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화평 기자] SK이노베이션(096770)이 오는 16일 SK배터리(가칭)를 100% 자회사로 분할하기 위한 임시주주총회 앞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격적인 배터리 사업전략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차이나 인사이트 눈길

특히 중국 시장에서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실제로 6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인 샤오펑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샤오펑은 니오, 리샹과 함께 중국 3대 전기차 업체 중 한 곳이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현지 업체들과 경쟁해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그동안 샤오펑은 중국 1위 배터리 업체 CATL로부터 배터리를 전량 공급받았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중국에서 창저우(7GWh), 옌청(10GWh), 후이저우(10GWh) 등 3개의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창저우 공장은 베이징자동차, 옌청·후이저우 공장은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 EVE와 합작 운영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19년 12월5일 중국 장쑤성 창저우시에서 첫 글로벌 배터리 셀 생산 공장 ‘BEST’ 준공식을 가졌다. 출처=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2019년 12월5일 중국 장쑤성 창저우시에서 첫 글로벌 배터리 셀 생산 공장 ‘BEST’ 준공식을 가졌다. 출처=SK이노베이션

이에 더해 SK이노베이션은 옌청에 단독으로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지난 1일 현지 법인 SK배터리 옌청에 1조2,326억원을 출자해 신규 공장을 신설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투자금은 2024년 12월까지 분할로 출자된다.

업계에서는 중국 전기차 시장이 팽창하는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의 현지 파트너십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간혹 자국 배터리 및 전기차 업체 우대 정책을 펴며 외국 기업은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의 압박을 펼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현지 기업과의 파트너십으로 위기를 유연하게 넘겼으며,  SK이노베이션의 최근 행보도 비슷한 연장선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SK그룹 전체가 '차이나 인사이트' 전략을 가동하는 가운데 배터리 사업 분할을 기점으로 SK이노베이션의 중국 현지 사업에도 강력한 드라이브가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배터리 분할 기대...주가는 일단 정중동

에너지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가 발표한 올해 7월 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에서 SK이노베이션은 삼성SDI(006400)를 제치고 5위로 올라섰다. 

이런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의 이 같은 행보에 오는 16일 예정된 임시주주총회 주요 안건인 배터리 부문 분할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3일 이사회를 열고 배터리 사업과 E&P사업이 성장 가능성과 경쟁력을 충분히 인정받고 있고, 기업가치 제고에 필요하다고 판단해 각각 분할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임시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친 후 10월1일부로 신설법인 ‘SK배터리(가칭)’와 ‘SK이엔피(가칭)’를 각각 공식 출범시킬 계획이다.

SK배터리는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 BaaS(Battery as a Service), ESS(에너지 저장장치) 사업을, SK이엔피는 석유개발 생산·탐사 사업, CCS(탄소 포집·저장)사업을 각각 수행하게 된다.

두 사업의 분할은 SK이노베이션이 신설 법인의 발행주식 총수를 소유하는 단순·물적 분할 방식이다. SK이노베이션이 신설법인 지분 100%를 각각 갖게 되며 분할 대상 사업에 속하는 자산과 채무도 신설되는 회사로 이전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지난 7월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그린 중심 성장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SK이노베이션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지난 7월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그린 중심 성장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이번 분할이 배터리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터닝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이번 분할 결정은 각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 확보와 미래 성장을 가속화 할 수 있는 구조 확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그린 성장 전략을 완성시켜 이해관계자가 만족할 수 있는 기업가치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배터리 사업 분할 계획과 관련해 투자자들의 우려도 만만치 않다.

당장 배터리 사업 분할 계획을 처음 내놓은 7월1일 SK이노베이션 주가는 8.8% 내린 26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후로도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주가 회복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9월6일 SK이노베이션은 25만원에 장을 마쳤다. 현재 인터넷 주주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물적 분할에 반대표를 행사하자’는 운동도 일고 있다.

배터리 사업부가 분할되면 SK이노베이션의 자체 역량이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LG화학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분사될 당시에도 비슷한 논란이 벌어진 바 있다.

다만 배터리 사업 분할을 통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사업 운영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있다. 배터리 사업에 대한 SK그룹 전체의 선택과 집중이 단행되는 한편, SK이노베이션이 이와 관련된 자체 로드맵을 가동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 때문이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배터리 부문 분할로 지분 희석 우려보다 시장 점유율 상승 효과가 클 전망”이라며 “SK이노베이션은 고순도 분리막 레진 사용, 분리막 원단에 세라믹 양면코팅 등을 통해 화재 위험성도 낮아 시장 점유율 확대에 유리하다”고 분석했다.