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대표 AI 음성인식 비토를 운영하는 이참솔 리턴제로 대표, 연내 새로운 오디오 기반의 서비스를 출시하는 윤동희 아씨오 대표, 이루다투자일임의 대표이자 구독자 25만명을 자랑하는 인기 금융 유튜브 채널 '내일은 투자왕'을 운영하는 김동주 대표.

이들이 걸어온 길은 상당히 흥미롭다. 카이스트 기숙사에서 만나 학생 시절부터 창업을 꿈꾸었으며, 졸업 후 굴지의 대기업에서 근무했지만 창업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기어이 공동창업을 한 운명 공동체에 가깝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장면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들은 공동창업한 기업을 카카오에 매각한 후 한동안 비슷한 시기 카카오 크루로 활동하며 '폭풍성장 카카오'를 체험했고, 세 명 모두 카카오에서 나와 창업전선에 나섰지만 다시 뭉치는 것 대신 각자도생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사이가 안좋은것일까? 그렇지 않다. 현재 이들은 각자의 길을 걸으면서 같은 오피스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지붕 아래에서 학교 친구이자 과거 공동 창업자이며 같은 카카오 크루였던 이들이 이제는 각자의 길을 걸으며 서로에게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달달한 케미를 보여주고 있다.

그 범상치않은 세친구, 아니 세아재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한쪽에는 기타와 드럼이 비스듬히 놓이고 매끈한 조명 아래에는 베가본드 만화책이 한가롭게 펄럭이는 곳. 그 아래에서 치열하게 생존을 위해 고민하는 스타트업의 독특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리턴제로 사옥을 찾았다.

왼쪽부터 이참솔 대표, 윤동희 대표, 김동주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왼쪽부터 이참솔 대표, 윤동희 대표, 김동주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창업, 참을 수 없는 유혹

이참솔 리턴제로 대표와 윤동희 아씨오 대표, 김동주 이루다투자일임 대표는 카이스트 전산학과에서 처음 만나 기숙사 생활을 함께 했다. 입시에 시달린 후 우여곡절 끝에 캠퍼스를 밟으면 순식간에 수학능력을 상실하는 당시의 푸릇푸릇한 대학생들과 달리, 이들은 모이자 마자 창업 이야기부터 했다고 한다. 

떡잎부터 다르다. 이참솔 대표는 "친구들끼리 모이면 창업 이야기만 했다"면서 "어떻게 하면 창업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가 우리 대화의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시기가 나빴다. 이들이 대학을 졸업하던 시기는 글로벌 경제위기, IT 버블 문제가 터지는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다만 "2010년대 들어서여 모바일 기술이 등장하자 새로운 시대가 올 것이라 예감했다"면서 "다만 약간의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시절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졸업과 동시에 창업이라는 꿈은 당장 이뤄지지 않았다. 이들은 굴지의 대기업에 입사해 1년, 그리고 2년, 그리고 3년을 보낸다.

남들은 부러워 하는 대기업이었으나 가슴에 품은 창업의 꿈은 점점 커졌다는 설명이다. 윤동희 대표는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틈만 나면 창업 생각만 했던 것 같다"면서 "업무에 집중하면서 나름 인정을 받았지만 머리속에는 계속 창업 생각만 맴돌았다"고 말했다.

김동주 대표도 마찬가지다. 그는 "직장생활 3년차에 접어드니 세상에 대해 어설프게 알게되고, 이대로 회사를 다녀봤자 인생의 답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모두가 임원이 되기 위해 획일적으로 달리는 것에 회의감을 느꼈고 특유의 경직된 문화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것 같았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내가 만든 내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결국, 창업을 해야 하는 운명이었다.

이참솔 대표. 사진=박재성 기자
이참솔 대표. 사진=박재성 기자

의기투합, 로티플

대기업을 뛰쳐나왔다. 2011년 2월 21일 실시간 소셜 커머스 로티플이 설립됐으며 이참솔 대표, 윤동희 대표, 김동주 대표는 드디어 꿈에 그리던 창업가가 됐다.

행복했을까. 당연히 행복했지만 힘든 기억도 많았다. 

