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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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신영욱 기자] 가계부채가 날로 높아지면서 가계부실 위험도 커지고 있다.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신용생명보험이 존재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에게 개념조차 생소할 정도로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다. 해외에서 활성화된 신용생명보험을 국내 안착하기 위해 제도적인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내 첫 출시 30여 년 지난 신용생명보험… 제대로 된 시장도 없어

15일 보험업계 따르면 국내 보험산업의 ‘신용생명보험’은 제대로된 시장조차 형성되지 않을 정도로 활성화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해당 상품은 보험업법 허가 종목 단위에 없고, 방카슈랑스 영업규제를 위한 시행령 별표에 표시돼 있다.

보험업법감독규정 제4-13조에서는 신용생명보험을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피보험자가 사망했을 때 미상환액을 보상하는 보험 상품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피보험자가 은행이나 저축은행 등 금융기관에 대출이 있는 상황에서 사망, 장해, 암 등 예기치 못한 보험 사고가 발생할 경우, 보험사가 남은 대출금을 갚아주는 상품으로 일종의 ‘대출상환보장 보험’이다.

채무자의 가족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보증보험과 달리 신용보험은 채무가 소멸되기 때문에 채무 상속으로 인한 경제적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 또 부실채권 방지를 통해 은행 등 대출 기관의 재정 건전성에도 기여하기 때문에 채권자와 채무자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보험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국내 가계부채가 1,800조원을 넘어서는 만큼 활용도와 필요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에 신용생명보험이 처음 출시된 것은 30여 년 전인 1980년대 후반이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시장조차 형성되지 않고 있다. ‘신용생명보험’이라는 상품의 대한 대중적 인지도 자체가 없는 수준인 데다 제도적 문제 등으로 판매가 쉽지 않은 탓이다.

은행을 사례로 볼 경우 보험업법 상 대출창구와 보험창구가 분리돼 있다. 때문에 대출을 받는 고객은 해당 보험에 대한 니즈가 있어도 향후 별도로 보험청구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2018년과 2019년의 경우 관련 내용 등이 담긴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는 했으나, 결국 법 개정은 이뤄지지 못했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이 뱅크몰과 신용생명보험 활성화를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뱅크몰 김우중 이사, BNP바리파카디프생명 오준석 사장. 출처=BNP파리바카디프생명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이 뱅크몰과 신용생명보험 활성화를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뱅크몰 김우중 이사, BNP바리파카디프생명 오준석 사장. 출처=BNP파리바카디프생명

국내에서 영업을 진행하고 있는 생명보험사 중 신용생명보험상품을 운영하고 있는 것은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이 유일하다. 메트라이프생명의 경우 지난 2016년 3월 신용생명보험 상품을 선보였으나, 1년 반 만에 판매를 중단했다.

현재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은 SC제일은행과 하나은행, 몇몇 GA를 통해 해당 상품의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 신용생명보험의 온라인 상품 런칭과 비교대출플랫폼 '핀다(FINDA)’와의 협업을 통한 판매 등 소비자들의 접근성 향상을 시도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 관계자는 “신용생명보험은 최근에도 실적이 미미해 우선 현재로서는 인지도를 높여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해당 상품 개인 가입자의 경우 최대 10억원까지 대출상환보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만 언더라이팅 과정의 심사에 따른 차이가 발생한다”며 “보험과 대출이 합쳐진 형태이기 때문에 다른 상품들과 같은 가입자의 건강 상태 관련 내용은 물론 대출금액과 대출상환기간 등 대출 가입정보도 함께 본다”고 덧붙였다.

국내와는 천차만별… 해외는 이미 자리 잡은 신용생명보험 시장

일본 엔화. 출처=pixabay
일본 엔화. 출처=pixabay

신용생명보험이라는 상품 자체가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은 국내와 달리 미국, 캐나다, 유럽, 일본 등에선 이미 해당 상품이 보편화돼 있을 정도로 관련 시장이 활성화돼 있다. 특히 일부 국가에서는 대출을 받기 위해서 반드시 신용생명보험에 가입하도록 요구할 정도다.

미국은 신용보험이 시작된 국가다. 신용보험의 기본 개념은 ‘빚을 상속시켜서는 안 된다’인데, 이는 지난 1917년 미국의 신용보험 개발자 모리스(Morris)에 의해 착안됐다. 이후 미국에서는 신용보험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의 신용보험은 감독당국이 공익을 위해 엄격한 보험요율과 보수한도 규제를 두고 있음에도 틈새시장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은 상황이다.

우리나라와 인접해 있는 일본의 경우 생명보험 시장 내 전체 단체계약(신계약 기준) 중 신용생명보험이 하는 비중이 지난 2012년 23.3%에서 2018년 45.7%까지 높아졌다. 또 단체신용생명보험의 보유계약금액 규모는 2012년 170.6조엔에서 2018년 189.5조엔으로 증가했다.

국내 상황을 살펴보면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이 지난 2002년12월부터 2018년3월까지 판매한 단체형 신용생명보험 수입보험료는 123억1,800만원 수준이다. 또 2008년부터 판매를 시작한 개인형은 2018년 3월까지 10억7,942만원 가량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무엇보다 제도적인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해당 부분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국내 보험산업에서 관련 시장 활성화는 앞으로도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일반 소비자들에 대한 상품 인지도 상승도 물론 중요하지만 제도적 개선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