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회생절차 개요도. 중국의 회생절차는 중정(회생)계획안을 포함한 화해협의서를 수립해 채권단의 표결절차를 거친다. 중국 기업파산법에 따르면 채권단이 부결하더라도 법원이 직권으로 중정계획안을 인가할 수 있다. 자료=중소벤처기업부
중국 회생절차 개요도. 중국의 회생절차는 중정(회생)계획안을 포함한 화해협의서를 수립해 채권단의 표결절차를 거친다. 중국 기업파산법에 따르면 채권단이 부결하더라도 법원이 직권으로 중정계획안을 인가할 수 있다. 자료=중소벤처기업부

[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중요자산의 매각발표에도 불구하고 헝다 부도설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급기야 지난 4일 헝다그룹(恒大·에버그란데)은 홍콩 증시에서 거래가 중지됐다. 또 회사는 지난달 29일 달러화 채권 이자 4,750만 달러(약 562억원)를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중국 정부의 미온적 관망 속에서 시장 일각에서는 '질서 있는 파산'에 무게를 두고 있다. 

중국에서 기업의 '질서 있는 파산'이란 뭘까? 현재 대두되고 있는 헝다의 구조조정은 정부가 회사의 자산을 국영기업에 우회적으로 매각하도록 강제하는 방식이다. 시장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법조계 일각에서는 당국이 기업파산법을 적용해 구조조정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의 파산절차도 청산형 파산과 우리나라 회생에 해당하는 절차가 있다. 특히 회생에 해당하는 제도를 중정(重整)절차라 부른다. 중국은 지난 2007년도에 이 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헝다그룹도 중정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것. 

중정절차는 회생계획과 같은 중정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중정계획에는 현금변제, 매각, 출자전환, 분할변제를 담을 수 있다. 

앞서 지난해 사회적 파장이 컸던 방정그룹(方正集团)도 중정절차를 밟았다.

방정그룹은 중정절차에서 매각방법을 따랐다. 중절차에서 심천특발그룹(深圳市特发集团)이 방정그룹의 심천 계열사를 인수했고 평안생명보험(平安人寿)과 주해화발그룹(华发集团)이 분쟁소지가 있는 회사의 자산을 제외하고 나머지 자산과 지분을 인수했다. 평안생명보험은 51.1%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신방정그룹의 대주주가 됐다. 

헝다가 자산매각을 강요받든 기업파산법에 따라 회생절차를 밟든 어느 경우나 헝다의 국유화 가능성은 내재되어 있다. 다만 중국 당국은 위기를 겪는 헝다그룹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 헝다 국유화?...‘출자전환’ 시나리오

헝다의 국유화 가능성에 중국의 파산절차가 이용될 것이라는 시각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이 내세운 공동부유론도 거론되고 있다. '모두 잘 먹고살기 위해' 공산당이 기업을 선별해 국유화 및 관리한다는 것. 

현재 중국은 부동산과 같이 양극화를 가속화 하는 건설산업과 가계 소비를 저해시키는 사교육 분야보다는 4차 산업을 통해 분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국 법조계 일각에서는 부원협력 시스템과 출자전환을 내용으로 하는 중정계획이 헝다의 '질서 있는 파산'의 내용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부원협력(府院联动)은 정부와 법원이 연계한 기구가 재판에 관여하는 제도다. 합동회의가 대표적인 연계기구다. 삼권분립상 재판에 관여할 수 없는 우리나라 회생절차와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 제도다. 합동회의는 파산법원에서 기업의 구조조정에 대한 조정역활을 하고 있다.

파산법원의 합동회의가 중정절차에서 구조조정의 한 방법으로 출자전환을 단행하면 헝다의 주 채권자인 국유은행들이 대주주가 된다. 국유은행이 헝다의 주인이 되면서 국유화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기업파산법 적용에 따른 미분양 사태와 하청업체의 연쇄도산이다. 중정절차에 따른 공사중단이 자명할 것이기 때문. 

공사중단에 따른 파장은 예상되지만, 중국 기업파산법에도 채무자 회사가 공사를 이어갈 수 있는 근거규정은 두고 있다.  

국내에서 중국관련 법률자문을 하는 박동매(朴冬梅) 변호사(중국 변호사, 법무법인 아주대륙)는 "중국의 기업파산법에 따르면 법원은 사회적 또는 경제적 안정을 고려해 회생 가치가 있는 회사를 중정절차에 회부한다"며 "중정절차에 따라 공사가 중지되더라도 공사의 진행 결정권은 회사의 관리인(회사의 종전 대표이사)에게 있다"며 "결국 공사의 진행여부는 관리인이 법원 및 정부기관과 협력해 공사진행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헝다그룹의 총부채는 약 3000억 달러(한화 약 356조)이다. 헝다는 돌아오는 10월 12일 1억4,813만 달러(1,758억3,031만원), 이어 19일 1,218만 달러(144억5,766만원), 30일 1,425만 달러(169억1,475만원)를 지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