이참솔 대표는 "투자환경도 좋고 모바일 트렌드 시대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면서도 "역시 창업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만 하면 우리의 실력을 단박에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믿었으나 현실은 달랐다"면서 "총 7명의 친구들이 코파운더(공동창업자)로 합류해 모든 의사결정을 만장일치로 결정하자고 했지만, 일은 진척되지 않았고 사공이 많은 배는 산으로 갈 뿐이었다"고 말했다.

김동주 대표는 당시를 두고 "맨날 싸우기만 했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는 "만장일치 제도를 폐지해도 도무지 일이 진척되지 않았다. 좋은 기억도 많다. 그러나 맨날 싸웠다"고 말했다.

윤동희 대표는 "싸운 것도 스트레스였지만, 더 힘들었던 것은 서로 소모적인 논란만 일으키다 우리가 계획한 서비스들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며 "친한 친구들이 뭉쳐 일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잘 알게 됐다"고 말했다.

세 명의 말을 들으면 당시 로티플이 공중분해를 일으켜 망한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 로티플은 창업한 그 해 카카오에 인수되며 세 사람도 카카오 직원이 됐다. 그러나 지금이야 카카오에 인수되는 것이 스타트업 창업자의 숙원이지만 2011년 당시는 '작은 성공'에 불과했다고 한다. 

김동주 대표는 "카카오에 매각을 결정하면서 사실 패배감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 패배감은 창업을 통한 큰 꿈을 완전히 이루지 못한 감정과, 좋은 친구들과 만나 당연히 좋은 성과를 낼 줄 알았던 믿음이 배신당한 감정이 묘하게 얽힌 형태였다고 한다.

윤동희 대표. 사진=박재성 기자
윤동희 대표. 사진=박재성 기자

큰 나무 김범수 만나다...그리고

첫 창업, 아니 첫 모험을 생각보다 '작은 성공'으로 마무리 한 세 사람은 카카오 직원이라는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참솔 대표는 카카오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팀, 윤동희 대표는 카카오랩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김동주 대표는 카카오톡 메세징팀에서 활동했다.

다소 의기소침했던 세 사람은 카카오에서 자신을 다듬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는다. 특히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의 만남에서 큰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참솔 대표는 "카카오 직원이 100명에 불과할 때 입사해 단기간에 3,000명이 되는 것을 봤다"면서 "카카오 매직을 이끈 김범수 의장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 초기 카카오의 정신인 '신뢰, 충돌, 헌신'이라는 화두가 지금도 강렬하다. 직원들이 서로 기본적인 신뢰로 무장한 상태에서 신나게 충돌해 박살나고, 무언가 결론이 나오면 내가 끝까지 반대했던 의견이라도 마치 내 의견인 것처럼 몰입하는 문화가 있었다. 많이 배울 수 밖에 없었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김동주 대표는 "김범수 의장은 네이버의 성공, 이어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한 번 카카오를 성공시킨 말도 안되는 사람"이라면서 "처음 김범수 의장을 만나기 전 막연하게 큰 성공을 거둔 사람이라 본인의 확신이 강해 경영에서도 불도저 스타일로 예상했다. 그러나 김 의장은 의외로 실무진들의 의견을 경청해 그들에게 전권을 주는 스타일이었다. 그리고 김 의장은 그들을 끝까지 믿어줬다. 이런 경영 전략을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윤동희 대표는 "새로운 시도를 장려하는 분위기가 카카오에 만연했다"면서 "내부에서 항상 새로운 시도를 장려하는 세밀한 방법과 목표의식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 카카오 직원으로 근무하며 생각하지 못한 공부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주 대표. 사진=박재성 기자
김동주 대표. 사진=박재성 기자

