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13 시리즈. 출처= 애플
아이폰13 시리즈. 출처= 애플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애플이 한국시간 15일 2시 자사의 차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 ‘아이폰13’을 공개했다. 두터운 글로벌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애플답게 온라인으로 개최된 애플의 차세대 디바이스 공개 행사에는 전 세계 수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런데, 반응이 심상치 않다. “아이폰12와 확실한 차이를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삼성전자와 샤오미도 실망했다”는 등 부정적 평가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IT업계에서는 아이폰13에 대응해 폴더블 등 자사 스마트폰에 ‘사활을 걸고’ 공격적 전략을 전개하고 있는 삼성전자(005930)의 판정승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13이 12와 달라진 점

아이폰13 시리즈가 아이폰12 시리즈에 비해 ‘가장 크게’ 개선된 점은 AP와 카메라다.

아이폰13 라인업에는 스마트폰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로 현존 최고성능을 자랑한다는 ‘A15 바이오닉’이 채택됐다. 빠르고 안정적인 처리 능력이 특징인 A15 바이오닉은 애플이 다년간 축적해 온 자체 기술력으로 제작한 칩셋이다.

애플은 아이폰13을 공개하면서 경쟁사 AP들과의 차이점을 강조했다. 공개 행사에서 애플은 “경쟁사(삼성전자, 퀄컴, 인텔)의 최신 AP들은 우리가 2년 전에 출시한 제품의 성능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라면서 “A15 바이오닉은 경쟁사의 AP 대비 50% 빠르며 배터리 소모 효율도 이전의 AP 대비 개선했다”라고 밝혔다. 

전작 대비 카메라 기능도 개선됐다. ‘프로’ 라인업 한정으로 아이폰12 프로 제품 대비 초광각 카메라 2cm 접사와 수광량 92% 증가, 광각 카메라 2.2배 수광량 증가, 망원 카메라 광학 줌은 2배에서 3배로 증가, 디지털 줌 최대 15배 가능 등의 개선이 이뤄졌다.  또 영상 촬영 시에 자동으로 피사체에 집중하는 초점이 변경되는 기능인 ‘시네마틱 모드’가 도입됐다. 이를 통해 아이폰13 시리즈를 활용해 영상을 촬영하는 이들은 마치 영화와 같은 영상미가 두드러지는 작품을 만들 수도 있게 됐다. 

“실망스럽다”는 반응의 이유 

아이폰12 시리즈는 출시 직후 7개월 동안 1억 대가 팔려나가는 기염을 토하며 그간 부진했던 애플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이러한 차이를 만든 결정적인 요인은 바로 디자인이었다. 아이폰6에서 아이폰11시리즈까지 이어진 타원형 모서리 디자인에서 벗어나 올드 아이폰 유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아이폰4’의 각지고 세련된 디자인을 12시리즈에서 다시 채택한 것은 애플에게 신의 한 수였다.

이처럼 극적인 폼팩터 형태의 변화는 애플 특유의 세련되고 깔끔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기능적인 측면에서 11시리즈보다 개선된 점들도 분명 있었으나 아이폰12가 큰 성공을 거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디자인’이었다.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디자인인 가장 직관적으로 체감이 되는 변화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폰13 시리즈는 아이폰12 시리즈의 폼팩터를 거의 그대로 활용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대신에 이전과 달라진 색상과 개선된 하드웨어의 성능으로 차별화를 추구했다. 

이러한 차별화에는 하이엔드 라인업인 ‘프로’나 ‘프로맥스’급 제품을 선호하는 헤비유저가 아닌 보급형인 ‘미니’나 일반 라인업의 아이폰을 사용하는 유저들이 쉽게 체감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12시리즈 대비 가장 큰 차이점이 두드러지는 카메라 성능 개선은 ‘프로’급 이상에서만 온전하게 체감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칩셋의 정보처리 속도나 카메라의 새로운 기능이 주는 차이점은 일반 사용자들에게 기기의 출고가격이 비싸지는 요인일 뿐”이라는 평가 도 나온다. 심지어 경쟁사의 스마트폰 제품과 비교해도 극적으로 차이가 느껴지는 변화도 아니다. 

