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마케팅> 양경렬 지음, 비전코리아 펴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디지털 변혁’ 또는 ‘디지털 전환’으로 번역된다. 영어로는 ‘Digital Transformation’이고 ‘DX’로 줄여 쓴다.

DX는 디지털 기술로 업무의 프로세스를 전산화-자동화하고, 업무의 처리능력을 높여 업무상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을 말한다.

저자는 기존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즉 업무 중심의 디지털 전환을 ‘DX 1.0’으로 분류한다. 기업들은 그간 백오피스와 관련된 부분에 DX를 적용해 업무를 혁신해왔다.

최근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를 계기로 별 문제없이 대면 회의가 온라인 화상 회의로 바뀌고, 큰 차질없이 종이 자료 대신에 디지털이나 클라우드를 활용하게 된 것은 모두 DX 1.0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DX 2.0은 마케팅 개념이 바닥에 깔려 있다. 마케팅의 시작점인 고객에게 집중하고, 고객을 모든 의사결정의 중심에 두고, 마케팅 관점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기업 경영 전반을 변혁시키는 것을 말한다.

책에는 DX 2.0에 부합하는 기업들의 혁신 사례가 집중 소개돼 있다. 그 중에서도 오프라인 기업 ‘베스트 바이’가 DX 마케팅을 통해 어떻게 DX 2.0시대를 앞서 가고 있는 지 조명하고 있다.

◇ ‘기존 고객’ 붙잡아야 기업 이익 ‘증가’

저자는 베스트 바이 같은 기업들이 새로운 시대의 고객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현재 대부분 기업들이 새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마케팅 노력을 집중한다. '거래 중심 접근법(Transaction Based Approach)’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고객과의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관계 중심 모델(Relationship Base Model)’로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 고객과 단발적으로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 고객이 기업의 손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통계로도 검증된 바 있다. 기존 고객을 이탈 없이 계속 보유하는 것은 기업 성장에 매우 중요하다. 고객 보유율을 5% 높이면 이익이 25~95% 증가한다.

기존 고객에 집중하면 마케팅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도 있다. 기존 고객 유지 비용은 신규 고객 유치 비용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새로운 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할 가능성은 5~25%인 반면 기존 고객에게 상품을 팔 가능성은 50~70%에 이른다.

또한, 기존 고객에게는 쉽게, 적은 비용으로도 ‘크로스 셀(Cross-sell)’과 ‘업 셀(Up-sell)’이 가능하다. 크로스 셀은 고객에게 자사의 다른 제품까지 파는 것이고, 업 셀은 고객이 구매했던 제품보다 더욱 비싸고 품질 좋은 제품까지 파는 것이다.

◇고객과 인간적으로 연결되라

고객 마케팅은 고객과의 지속적인 관계 유지를 위해 고안됐다. 그렇기에 고객 마케팅은 단 한 번의 활동에 그치지 말고, 구매 전후를 포함하는 고객 여정(Customer journey)의 전 과정을 밟아야 한다.

구매 이전보다 구매 이후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 구매 후 과정(post purchase process)은 수용(adoption), 보유(retention), 확장(expansion), 옹호(advocacy)로 구성된다.

수용 단계는 고객이 구매한 상품을 일상생활에 받아들이는 것으로, 기업들은 고객이 자사 제품을 정기 구매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보유 단계에선 고객이 이탈하지 않도록 제품을 개선하고 고객 만족도를 관리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고객이 이탈없이 3년째가 될 경우 첫 해보다 67% 많은 금액을 지불한다. 기업은 이런 확장 단계에서는 고객의 평생 가치(lifetime value)를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존 구매 상품 외에 보완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옹호의 단계에서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기존 고객 한 명 한 명에게 개별화된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다. 디지털 광고가 유용하다.

저자는 고객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적인 연결(Human Connection)’이라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고객이 납득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으면 고객이 납득할 때까지 설명하는 것이 고객과 인간적인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진정한 서비스가 된다.

요즘 많은 기업이 고객 로열티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고객의 평생 가치를 높이기 위함인데, 인간적인 연결을 바탕으로 한 ‘감성적 로열티(Emotional Loyalty)’ 프로그램이 가장 효과적이다.

감성적으로 동기 부여된 고객은 재구매 의사가 3배 정도 높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남들에게 소개할 확률도 3배 이상이다.

◇ ‘휴먼 마케팅’ 베스트 바이, 코로나 속 이례적 성장

베스트 바이(Best Buy)는 미국에 1000여 개의 소매점을 갖고 있는 전자제품 소매업체다. 사업이 오프라인 기반인 탓에 아마존 등 거대 전자상거래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매장 휴점이 잦아 한 때 경영상 위기를 맞을 것으로 점쳐졌다.

미국  베스트 바이社의 ‘고객 기술 지원 센터’ 직원들. 이들은 ‘괴짜 부대’로 불리며 고객의 기술 문제를 해결해준다.출처 : 베스트 바이 홈페이지.
미국 베스트 바이社의 ‘고객 기술 지원 센터’ 직원들. 이들은 ‘괴짜 부대’로 불리며 고객의 기술 문제를 해결해준다.
출처 : 베스트 바이 홈페이지.

하지만 자사에 최적화된, 마케팅 관점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뤄냄으로써 오히려 매출이 늘고 주가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오프라인 중심이던 베스트 바이는 아마존에 대항해 온라인을 강화하면서도 오프라인과 적극 연계시켜 '하이브리드 쇼핑'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온라인 구매는 증가하지만 구매의 44%는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에서 픽업되고 있다.

이 외에도 아마존 같은 온라인 플랫폼은 제공할 수 없는 오프라인 만의 특화된 서비스가 창안돼 큰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베스트 바이는 ‘괴짜 부대(Geek Sqad)’로 불리는 고객기술지원센터를 만들었다.

휴먼 마케팅의 첨병인 괴짜부대는 미국 전역에 2만 명이나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소비자가 다른 곳에서 구매한 상품일지라도 가정에서 어떻게 설치할 지 물어오면 친절하게 알려준다. 상담료는 없다. 무료다.

베스트 바이에서 상품을 구매하면 설치를 도와주고 사용법을 설명해준다. 구매 상품에 문제가 발생하면 원격 서비스로 돕고, 불가능할 경우 가정으로 직접 방문한다. 간 김에 홈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설계해주거나 해당 가정에 알맞은 새로운 가전 제품들도 제안한다.

‘토털 테크 서포트(Total Tech Support)’라는 유료 서비스도 만들었다. 연 회비 200달러를 내면 괴짜 부대가 각 가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기술적인 문제들을 해결해준다.

만약 넷플릭스 시청에 문제가 생겼다면 고객 가정의 TV, 와이파이, 스트리밍 기구 등 다른 전자 제품들까지 종합적으로 살펴서 해결해준다. 아마존은 엄두를 못내는 서비스다.

베스트 바이는 각 점포의 성과를 평가하는 핵심 성과 지표(KPI)까지 변경했다. 예전에는 점포의 고객 방문자수(트래픽), 구매로의 전환율 등을 중시했다.

지금은 얼마나 많은 고객과 관계를 시작했는가, 얼마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가를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