레벨업 완료, 다시 뛰쳐나가 뭉치다

이참솔 대표는 카카오에서 직원으로 활동하며 아이러니하게도 창업가로서 다듬어지고 완성되어 갔다. 그러나 이 대표는 카카오 입사 초기 창업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로티플 대표 당시 휴일이 싫고 월급날이 싫었지만 카카오 직원이 되자 휴일이 좋고 월급날이 기다려졌다. 이 생활을 계속하면서 내 인생에 창업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생각이 달라진 것은 카카오의 폭풍성장이다. 그는 "카카오는 정말 멋있게 컸다"면서 "카카오가 고속성장하는 장면을 보며 어느새 그 과정을 내가 직접 이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윤동희 대표의 행보는 더욱 빨랐다. 상대적으로 일찍 카카오를 나와 다시 창업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그는 "역시 답은 창업이었다"면서 "새로운 사업,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2015년 이후 이들은 나란히 창업전선에 다시 뛰어들었다. 이참솔 대표는 현재 음성인식 AI 서비스인 비토를 서비스하는 리턴제로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으며 윤동희 아씨오 대표는 카카오를 나온 후 창업한 사업체를 다시 카카오에 매각하는 진기록을 세운 후 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중이다. 그에게는 카카오가 연쇄 창업의 든든한 버팀목인 셈이다.

김동주 대표는 이루다투자일임 대표로 활동하며 금융 유튜버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슬기로운 창업생활

같은 학교, 창업, 회사를 거친 이들은 지금 서로 다른 조직에서 일하고 있다. 그러나 재미있는 점은 이들이 비록 다른 길을 걸으면서도 같은 장소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실제로 세 명의 대표 모두 리턴제로의 사옥에 둥지를 틀었다.

오랜세월을 공동 운명체로 함께하던 이들이 카카오를 기점으로 서로 다른 길을 가게됐으나 물리적인 공간만큼은 여전히 공유하는 셈이다.

이참솔 대표는 "처음부터 의도했던 것은 아니다"면서 "리턴제로 창업 후 새로운 사무실을 알아보던 중 입지와 시설은 너무 마음에 들었으나 지나치게 넓었고, 자연스럽게 윤동희 대표와 김동주 대표에게 함께 공간을 사용하자 제의했고 지금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각자의 길을 걸으면서 한 공간에 부대끼자 진짜 시너지가 창출되는 점이다. 

이참솔 대표는 "공유 오피스에 있을 때 입주한 팀들이 서로 네트워킹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말을 들었으나 기대만큼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면서 "지금은 다르다. 서로 다른 일을 하지만 상대를 너무나 잘 아는 팀들이 한 공간에 뭉쳐있으니 오히려 공유 오피스에서 기대했던 시너지들이 마법처럼 벌어진다"고 말했다.

윤동희 대표도 "비즈니스 측면에서 협업할 기회가 자연스럽게 생기고 서로가 발전하는 최선의 환경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김동주 대표는 "유튜브 스튜디오가 리턴제로 사무실에 있으니 자연스럽게 다른 대표들을 패널로 모시기 편하다"면서 "비즈니스 시너지가 유기적으로 벌어지는 최선의 업무 환경이 됐다"고 만족했다.

물론 마냥 좋은 일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김 대표는 "간혹 일을 하다보면 개인의 친분이 있어 친구들과 잡담을 하는지, 업무를 보는 것인지 그 경계가 모호할 때도 있다"면서 "그럼에도 이해 관계가 완전히 동일한 것보다 각자 거리를 두고 활발하게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과 같은 작업환경을 주변에도 추천하는 편"이라 말했다.

사진=박재성 기자
사진=박재성 기자

이들이 말하는 창업 생태계는?

카카오 출신 대표 3인방이 바라보는 현재의 스타트업 업계를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이참솔 대표는 "아이디어만으로 승부할 수 없는 시대"라고 단언했다. 이 대표는 "예전에는 자금을 제공하는 벤처캐피털의 입김이 강했으나 지금은 실제로 일을 할 수 있는 실무진을 구하는 것이 어려워졌다"면서 "좋은 아이디어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우수한 개발자, 실무진을 구하는 것이 창업 성공의 열쇠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리턴제로는 AI 시장의 게임 체인저를 노리면서 AI와 데이터 파이프 라인 전략을 가동할 것"이라며 "최근 중국 시장 진출도 비슷한 맥락이다. 우수한 실무진과 함께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윤동희 대표는 "실무진들이 시장의 '갑'이 되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정부의 창업 생태계 지원은 활발하지만 실무진들을 배출하는 공급단에서의 지원은 거의 없다. 이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주 대표는 "현재 스타트업 생태계에는 역대급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 보면 된다"면서 "실무진 확보 등의 어려움에는 동의한다. 다만 창업 환경만으로는 지금이 최고의 황금기라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