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이스타항공
출처=이스타항공

[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주)성정과 M&A회생계획안을 제출한 이스타항공의 변제율을 두고 어두운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이스타항공의 변제율은 3.68%. 담보가 아닌 일반대출을 해준 금융채권회사들이 법정관리 회사에 대해 요구하는 일반적인 평균 변제율은 30%다. 이스타항공의 변제율이 이에 한참 못 미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스타항공의 관계인 집회는 내달 12일로 정해졌다. 이날 이스타항공의 채권자들은 회사의 회생계획안에 대해 표결로 처리할 예정이다. 채무자회생법에 따르면 채무자 회사가 만든 회생계획안에 담보 채권액의 75%, 일반 채권액의 66%에 해당하는 채권자들이 찬성표를 던져야 회생계획안이 통과된다. 

약 1600억원을 받아야 할 채권자들이 약 59억원만을 받아야 하는 회생계획안에 찬성표를 던질지 미지수라는 것이 항공업계의 시각이다. 

이 때문에 출자전환이라도 되면 최대 채권자인 항공기 리스사가 경영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변제율 3.68%만 보면 나머지 채무는 모두 주식으로 줘야 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랜드마크 안완진 대표 변호사는 표결의 동의 여부와 관련해 "이스타는 실질적으로 회생이 된다면 주식이 가치를 갖게 돼 일반적일 때와는 조금 다르게 판단할 수도 있다"며 "회생채권의 70%가 해외 리스사 채권인데, 리스사들이 최종 지분율이 과반을 넘을 경우 이스타의 주인은 리스사가 된다. 경영참여목적이 있다면 회생계획안의 가결 동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인수자인 (주)성정이 그런 상황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당연히 상당 부분 주식을 소각하는 회생계획안을 만들었을 것이라는 게 파산법조계의 시각이다. 

파산법조계는 오히려 이스타항공의 회생절차에서 불거진 '채권조사(확정) 재판'에 주목하고 있다.  

채권조사 재판은 채권자가 회사에 대한 받을 돈(채권)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때 밟는 절차다. 예컨대 채권자 회사가 채무자 회사에 대해 받을 돈이 1억원이라고 주장하는 데 반해, 채무자 회사는 줘야 할 돈이 4000만원이어서 나머지 6000만원을 부인하는 상황이 그렇다. 부인한 6000만원에 대해서는 별도로 채권조사 재판에 부쳐진다.  

현재 이스타항공과 채권액을 두고 다투는 채권자만 61곳이다. 이 가운데 10곳이 이스타항공의 부채액 대부분을 차지하는 외국계 항공기 리스회사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한 외국계 리스회사의 채권 약 1400억원 가운데 1300억원을 부인했다. 임직원 등의 밀린 임금 채무를 제외한 이스타항공의 빚은 약 260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1300억원이 부인되면 절반의 빚이 없어진다. 이 같은 채권자의 청구금액을 포함해 이스타항공이 채권조사확정재판에서 줄줄이 이기면 변제율은 올라간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의 리스 채권자들이 리스기간을 과다 계산해 채권신고를 했다"며 "회사가 리스하지 않은 기간에 대해서는 채권액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부인했다"고 말했다. 

채권재판 결과가 좋더라도 변제율의 상승에는 한계가 있다. 

이스타항공이 채권 다툼을 하고 있는 채권조사재판 리스트. 자료=서울회생법원
이스타항공이 채권 다툼을 하고 있는 채권조사재판 리스트. 자료=서울회생법원

◆ 더 갈 곳 없는 이스타항공... 남은 건 ‘배수진’

4%도 채 안 되는 변제율로 이스타항공의 회생에 성공할 수 있을까? 항공업계는 이스타항공이 배수진을 치고 표결국면을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이번 표결에서 부결되면 이스타항공이 버틸 자금 여력이 없다. 인수자인 성정은 손을 뗄 것이고 남은 수순은 파산절차다. 이스타항공은 파산절차에서 채권자들에게 나눠줄 순자산이 거의 없다. 채권단도 바라지 않는 상황이다.

이스타항공이 파산하면 협력업체들은 다음을 기약할 수 없다. 반대로 협력업체들이 회생계획안을 찬성하면 기존 채무에 대해 변제받는 현금은 낮지만, 장래 거래는 정상적으로 이어 갈 수 있다. 회사가 존속할 수 있어서다.

여행산업이 살아날 기미도 표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법무법인 대율 안창현 대표 변호사는 "채권금융회사와 달리 협력사 등은 회생계획안에 동의할 때 변제율만 보는 것은 아니다. 업황과 장래 영업의 지속성 측면이 오히려 중요시된다"며 "이스타항공이 성공적인 회생을 한다면 주식을 받은 채권자들이 거래유지는 물론 앞으로 상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표결에 임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일 국내 여행 및 항공 관련주는 전날 급락장에서도 강세를 보였다. 단계적인 일상 회복이 언급되면서 국내 여행뿐만 아니라 해외여행도 본격화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장밋빛 업황 속에서 이스타항공 경영진에서는 회생절차로 건전해진 재무제표가 채권단을 움직일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스타항공의 회생계획안는 사실상 부채가 모두 탕감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회생만 통과되면 국내 LCC 사이에서 이스타가 경쟁력을 갖게 되는 셈이다. 

올해 1분기 국내 LCC의 부채비율은 700~1800%를 기록했다. 

에어부산, 제주항공, 진에어 등 국내 상장 LCC 4곳 중 3곳이 이미 유상증자를 했거나 할 예정이다. 유상증자 규모는 에어부산 2271억원, 제주항공 2066억원, 진에어 1238억원 등 총 5500억원이 넘는다. 빚을 갚기 위해서다. 게다가 정부 지원금도 받아 인원감축 등 구조조정도 쉽지 않다.  

앞서 이스타항공의 변제율은 3.68%. 회생계획안이 인가되면 나머지 96.32%의 채무는 면제되는 구조다.

다른 LCC는 자기자본의 최대 18배에 달하는 부채를 안고 있는 데 비해 이스타항공이 회생을 통과하면 빚이 없게 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다른 LCC는 빚을 쌓았고 이스타항공은 회생을 수단으로 빚을 털 수 있게 됐다. 이는 채권자들이 부채가 없는 회사의 주주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스타항공과 채권단의 공동관심사가 형성되는 지점이다. 

이스타항공의 김유상 관리인은 변제율과 관련 “낮은 변제율로 채권단에 대해서는 송구스럽다”면서 "현재 제출한 회생계획안은 최종안이 아니다. 표결을 앞두고 채권자의 의견과 채권조사확정재판의 결과에 따라 회생계획안이 수정되거나 관계인 집회가 연기될 가능성 있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의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회사는 ㈜성정이 내놓은 인수자금 700억원에서 감면할 수 없는 채권(공익채권) 542억원을 우선 변제한다. 전·현직 직원들의 급여 및 퇴직금이다. 남은 158억원 중 98억원은 유보액으로 남겨놨다. 앞서 채권조사확정 재판결과에 따라 줘야 할 몫을 떼어 논 것이다. 그 외 리스사와 협력사 등 일반 채권자가 가져가는 몫은 59억원. 이들의 원래 채권액은 약 260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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