서기 시작해 PC·서버용 D램의 가격은 정점에 이르렀고, 이는 올해 4분기부터 시장에 반영될 것”이라면서 “올 한 해 동안 지속된 반도체 업계의 호황은 후반기에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특히 D램 제조 기업들에게는 여러 가지 악재가 있을 것”이라도 밝혔다.

시장 조사업체 트렌드포스(Trendforce)는 지난 9월 2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D램 공급은 글로벌 시장의 수요를 앞지르기 시작할 것이며, 올해 4분기 D램의 ASP(평균 판매가격)은 3분기 대비 최대 8%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모건스탠리
출처= 모건스탠리

그간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대한 긍정적 관점을 유지해오던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도 삼성전자의 잠정실적 발표 하루 전인 7일 발표한 보고서는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투자계의 불안감에 불을 붙였다. 골드만삭스의 이례적인 관점 전환에 전 세계 투자업계는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다. 

지난 8월 골드만삭스는 모건스탠리·CLSA 등 글로벌 투자은행이 메모리반도체 가격의 하락이 반도체 기업들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을 강조한 것과 정반대의 의견을 냈다. 당시 골드만삭스는 “메모리반도체의 가격하락 전망이 주요 기업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내용의 의견을 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지난 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반도체 업계에 대한 자신들의 긍정적 전망이 틀렸음을 인정했다. 보고서에서 골드만삭스는 “PC용 제품의 수요 감소, 모바일·서버용 제품의 불안정한 공급망 문제 등으로 메모리반도체 가격의 하락이 전망된다”라면서 “현물 거래가격의 하락, 고객사들의 늘어난 보유 재고 등으로 2022년 2분기까지 메모리반도체의 가격은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이러한 전망들은 어디까지나 4분기를 결산하기 이전 시점의 ‘예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이 실제로 나타난다면 메모리반도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삼성전자에게는 큰 악재가 될 수 있다.

지난 8월 18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매출은 41조7,463억원을 기록했고 그 중 메모리반도체의 매출은 32조3,146억원으로 전체의 77.40%를 차지했다. 이는 메모리반도체에 대한 삼성전자의 높은 의존도를 잘 보여주는 지표였다. 메모리반도체 가격의 하락은 이후 삼성전자의 매출과 수익성 그리고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다. 

반론 “반도체는 여전히 뜨겁고, 삼성전자는 성장 이어갈 것”

그러나 투자업계의 모두가 삼성전자의 전망을 부정적인 관점을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메모리반도체 거래 시장에서는 아직 가격 변동의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을뿐더러, 설사 D램 일부 제품의 가격이 하락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며 반도체 전체의 부족현상은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특히 최근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측면의 역량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삼성전자의 행보를 감안하면 이러한 의견에도 힘이 실린다. 

NH투자증권 도현우 연구원은 “2020년 이후 IT 수요를 끌어온 PC 판매가 6월 피크를 기록하고 감소로 전환되고 있으며 고객사들이 보유한 메모리반도체에 재고도 정상 수준을 회복도면서 메모리반도에 가격 협상력의 주도권이 공급자에서 수요자로 이전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라면서 “그러나 일부 제품의 수요가 감소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일시적일 것이며 여전히 글로벌 기업들의 메모리반도체 공급 경쟁은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으며, 이에 대응해 삼성전자는 P2, 시안2라인 등 메모리반도체 생산 인프라 확장에 추가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인공지능 탑재 메모리 HBM-PIM. 출처= 삼성전자
삼성전자 인공지능 탑재 메모리 HBM-PIM. 출처= 삼성전자

신한금융투자 최도연 연구원은 “IT 기술과 관련한 공급망의 차질 영향으로 2021년 4분기와 2022년 1분기 삼성전자의 실적에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라면서 “그러나 불확실성이 삼성전자의 상승세를 꺾을 정도로 확대될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이며, 2022년 2분기를 기점으로 메모리 업황은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4분기 이후 메모리반도체에 대한 불확실성이 일정 부분 해소된 이후에 나타날 D램 업황 개선,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확대에 기대감은 삼성전자 이후 실적과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