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유기농 우유 제품. 출처=서울우유협동조합
첫 유기농 우유 제품. 출처=서울우유협동조합

[이코노믹리뷰=이정민 기자] 식음료업계가 ‘유기농’ 제품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건강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높아지면서 유기농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어서다. 가정에서 요리하는 인구뿐만 아니라 환경을 생각한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소비자까지 공략하며 형성 초기단계인 유기농 시장을 선점하겠단 전략으로 풀이된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식음료업체들은 유기농 제품을 줄줄이 선보이며 제품군 다양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지난 8일 첫 유기농 우유 제품을 출시하며 유기농 우유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100% 유기농 사료를 사용한 유기농 목장에서 제조된 제품으로 가치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건강한 식생활을 위한 친환경 프리미엄 유기농 우유를 선보였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이번 제품을 필두로 성장하는 유기농 시장을 타깃하고 흰 우유 고급화 전략을 강화할 방침이다.

매일유업(005990) 유기농·친환경 식품 브랜드 상하목장이 지난달 20일 출시한 '저온살균 무항생제인증 우유'는 무항생제인증 원유만 100% 담은 제품으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포장에도 종이 소재 후레쉬팩을 사용했다. 앞서 상하목장은 아이스크림·아이스주스 제품에도 유기농 인증을 받은 과일 등을 활용하며 우유부터 발효유, 치즈, 디저트까지 유기농 라인업을 확대했다. 젖소를 키우는 과정에서 사료, 면적 등 유기농 조건에 맞춘 목장을 조성하고 우유를 생산한 후 제조하는 방식이다. 매일유업은 보다 다양한 유기농 유제품을 지속 개발해 선보일 계획이다. 

남양유업(003920)의 경우 지난 7월  '안심 유기농 첫 보리차'를 선보였다. 3년간 농약과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 인증 원료로 만든 유기가공식품이다. 국산 유기농 보리와 현미로 우려냈으며 유기가공인증시설에서 HACCP 관리 기준에 따라 안전하게 생산됐다. ‘야채채움 키즈’ 주스도 100% 유기농 제품으로 리뉴얼했다. 해당 제품은 설탕이나 시럽 대신 27가지 유기농 과일과 야채를 담았으며 유기농 인증을 획득했다. 

같은달 동원F&B(049770)도 유기농 원재료를 함유한 '보성홍차 아이스티 제로'를 출시했다. 세계 각국 유기농 기준을 통과한 전남 보성산 찻잎을 활용해 자체 개발한 항아리 공법으로 발효시킨 RTD(Ready To Drink) 음료다. 제로 칼로리라는 강점과 함께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면서 출시 한 달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병을 돌파했다. 동원F&B는 '보성홍차 아이스티 제로'를 연간 매출 200억원 규모 히트 상품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유기농 라인 제품을 보유한 식음료 브랜드들은 제품군을 다양화하며 라인업 확대에 나섰다. 풀무원(017810) 올가홀푸드는 최근 유기농 과일을 활용해 과육 본연의 맛을 살린 과일청을 선보이며 소비자 선택 폭을 넓혔다. hy(옛 한국야쿠르트)도 지난 6월 자사몰 프레딧 유기농 식품 라인에 5개 제품군, 22종 유기농 식품을 추가했다. 기존 차, 젤리, 건강기능식품에서 두유, 너츠, 스위츠까지 확장했고 향후에는 유기농 버터, 오가닉 주스 등 제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프레딧 유기농 제품. 출처=한국야쿠르트(hy)
프레딧 유기농 제품. 출처=한국야쿠르트(hy)

단백질, 비건 이어 유기농 '열풍'...블루오션 시장 경쟁 치열

식음료업계에 유기농 열풍이 부는 분위기다. 코로나19로 인해 건강, 다이어트, 지속가능성 등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증가하면서 단백질, 비건 식품이 각광받은데 이어 유기농 트렌트가 급부상하고 있어서다. 유기농무역협회에 따르면 유기농산물은 농약, 항생제, 성장조절 호르몬제, 가축사료 첨가제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거나 제한적 기준치 이하로 사용해 기른 식재료다. 유기가공식품은 이러한 유기농산물을 원재료로 천연 성분만을 활용한 제품을 뜻한다. 

특히 유기농 식품은 면역력을 높이며 피부 질환 및 알레르기, 소화 장애를 예방하고 개선하는 것을 돕는다고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국내외 소비자 사이 유기농으로 재배되고 유통되는 식품 수요 확대가 이어졌고 기존에 과일과 채소, 육류 등이 주를 이뤘던 유기농 식품은 유제품과 스낵, 음료, 냉동 식품 등과 같은 가공품으로 범위가 확장됐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가정에서 요리하는 인구도 증가해 건강하고 깨끗한 식재료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더군다나 자연과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소비’ 트렌드도 유기농 제품에 대한 니즈를 높이고 있다. 인공색소, 인공향, 방부제 등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화학물질을 첨가하지 않은 식품이 각광받는 것이다. 이미 유기농 식품이 주류로 자리잡은 유럽, 북미 등에서는 비건 및 유기농 전문 마트가 등장했으며 일반 유통점 대비 가격대가 최대 2배 이상까지 형성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소득층뿐만 아니라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유기농 시장의 빠른 성장세는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미국 분석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유기농 식품 및 음료 시장 규모는 1,981억달러(약 232조원)로 추산되며 매년 평균 성장률 14% 이상을 기록, 2027년에는 4,959억달러(약 581조원)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유기농 식품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친환경 유기농 농산물 및 식품 시장 규모는 약 1조9,000억원으로 지난 2018년 대비 48% 가까이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 비해선 아직 시장형성 초기 단계이나 코로나19로 인해 건강, 피트니스 및 웰빙에 대한 국내 소비자 관심이 높아졌다”며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인만큼 다양한 종류를 유기농 제품으로 대체하는 등 시장 선점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