출처= 애플
출처= 애플

또한 아이폰13시리즈에는 경쟁사에 비해 뒤늦게 도입된 기술도 있다. 디스플레이 주사율 120Hz는 경쟁사들이 최신 제품이 아닌, 지난해에 출시한 제품부터 꾸준하게 도입해 온 기술이다. 심지어 주사율 120Hz도 프로 급 이상 라인업 한정이며 심지어, 그 120Hz 주사율도 고정 주사율이 아닌, 변동 주사율이다. 

경쟁사들이 가능하면 신제품의 출고가를 낮추려고 하는 것과 반대로 애플은 고가격 정책을 계속 고수하고 있다. 보급형인 ‘아이폰13 미니’는 699달러(약 82만원), 플래그십인 ‘아이폰13’는 799달러(약 94만원), ‘아이폰13 프로’는 999달러(약 116만원), ‘아이폰 13 프로 맥스’ 1099달러(약 128만원)이 각 제품의 최소용량(128GB) 기준이다. 프로와 프로맥스 제품의 최대 용량인  1TB 제품의 가격은 한화로 200만원대가 넘는다.    

'절치부심' 삼정전자에게는 기회?

애플에 대한 ‘충성심’으로 고가의 하이엔드급 기기를 구매할 수 있는 헤비 유저들만이 아이폰13 시리즈의 차이를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이폰13 시리즈는 긍정적인 평가보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경쟁사들의 제품과 비교할 때 ‘이제는’ 적용될 때가 된 기술들도 아이폰13에서는 배제됐다.  IT전문 미디어 디지털트렌즈(Digital Trends)는 “이제는 안드로이드 계열 스마트폰에서는 거의 공통으로 적용되고 있는 USB-C타입 충전 도크와 케이블 그리고 터치ID가 아이폰13 시리즈에 적용되지 않은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마켓워치(Market Watch)는 14일(현지시간) “아이폰13의 혁신은 지루하지만, 여전히 팔려나갈 것이다(Apple’s iPhone 13 upgrades are boring, but they will still sell)”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아이폰13의 부족한 ‘혁신’을 비꼬기도 했다. 

심지어 삼성전자 모바일사업부의 미국법인(Samsung Mobile US)은 SNS를 통해 아이폰13을 비웃기도 했다. 아이폰13의 공개행사를 지켜 본 삼성 미국법인은 “2021년에 노치가 있는 스마트폰을 쓴다고 상상해 봐(Imagine still having a notch in 2021)”, “우리는 120Hz(디스플레이 주사율) 적용한 지 꽤 됐는데(We’ve been refreshing at 120Hz for a While now)”, “이거 데자뷰 같은데? 나만 그런거야?(Anyone else feeling deja vu? Just us?)” 라는 등으로 아이폰13을 비웃는 내용의 트윗을 올려 이에 공감한 많은 이들에게 관심을 받았다. 

아이폰13 시리즈를 비웃는 삼성전자 미국법인의 트윗. 출처= 삼성전자 미국법인 트위터
아이폰13 시리즈를 비웃는 삼성전자 미국법인의 트윗. 출처= 삼성전자 미국법인 트위터

애플을 포함해 아이폰13 시리즈와 관련된 기업들의 주가도 하락하면서 아이폰13은 시작하기도 전부터 여러 악재를 끌어안게 됐다. 아이폰13 공개 직후 애플의 주가는 전일 대비 0.96% 하락한 148.12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애플에 카메라 부품을 공급하는 LG이노텍의 15일 주가도 전일 대비 5.27%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아이폰13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최근 공격적인 스마트폰 전략을 구사하는 삼성전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전작 대비 출고가격을 낮추는 등으로 야심차게 출시한 제3세대 폴더블폰 갤럭시Z폴드3, 플립3에 대한 전 세계의 폭발적 반응을 확인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신속하게 중저가형 라인업을 확장했다.

최근에는 차세대 플래그십 라인업인 ‘갤럭시 S22’의 연내 공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021년 상반기 기준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삼성전자는 애플과 샤오미 등 경쟁사에 최고의 자리를 내 주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